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흥행 이후 쿠데타 신군부의 2인자 노태우를 현 정부의 2인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빗댄 칼럼들이 나오고 있다. 19일, 중앙일보는 한 장관이 제2의 6·29 선언을 각오해야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겨레에는 <전두환 노태우 윤석열 한동훈>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3호 인재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총경을 영입했다. 조선일보는 류 전 총경이 경찰의 중립성이 훼손되면 신뢰가 무너져 경찰 조직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는데 야당행으로 본인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람이 됐다고 비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4대종교계가 지난 18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달라며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서 사진기사와 함께 전했고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법무부-국제형사재판소(ICC) 고위급 공동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법무부-국제형사재판소(ICC) 고위급 공동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한동훈, 전두환-노태우

국민의힘이 지난 18일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여하는 연석회의에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한다는데 공감대는 이뤘지만 ‘비상대책위원장 추대’엔 합의하지 못했다. 당내 이렇다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한동훈 비대위’설은 당분간 계속 나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한동훈식 6·29 선언은 가능한가>라는 최민우 정치부장 칼럼에서 “한동훈 장관을 향한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판에 동의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보스형이라면 한 장관은 지독하리만큼 깔끔한 관리형이고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비동의 강간죄 공방에서 보듯 젠더 이슈에 대한 이해가 높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면 가장자리에 서는 등 탈권위적 연출도 능하다”라며 “오십을 갓 넘었지만 ‘꼰대’보다는 ‘젊은 오빠’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 19일자 서울신문 만평
▲ 19일자 서울신문 만평

최 부장은 “이 시점, 정작 중요한 건 잡음 없이 한동훈을 추대하느냐가 아니라 한동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며 “큰형님처럼 자신을 품어 주었던 윤 대통령에게 때론 쓴소리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라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 이를 한 장관이 깰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여권엔 금기어가 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입장 표명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디올 백 논란에 대해 예전처럼 ‘잘 알지 못한다’고 꽁무니를 뺐다가는 그날로 ‘한동훈 비대위’는 휘청거릴 게 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리스크’를 제어할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제2의 6·29 선언을 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서둘러 접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6·29선언은 전두환 정권이 1987년 6월 항쟁 결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인 것을 말하는데 당시 정권 2인자였던 노태우 민정당 총재가 이를 발표했다. 6·29선언 발표는 노태우로선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발판이 됐다.

▲1996년 8월26일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판 시작에 앞서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1996년 8월26일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판 시작에 앞서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의 칼럼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김영삼 대통령이 숙청하면서 그 권력의 공백을 검사들이 채워나갔다면서 신군부와 하나회를 특수부 검사들과 ‘윤석열 사단’에 비유했다. 

성 기자는 “한동훈 비대위가 총선에서 이길 수도 있다. 선거는 전쟁이다. ‘손님 실수’로 이기는 경우도 있다. 민주당이 분열하거나 제풀에 주저 앉으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반사이익을 거둔다”면서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면 윤 대통령에게 좋은 일일까? 그렇지도 않다고 본다. 지금 윤 대통령이 가진 절대 권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임덕이 빨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 기자는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국민에게 져주는 것”이라며 “민심은 검사 출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킨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인 출신 대통령 시대를 오랫동안 살았다. 잘못하면 윤석열-한동훈 검사 출신 대통령 시대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상상만해도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조선 “이용당한 총경회의”

조선일보는 사회부 기자의 칼럼 <이용당한 ‘총경회의’>에서 “류 전 총경은 이른바 ‘총경 회의’를 주도하며 경찰국이 경찰 조직을 망가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경찰국 출범 1년 반이 지난 지금, 류 전 총경이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사이 급격하게 변한 건 류 전 총경의 신상”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 7월 좌천 인사를 당했다며 사직서를 낸 후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에 “경찰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방향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책을 쓰겠다”고 했고 “경찰의 근간은 정치적 중립, 한쪽 정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쪽을 바라보면 중립이 훼손되고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사례도 언급했다. 황 의원은 울산경찰청장 재직 때인 지난 2018년 ‘청와대 하명’으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을 수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는데 황 의원이 지난 2020년 민주당 공천을 받게 된 것은 ‘하명 수사’에 대한 보은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경찰 간부도 정치를 할 역량을 갖고 있지만 수사권을 남용하고, 행정권에 반기를 드는 방식으로 한쪽 진영에 잘 보인 뒤 거기서 공천받아 국회 입성을 노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류 전 총경은 중립성이 훼손되면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경찰 조직이 무너진다고 했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이는 그 자신이었다”고 비판했다. 

▲ 19일자 경향신문 만평
▲ 19일자 경향신문 만평

이태원 참사 유족, 특별법 통과 요구 오체투지

이태원 참사 유족 등은 오체투지 행진을 국회 담장을 따라 이어갔다.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키라는 요구다. 오체투지는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 등 신체 5곳을 땅에 대며 온몸으로 절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향신문은 1면 <온몸으로 묻는다, 아이들은 왜 죽었나>에서 “유가족 10여명을 포함한 30여명의 종교계 관계자 및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장을 따라 2.5km를 오체투지하며 나아갔다”며 “10·29를 의미하는 오전 10시29분 기자회견을 시작한 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출발한 이들이 다시 농성장으로 되돌아오기까지는 꼬박 2시간30분이 걸렸다”고 전했다. 

▲ 19일자 경향신문 1면
▲ 19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골자는 참사 발생 원인,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에 대해 독립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는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4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지난 8월31일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갔지만 국민의힘 반발로 법사위에선 90일간 논의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진상조사를 빼는 대신 피해자 보상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유족들은 이에 반대했다. 

한겨레는 2면 <이번엔 국회 응답할까, 온몸으로 외치는 “이태원 진상규명”> 기사에서 유족들의 오체투지 소식을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159시간 비상행동’에 들어가 국회 앞 천막에서 농성중인데 오는 20일까지 매일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겨레는 사설 <이태원 유족을 이 한파에 맨땅에 엎드리게까지 하나>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은) 이제와서 생색내기용 특별법을 발의할 게 아니라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협조해야 한다”며 “여야는 오는 20일 이태원 특별법을 제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회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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