전국언론노동조합이 “오랫동안 국민적 불신을 자초해 온 권언유착의 오명을 벗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길은 대통령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치찌개 대신 질문의 기회를 당당히 요구하고 관철하라”는 성명을 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야외 오찬 간담회나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기자회견을 건너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 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국민과 언론 앞에 밝히고 평가를 받기 위한 자리다. 일을 맡긴 국민에게 어떻게 일을 하겠다고 보고하는 자리이고, 국정운영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평가와 질의에 겸허히 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신 ‘김치찌개라도 같이 먹자'며 얼버무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5월 2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출입기자단 오찬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3년 5월 2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출입기자단 오찬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언론노조는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지만, 누가 보아도 언론의 질문을 막기 위한 면피용 행사다. ‘토론회'라는 형식이 무색하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말들을 쏟아내면, 참석자들이 ‘우리 지역도 와달라'며 요청하는 식으로 끝난다”라며 “소통강화를 이유로 대통령실까지 이전하더니 정작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출근길 약식 회견을 중단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언론 앞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벌써 14개월 째”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방위적 언론 탄압과 위헌적 국가검열을 획책하며 막가파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아예 언론 앞에 입을 다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어지는 국정 난맥상과 대통령 가족의 부패 혐의 등에 있어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의 설명 책임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며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현업단체들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화하자고 수 차례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는 공식 면담을 요청했고, 여당 당대표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2022년 당시 면담 요청에 대해 대통령실은 ‘언론계와 더 다양하게 소통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면담은 커녕 기자회견조차 개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이라도 언론과의 대화와 토론에 나서라. 지금까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언론과의 발전적인 관계 설정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한편 “용산 대통령실 기자단에 요구한다. 대통령에게 기자회견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한 대통령실 기자들의 책무이, 권리이다. 극단적 남북관계, 흔들리는 서민경제, 악화하는 노동조건, 휘청이는 언론자유, 외신까지 걱정하는 국가소멸 등 국민이 알아야 할 이 수많은 의제들에 대한 최고 권력자의 답변 대신 ‘대통령의 김치찌개 조리법’으로 지면과 방송을 채운다면 이는 언론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오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향신문은 18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은 (기자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며 “국정에 관한 모든 것을 얘기할 준비가 돼 있지만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준비가 된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한 장고는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재의요구권(거부권),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 등이 고려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윤 대통령이 17일 주요 수석비서관 및 핵심 참모진과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고 전하는 한편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곧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방침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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