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사기 등 각종 범죄 보도에서 언론이 유명인을 대중의 공격 대상으로 삼아 수익을 올리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사회적 관심사’라는 명분으로 유명인 관련 선정적 보도로 클릭을 유도하는 언론에 대한 지적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1월호에서 유명인을 대중의 공격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 언론의 격화된 주목 경쟁 문제를 다뤘다.  

최근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지난해 전청조씨 관련 보도다. 해당 사건은 성전환, 성관계, 사기 등 자극적 요소가 있었기에 언론은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은 ‘단독’을 남발하며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커뮤니티 반응 등을 포털 주요 뉴스로 올려 이익을 얻었다. 김 교수는 “사기 범죄인 사건을 전국민적 관심사로 확대한 것은 일차적으로 언론의 힘이자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 2023년 10월30일 채널A에 출연한 전청조씨. 채널A 유튜브 갈무리.
▲ 2023년 10월30일 채널A에 출연한 전청조씨. 채널A 유튜브 갈무리.

가수 권지용씨 마약 복용 혐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횡단보도서 비틀비틀...마약 혐의 지드래곤 과거 재조명>(조선일보), <“오빠 약했어요?” GD 마약 의혹에 수개월전 영상 재조명>(뉴시스) 등 지난해 언론은 권씨의 평소 행위가 마약 복용 때문인 것처럼 과거 영상에 커뮤니티 반응을 붙여 기사를 내보냈고, 대중은 비난을 이어갔다.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보를 제시해 뉴스 클릭을 유도하는 사례다.

김 교수는 “언론은 대중의 관심사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만 사실상 유명인을 대중의 손쉬운 공격 대상으로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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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언론은 가수 권지용씨의 평소 행위가 마약 복용 때문인 것처럼 과거 영상에 커뮤니티 반응을 붙여 기사를 내보냈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연예뉴스 포털 댓글창이 폐지되자 언론이 유명인의 사건 보도를 사회뉴스로 배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과거 유명인이나 스포츠 선수에 대한 비하와 모욕이 당사자의 심리적 고통을 가중하고 이로 인해 자살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포털에서는 연예나 스포츠 뉴스에 댓글을 달 수 없게 조치했다”며 “하지만 댓글이 클릭 유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 언론사들은 종종 연예인 관련 소식을 사회 뉴스란에 송출하기도 한다. 유명인의 사건 관련 보도는 사회적 사건이라는 논리로 사회 뉴스란에 배치해 유명인을 대중의 공격에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가 인권 침해를 유도하는 행태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공론장에서 공적 주제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취재가 필수적이다. 취재 없는 기사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의제 설정이 힘을 잃었다’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며 “일차적으로 기자가 취재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언론사가 수익률과 클릭 수 위주의 가치 평가를 바꿔야 하지만, 저널리스트 정체성 차원에서도 언론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객관성 훼손하는 ‘알려졌다’, ‘전해졌다’ 피동형 서술어 사용 자제해야

유명인 사건·사고 보도에서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피동형 서술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역시 <신문과 방송> 1월호에서 “‘말했다’와 같이 주체가 드러나는 서술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거나, 취재원이 아예 없을 때 사용하는 ‘알려졌다’와 같은 피동형 서술어는 사건·사고, 범죄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익명 뒤에 숨은 취재원이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하려고 할 때 피동형 서술어로 포장된 그릇된 정보가 언론의 마이크를 통해 유령처럼 유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수사기관 입구에 설치해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한 포토라인. 사진=장슬기 기자
▲ 수사기관 입구에 설치해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한 포토라인. 사진=장슬기 기자

범죄 보도의 경우 ‘범죄 주변’이 아니라 ‘범죄 자체’에 대한 보도로 범위를 한정하고, 수사 단계에 치중된 기존 법조 보도 시스템을 ‘공판 중심’ 보도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자 공적인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는 ‘범죄행위 그 자체’다. 범죄가 발생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규명하고 공론화를 통해 적절한 사회적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며 “범죄 규명에 필수적이지 않은, 더욱이 확인되지도 않은 범죄자의 병력이나 국적, 과거의 어떤 발언, 특정한 속성, 주변 사람들의 어설픈 입담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은 물론이고 범죄 가해자나 그 가족에 대한 보도 역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익명 보도 원칙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언론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신상이 공개되는 범죄의 유형과 절차를 엄격하게 정한 법적 기준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의 태도도 일반 시민이 연루된 범죄의 경우 익명 보도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건·사고, 범죄 보도의 품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사와 언론단체의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며 “유명인의 사건·사고, 범죄와 관련한 피의사실 정보가 누구에 의해 생산됐든 결국 해당 정보의 최종 출구 결정자는 언론이다. 언론은 관련 정보의 공익성과 진실성을 따져야 할 뿐만 아니라, 범죄 가해자가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서사를 펼치기 위해, 혹은 수사기관 등이 특정한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언론의 마이크를 빌려 쓰려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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