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의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자가 다시 이동관의 후임으로 등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통신 정책기구 수장에 취임하려는 자가 관련 경력이 일천하고,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12월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12월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는 김홍일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27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김 후보자를) ‘자수성가’ ‘소년가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방통위원장에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노조를 포함한 언론 현업단체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지명 철회 요구에도 인사청문회 날까지 일언반구 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는 여당의 재보궐 선거 패배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국민은 늘 옳다’며 머리를 조아렸던 윤 대통령이 속으로는 여전히 언론장악과 독재 통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김홍일 후보자의 서면답변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노동조합 등 특정세력이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며, 박민 사장 체제 KBS의 독립성 훼손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또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에 대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권 언론탄압 논란에 대해 “정부는 출범 이후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답변서에서 드러나는 그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사슴을 두고 말이라고 일컫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이런 태도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으니,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뒤에 보일 행보도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김 후보자가 공영방송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불법적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국민권익위가 방통위에 이첩한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조사 건에도 ‘셀프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김 후보자는) 방통위와는 독립된 민간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반헌법적인 ‘허위조작정보 심의’를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영방송과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 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지렛대로 삼아 비판 보도의 목줄을 쥐려고 들 것이다. ‘김홍일 절대 불가’의 사유는 이외에도 차고 넘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소신도 식견도 없는 김홍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당신의 양심을 직시하라”며 “당신이 맡아서는 안 되는 자리에 앉기 전에 명예롭게 물러나라. 이동관이 뛰어들었던 불명예의 수렁에 구태여 당신까지 몸담을 이유가 있겠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김홍일 후보자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뒤를 이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말살, 언론 탄압 선봉꾼 자리를 맡으러 오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리는 방통위원장 취임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의 무자격, 자질 없음을 시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어제 KBS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칭송하는 방송을 송출했다. 소중한 공공재인 국민의 전파를 타고 ‘윤비어천가’가 나온 현실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이는 이동관 체제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붕괴시키고 해체해 박민 KBS사장을 내리 꽂은 결과인데, 이젠 BBK 면죄부 검사이자 ‘대통령의 술 선배’ 김홍일이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방통위 수장으로서 어떤 자격도 갖추지 못한 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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