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언론의 근본을 묻고 있다. 배우 이선균 관련 보도는 과연 숨겨진 사회문제를 끌어내거나 이름 없는 고통을 호명하는 과정이었나? 아니면 언론이 비극을 만들고, 키워서, 전시하는 작업이었나? 이는 이선균 관련 보도에서 상당수 매체가 누구에게 더 주목했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공권력과 일부 유튜버의 활동이 지면과 방송을 포함한 포털 공간 대부분을 지배하는 사이, 마약수사 대상자와 그 이면에 숨겨진 ‘치료가 필요한 마약중독자’는 가려졌다. 

지난해 10월19일 경기신문의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란 단독보도 이후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는 끝내 입증되지 않았고, 다음달인 11월24일 KBS는 이선균과 유흥업소 직원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사안은 유명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로 변질됐다. 이선균은 경기신문 보도 70일 만인 지난해 12월27일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이날 TV조선은 유족의 반대에도 고인의 유서를 공개했다. 

이선균 ‘단독’ 보도는 경쟁의 대상이었다. MBC ‘실화탐사대’는 지난해 11월(현재는 삭제 상태) ‘배우 이선균 마약 스캔들’이란 제목으로 유흥업소 실장과 해커의 대화내역 등을 단독보도했다. 이선균 사망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6일 JTBC는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진술>이란 단독보도에서 재차 이선균의 마약투약 주장을 전했고 같은날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흥업소 실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물론 이는 문제적 보도의 일부다. 

▲ 수사기관 입구에 설치해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한 포토라인. 사진=장슬기 기자
▲ 수사기관 입구에 설치해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한 포토라인. 사진=장슬기 기자

키워드 ‘이선균’ 기사는 끝나지 않았고, ‘이선균 협박범’ 기사로 번지고 있다. 수사당국을 넘어 정치권까지 ‘이선균’을 말하게 됐다. 미디어오늘은 서강대 교수 서수민, 문화평론가 손희정, 고려대 BK21 미디어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 이해수,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제정임,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홍남희 등 미디어 연구자 5명(이하 직함 생략)에게 각각 이선균 관련 보도의 문제점과 원인, 대안 등을 들었다. 

‘마약과의 전쟁’과 ‘작위적 익명보도’로 만든 구경거리 

경기신문은 첫 보도에서 ‘톱스타 L씨’라며 익명의 형식을 취했지만 이선균으로 추정할 단서를 기사에 심어놨다. 언론계에선 당사자가 이선균이라는 찌라시가 돌았고, 상당수 매체가 ‘톱스타 L씨’를 추정할 또 다른 단서를 늘어놓거나 느닷없이 이선균 근황 기사를 쓰면서 L씨를 이선균으로 특정했다. 

이해수는 “피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익명화해 언론 윤리를 지키는 듯 했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보도록 한 기사를 단지 실명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익명보도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를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한 “작위적인 익명보도”로 규정하면서 “익명성을 남발·오용하면서 대중이 연예인을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서수민도 “알권리 충족이라고 하지만 이건 선정주의”라며 선정주의를 “안 보여줘도 기사 이해에 지장이 없는 것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형법으로 금지한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제정임은 “공익적으로 피의사실공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운 연예인의 마약혐의 수사를 경찰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한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이선균의 비공개 출두 요청을 경찰이 거부할 만큼 중대한 공적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특히 KBS의 보도에 대해 “아무런 공익적 가치가 없는 비윤리적 보도”라고 평가했다. 

▲ 지난해 11월 KBS 보도 화면 갈무리. 유흥업소 실장의 주장을 통해 이선균의 사생활을 공개한 보도
▲ 지난해 11월 KBS 보도 화면 갈무리. 유흥업소 실장의 주장을 통해 이선균의 사생활을 공개한 보도

손희정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 성과를 보이게 만들거나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으로 수사를 스펙터클(구경거리)로 만든 점”이라고 했다. 홍남희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별 소득이 없었어도 시시각각 전해지고 해당 연예인을 포토라인에 세 차례나 세워 공개망신을 유도했으며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도록 이벤트화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지만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피의사실공표는 공권력과 일부 언론의 공동범죄다. 권력은 스펙터클을 만들어 권력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착시를 가져오고, 언론은 권력의 의도에 올라타 유명연예인을 희생시키는 권한을 얻었다. 과연 마약과 관련한 범죄자를 악으로 놓고 ‘전쟁’까지 벌이는 건 타당한가, 이는 권력의 마땅한 행사인가, 언론은 이러한 권력의 의도에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는가, 유명인의 수사 과정에서 나온 사생활을 보도해도 되는가.  

이선균 관련 보도 목적, 진짜 알권리였나 

마약수사 보도 목적이 마약 근절과 예방이라면, 이선균 보도에서 상당수 언론은 사건을 정확하게 보기보단 권력이 원하는 구도를 답습해 사건을 왜곡했다. 손희정은 “마약 투약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엄벌주의를 강조하고, 특히 투약자가 유명인일 때 수사 홍보효과를 위해 볼거리로 만드는 것은 마약 문제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0일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이선균 보도에 대해 KBS 사회부 팀장은 “유명연예인이 (마약 투약 혐의에) 연루돼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으로 실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 이유를 밝혔다. 이해수는 “언론이 알권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연예인 사생활을 폭로하고 자신의 선정성과 상업성을 포장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KBS 사회부 팀장은 “경찰·연예인 등 입장과 반론을 취재해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반론’을 단순히 이선균의 언어적 발언에 한정하면 타당한 의견처럼 보이지만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입장일 필요가 있다. 이해수는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 보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은 ‘수사받는 입장에선 방어를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어 경찰에 의존하면 불공정한 운동장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번만큼은 무성의한 취재와 특종심리, 지나친 경쟁과 선정주의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KBS 보도는 사건의 성격을 바꿨다. 이해수는 “마약 음성판정이 나오면서 마약 혐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멀어졌고 유흥업소에 드나든 개인적 일탈, 도덕적 평가에 집중되면서 도의적 책임을 묻는 여론재판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 12월27일 TV조선이 고 이선균씨 유서를 공개했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 12월27일 TV조선이 고 이선균씨 유서를 공개했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이선균 사망 이후 키워드 ‘이선균’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해수는 “자살이라는 이유로 더 자극적으로 다뤄져 언론의 상품으로 소비되는 듯 하다”며 “고인의 빈소를 생중계하고 자녀들의 귀국 소식이 속보로 다뤄지며, 검은 옷을 입고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는 연예인을 일일이 사진을 찍어 포토뉴스로 내보냈다”며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향한 질타와 성찰적 목소리도 그가 사망한 이후에 ‘경쟁적’으로 다뤄지는 형국이며 심지어 여야 정쟁으로 이용돼 씁쓸하다”고 했다. 

