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은 200일을 채우지 못했다.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이 사라지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개월은 스스로 ‘소통창구’를 닫거나 무시하며 국민과 멀어져 왔다는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였던 5월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192일간, 횟수로는 총 61번의 출근길 문답을 진행했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이 별도로 분리돼있던 청와대와 달리,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있는 용산 대통령실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반대 여론 속에 용산으로 옮겨온 대통령실은 ‘출근하는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을 대통령실 이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1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웠던 대통령을 매일 볼 수 있는 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질문’ 보장 안 되는 출근길 문답

기자들의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는 출근길 문답의 장점은 명확했다. 다른 정부기관보다도 폐쇄적인 공간에서 질의응답이 이뤄졌던 청와대 시절에 비해, ‘공개질문’을 던져야 하는 기자들 입장에서도 국민 여론과 괴리가 큰 질문을 고집하기 어려웠다. 출근길 문답 초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질문을 열심히 한다’는 반응은 한동안 기자들의 질문 의욕을 높인 측면이 있다. 물론 지난 8월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친 한 기자의 사례처럼, 출입기자와 정치권력간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6월 출근길 질의응답을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6월 출근길 질의응답을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러나 선택적으로 답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출근길 문답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냈다. 앞서 윤 대통령에게 “파이팅”을 외쳤던 기자는 답변을 끝내고 돌아선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질문 할 기회를 얻었다. 반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비속어 발언 보도를 이유로 대통령 전용기에 타지 못했던 MBC 기자는 18일 MBC 보도가 악의적이라는 대통령에게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여권 등 보수세력으로부터 온갖 비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 인사문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한 적 없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출근길 문답을 없애는 과정 또한 대통령실이 인정하지 않는 언론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18일 MBC 기자의 질문과 이후 그를 제지하려 든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의 ‘고성’은, 과거 춘추관장격인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의 사퇴로 이어졌다. 당시 MBC 기자를 제지한 이기정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집권여당의 기자 출신 정치인들은 해당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며 역시 ‘예의’를 논했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간사단에 MBC 기자 징계 논의를 요청하고, 이것이 무산됐음에도 또다시 “자정노력”을 요구해 기자들간 편가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 여론 듣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불허한 조치에 대해 4개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응답자의 65%,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응답자의 63.0%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두 조사에서 모두 18세~69세 응답자 과반, 자신을 ‘보수’라 밝힌 응답자를 제외한 진보·중도층의 과반이 대통령실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했다.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정치권력을 향해 견제와 질문을 한다면, 여론조사는 국민적 여론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언론과 여론 모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관련한 대표 사례로 인사문제를 들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인사 실패’ 비판이 높았던 7월 출근길 문답에서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인사문제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고 답했다.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낮은 지지율 이유로 인사가 꼽히는데 개선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국면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1월18일 사실상 마지막 출근길 문답이 진행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11월18일 사실상 마지막 출근길 문답이 진행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마 및 사퇴에 이어 박순애 부총리까지 사퇴하면서 ‘인사 실패’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100일 기자회견 며칠 뒤 홍보수석을 교체해 ‘원인 분석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지율 하락과 인사 논란의 문제를 언론과의 소통 문제로 돌린다는 우려는 이때 이미 표면화됐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국민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충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6개월 넘는 동안 정부 행사, 기념일, 국가적 재난 상황 등을 제외하고 마련한 자리는 기업, 군, 공무원에 집중됐다. 이 집단에 해당되지 않는 청년들과의 접점은 9월 자립준비 청년과의 만남이 유일한 셈이다. 이 밖의 일정은 발달장애인 2회, 다문화가정 지원시설 방문 1회,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 방문 1회 등이다. 다양한 시민사회, 노동계, 여성계 등과의 만남은 사실상 전무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로 만든 플랫폼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지난 6월 ‘국민제안’을 신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익명의 게시자가 올린 글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글에 대한 동의 수와 정부 답변 등을 공개한 것과 달리, 국민제안은 비공개·실명제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우수 국민제안 3건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한다던 계획은 무산됐고, 우수제안 후보군(TOP10)을 선정하는 심사위원회는 비공개됐다. 국민제안 홈페이지는 3개월 넘도록 방치되다 지난 3일 ‘홈페이지 개편’이 예고됐다.

비판을 회피하고 누르는 대통령

무엇보다 불편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야권과의 만남 회피가 단적인 예다. 그간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시정연설 전 환담,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 등을 제외하고 야권과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6개월여간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이 2차례, 국민의힘 지도부 등과의 간담회·오찬 등이 5차례 있었지만 영수회담을 비롯해 협치 노력을 다질 만한 자리는 한 차례도 없었다.

▲8월25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8월25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를 배척하는 태도는 대통령실의 일상적인 취재 영역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여러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기존 청와대 취재에서도 아쉬움이 많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비판적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 사이 간극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비판적 기사를 쓴 매체에 대해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을 넘어,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매체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제한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특정 보도를 계기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거나,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생겼다는 반응은 쉽게 들을 수 있다. 

동시에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취재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MBC를 제외한 해외 순방 취재진도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기내 간담회나 현지에서의 대통령 질의응답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기내에서 친분이 있었던 기자 2명을 불러 따로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남은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청와대의 경우 중요한 해외순방 일정이 있으면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대변인실 관계자 등이 청와대 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곤 했지만 이번 순방에서 대변인 브리핑은 현지에서만 이뤄졌다. 

※ 여론조사 상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11월 14~16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ARS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1월 14~16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7명 대상 전화 면접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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