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솔직히 방송통신위원장별로 안 하고 싶으시죠?”라고 묻자, 김 후보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질문은 김 후보자가 방통위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를 해오다 후보로 지명된 사실을 지적하며 나왔다.

27일 김홍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소영 의원은 “후보자님은 지난 7월에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되고 5개월 반 만에 사임하셨다”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후보자가 권익위원장으로서 하셨던 말씀 기억하시나? ‘이 공직을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은인자중하고 근신하면서 잘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역대 가장 재임 기간이 짧은 초단기 위원장이 되셨다. 6개월 만에 전혀 관련도 없는 방통위원장을 하시겠다고 본인이 임명받아 수행하던 직무를 버리고 지금 이 자리에 와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소영 의원은 “국가기관장을 이렇게 깃털처럼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이냐? 국민 앞에서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은 허언이었던 것이냐. 보수 언론에서조차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자체로 무거운 국민권익위원장의 공직을 6개월 만에 내려놓은 것에 대해서 국민들께 정식으로 사과하실 생각 없으시냐?”고 물었다.

김홍일 후보자는 “권익위원장이든 또 방통위원장이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그렇게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아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도 이렇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소영 의원은 “후보자님~ 솔직히 방송통신위원장 별로 안 하고 싶으시죠? 속마음은 안 내키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청문회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김홍일 후보자도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다 “솔직히 그렇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이 의원은 “저라면 정말로 피하고 싶을 것 같다. 67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생소한 분야인데 늦깎이 도전치고는 좀 무리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성심껏 정성껏 하겠다”고만 했다.

재차 이소영 의원은 김 후보자의 방송통신 분야 무경력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보낸 인사청문 요청 사유서를 보면 2장도 안 되는 짧은 문서인데 요청 사유가 이렇다. ‘검사로서 수사 역량 인정받았음’ 이게 제일 이상한데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임. 그래서 미디어 복지를 구현할 적임자임. 법조인으로서 법률 전문성을 토대로 잘할 거다’ 이게 내용의 거의 전부”라며 “법률 전문성과 수사 경험을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의 근거로 얘기하는 내용인데, 법률 전문성 말고 다른 어떤 지식이나 경험은 없다고 답변을 하셨기 때문에 후보자의 일생인 27년간의 검사 생활 그리고 10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볼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 분야 수사 경험 없음. 변호사 시절 변론 경험 없음. 그 외에 관련 경력도 없음. 말하자면 문외한이신 거죠?”라고 물었다.

김홍일 후보자는 “경험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이소영 의원은 “네 문외한이라고 하는 거다. 이렇게 문외한인 분이 어떤 분야의 총괄 컨트롤 타워가 돼도 되는 건가? 대한민국이 이렇게 운영돼도 되는 건가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김홍일 위원장은 “방통위에 많은 전문가들도 계시고,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그런 법률적인 전문 지식이나 그다음에 규제와 관련된  그런 경험을 토대로...”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저도 법대 나왔거든요. 근데 법과 원칙도 시장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제대로 적용할 수가 있다”며 “27년 동안 주로 강력부 조폭 때려잡고 마약 수사하고 그걸로 정말 유명하셨던 것 같다. 조폭들 소탕했던 경험은 방송통신위원장 직무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시나?”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수사야말로 가장 가장 중요한 규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사하듯이 방송통신 규제를 하실 건가? ‘혹시 조직적으로 정권 비판하는 기자들 소탕하는 것은 아니냐?’는 댓글이 있다”며 “저는 공감이 갔다. 세종 형사팀 변호사 경험은 방송통신위원장 직무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겠나? 혹시 방송사 사주들 편 들어주고 변호하는 데만 도움 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은 또 “윤석열 정권 두둔하고 옹호하던 보수 언론들 일제히 맹폭하고 있다”며 “12월 7일 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 ‘방통위원장까지 검사 출신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계속 이렇게 하면 실패한 정부가 된다는 내용이다. 12월 7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방통위원장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해야’다. 후보자님, 이 정부의 인사가 대통령의 검찰 측근들 돌려쓰기 인사라는 이 사설 내용 인정하시느냐?”고 물었다.

김홍일 후보자는 “저에게 맡겨진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그리고 훌륭하게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최선 다하라고 있는 공직이 아니다. 문화일보, 중앙일보 다 읽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보수 언론들 사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검찰공화국이다. 야당이 쓰던 단어인데 지금 이제 보수 진영까지 쓰고 있다”며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대통령은 보수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 그러면 지명 제안을 받았어도 겸손하게 자중하면서 사양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이라도 과욕을 버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후보자는 “앞으로 열심히 잘 하겠다”고 답했다.

영상은 이소영 의원 질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김 후보자 모습이 담긴 도입부와 두 사람의 전체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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