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작성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는 단 한 줄도 방송·통신 관련 이력이 없다. 2014년 당시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가 통신 관련 경력이 일부 있었음에도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김홍일 후보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도 지명 후 2주 가까이 국민권익위원장을 겸직해온 문제, 권익위원장 시절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관여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 등 무혐의 처분 후 훈장 수여, 검찰 퇴직 후 49억 원 재산 증가, 삼성 노조 파괴범 변호 이력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하기로 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오늘 회의 전까지 43개 기관에 대해 총 1716건의 자료제출 요구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 후보와 관련해 과도한 자료제출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전문성 부족 문제가 가장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의 방송·통신 이력 대신 ‘자수성가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에 송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후보는 과거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다양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 통신 분야 국민 불편 사항을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효성 있는 국민 피해구제와 미디어 복지 등 디지털·미디어 동향을 구현할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관련 수사나 업무 경험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변호사 출신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변호사 출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변호사 출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최성준(2014년) 한상혁(2019년) 전 방통위원장도 법조인 출신이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김 후보의 전문성이 더 떨어진다.

2014년 청와대는 최성준 전 위원장 내정 브리핑 때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전문성과 경험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최 전 위원장이 특허법원 부장판사,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한 점과 통신 관련 판결 경험도 ‘전문성’을 입증하기 위해 거론됐다. 그럼에도 당시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축구감독이 필요한 데 아이스하키 감독을 배치한 것처럼 어리둥절한 인사”라고 했고 청문회에서도 ‘전문성 부족’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방송법 전문 변호사였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활동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경력이 있어 전문성 논란이 제기되진 않았다.

과거 수사 이력도 청문회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김 후보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과 다스 주식 차명보유 의혹을 수사했다. 검찰은 대선을 2주 앞두고 ‘무혐의’ 처분했고,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김 후보는 MB정부 출범 두 달 뒤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7대 대선 관련 사건을 중립적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YTN이 보도한 “[단독] ‘BBK 면죄부 논’ 김홍일...MB 취임 두 달 뒤 “중립 수사” 훈장” 제목의 기사.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9일 YTN이 보도한 “[단독] ‘BBK 면죄부 논’ 김홍일...MB 취임 두 달 뒤 “중립 수사” 훈장” 제목의 기사.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김 후보가 ‘삼성 노조 파괴사건’ 당시 삼성 임직원을 변호한 이력도 논란이 됐다. 지난 18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세종 소속 변호사였던 김 후보는 17명의 변호사와 함께 노조 탄압 의혹을 받는 피의자인 삼성 임직원 10명을 변호했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윤 대통령이었다. 뉴스타파는 “검찰은 피고발인 신분인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등 삼성 오너 일가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삼성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김홍일 변호사를 고용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를 ‘오랜 기간 다양한 조사 및 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피해 구제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방송통신 분야 불공정거래 등에 따른 복잡 다양한 이용자 불편 해소에도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이라고 적었다”며 “그러나 뉴스타파가 취재한 변호사 김홍일은 주로 국민이 아닌 기업의 편이었다”고 했다.

김 후보 체제의 권익위가 이동관 체제 방통위의 ‘언론장악’을 어떻게 도왔는지를 포함해 권익위원장으로서 행보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엄청난 땅 투기를 하거나 그런 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김 후보는) 아직까지 현직 권익위원장이다. 겸직 논란을 비롯해 권익위원장 업무 시절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관여한 것이 절차적으로 적절했는지, 김건희 여사 관련 권익위 대응 등 권익위 업무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 후보는 아직도 권익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이임식을 마친 후에 지난 11일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이임식 일정은 취소됐다. 이후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했다.

지난 7월 출범한 김 후보의 권익위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및 김석환 이사, 정민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등에 대해 김영란법 또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각각 2달 내에 결론을 내렸다. 논란이 제기되거나 신고가 접수되면 속전속결로 조사에 나선 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법 위반’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이에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 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조사 권한을 이용해서 방송통신계의 정권의 방송 장악에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을 권익위에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검찰을 퇴직한 후 10년 동안 49억 원의 재산을 어떻게 늘렸는지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19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19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참여하는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준비위원회(준비위)는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방송통신정책 문외한이다. 그리고 이미 그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시절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깊숙이 개입한 자다. 권한을 남용해서 조사권을 남용해서 공영방송 이사들 불법 해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자”라고 했다.

준비위는 “윤 정권은 방송·통신에 관한 경력이 전무한 그를 지명하며 수식어를 찾고 찾은 끝에 ‘소년 가장’ 운운했고, 김홍일 스스로도 첫 출근길에 ‘법률 지식과 규제 경험으로 성실히 업무에 임하겠다’며 자신의 자격 없음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12월 말에 허가 기간이 끝나는 KBS 2TV·SBS·MBC 등 지상파 3사를 포함한 34개사 141개 방송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닥쳐있고, 앞서 보류된 YTN의 최대주주 변경 절차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을 ‘무면허 운전자’ 김홍일이 다루게 된다면,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방통위원장 후보 김홍일 권익위원장, 언론장악 어떻게 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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