마약, 처벌보단 치료와 재활 중심 보도 필요

손희정은 “언론이 마약 제공자보다 마약 투약자에게 도덕성을 근거로 과도한 낙인을 찍는 점도 문제”라며 “이런 인식 속에서 마약 투약자의 재활은 점점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사IN(시사인)이 마약 중독 관련 치료·재활을 다룬 기사를 의미있는 보도로 꼽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시사인은 <마약 중독, ‘마약과의 전쟁’ 만으론 끝낼 수 없다>(10월14일), <마약중독 재활센터는 왜 문을 닫았나?>(11월24일), <“법과 제도가 마약 청정국 시대에 머물러 있다”>(11월24일) 등을 보도했다. 

▲ 지난해 시사인의 마약 재활 관련 기사들
▲ 지난해 시사인의 마약 재활 관련 기사들

관련해 서수민은 “영미권에서는 마약을 죄악시하기 보단 ‘치료가 필요한 중독’으로 봐 보건·건강의 문제로 접근하고 복잡한 문제의 본질상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불법 중독의 문제보다 합법 중독물질인 알코로 사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하고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이미지나 자료사진을 쓰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마약을 죄악시하고 처벌수위를 높여도 마약 사용이 줄지 않는다는 통계를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척박한 미디어 환경, 반복되는 문제, 해결할 수 없나 

연구자들은 모두 포털 중심의 미디어환경, 자극적인 보도로 주목을 얻는 문제를 지적했다. “공영방송사를 포함한 전통언론과 유튜브 모두 디지털 주목경제에 뛰어든”(서수민) 상황에서 각 매체를 둘러싼 구조를 지적하지 않을 순 없다. 

서수민은 “우리가 왜 이선균의 사적 대화를 다룬 기사의 제목을 날마다 포털에서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많이 읽은 기사’ 메뉴는 안 읽으려 해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0년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이 피흘리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고 지금도 특정 국가에선 살해당한 사람들의 피흘리는 주검을 그대로 뉴스에서 내보낸다”고 했다. 

포털 등 유통구조의 문제가 언론사의 과오를 줄이진 않는다. 제정임은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윤리기준을 재정비하고 데스크와 취재기자 등 모든 단계에서 재교육을 진행하고 신문윤리위원회 등 윤리기구에서 진행한 심의·제재 결과를 언론사가 적극 보도해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언론단체와 직능별 협회 차원에선 검경수사 관련 취재관행 개선과 규정 정비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선균 사망과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언론사 조직과 전문직으로서 훈련을 거친 기자 집단에 대한 윤리적 기대”(홍남희)가 무너지기 때문에 언론계 자정을 요구하는 반복된 주장은 원론적이지만 마땅하다. 서수민은 “피의자 무죄추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 진심이 담긴 사과와 정정보도 정도는 보편화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비평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해수는 “언론사 독자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 등은 정치·경제·사회분야 사안을 중심으로 뉴스생산 방식을 비평하지만 연예 보도 비평은 좀처럼 의제화하지 않고 오히려 연예보도가 저널리즘 가치를 앗아간다며 폄하되기 일쑤”라며 “연예인을 흥미 위주 관점으로 다뤄온 언론의 태도, 반복되는 비윤리적 취재 관행에 대한 비평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해수는 “그저 연예인의 인권·인격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추상적 차원의 언론 윤리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연예인 사생활 중 어디까지가 공개가능한 정보인지, 그것이 피의 내용이라 할지라도 표현 방식과 프레임이 어떠해야 하는지 등 연예 보도에 반영할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클릭노동’을 담당하는 시민들에게

해외기업인 유튜브는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부족하다. 손희정은 “언론을 참칭하는 사이버렉카가 사람을 비료삼아 돈을 버는 일을 막기 어렵고 조회수가 돈이 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유튜브 등 플랫폼에 법적·도덕적·금전적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희정은 “‘#유튜브도_공범’이란 해시태그가 떠오른다”고 했다. 악성루머·댓글 등 온라인 괴롭힘 문제로 유명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거나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자 SNS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유튜브도_공범’를 달던 움직임을 말한다.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pixabay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pixabay

이는 시청자·독자에 대한 당부이기도 하다. 뉴스 생산자와 유통업자도 결국 ‘클릭노동’을 담당하는 시민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어서다. 

서수민은 “언론인의 감수성이 생겨야겠지만 기사를 보는 독자의 현명함도 요구된다”며 “한국은 워낙 ‘다 봐야 한다’는 생각에 포털 뉴스를 보는데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는) 이 중독을 독자부터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희도 “뉴스의 소비가 나 하나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행위지만 그러한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좋은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대중의 힘을 잘 쓰는 방법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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