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을 두고 논란이 많다. 방송통신 관련 업무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검찰 공화국’ 비판 속에서 또다시 ‘검사 출신’이 내정되니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법조인’ 출신의 강점을 강조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방통위의 정책과 규제에 대해 법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에 법조인 출신이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시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법적 미비로 인한 논란이 지속돼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등장한 후보이기에 ‘법조인’이라는 정체성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 2023년 12월6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 2023년 12월6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는 지난 4일 <다시 법조인 수장 거론되는 방통위…본질은 ‘실수 없는 규제’> 기사를 냈다. 이번 지명에 관해 “‘실수 없는 규제’ 정책을 펴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법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크고 작은 실수가 있을 경우 소송과 거센 비판 여론 등으로 이어져 정부 차원에서 큰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개혁과 가짜뉴스 근절 등 방통위가 주력해온 정책과 사업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권 입장에서는 시급한 과제임과 동시에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규제 업무”라고 했다. 

김홍일 후보의 ‘법조인 출신’ 강점을 방통위 업무, 특히 현재 방통위 과제와 연결지은 것인데 여기에는 몇가지 따져볼 지점이 있다.

첫째, 법조인은 다 같은 법조인인가

역대 방통위원장 중 법조인은 최성준, 한상혁 전 위원장 두 명이다. 최성준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한상혁 전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같은 법조인으로 분류되지만 주된 경력이 검사인 김홍일 후보는 엄밀히 분류하면 수사 전문가이다. 2014년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 내정 당시 청와대는 “판사 재직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여 발탁했다”고 했다. 여러 의견을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 후 공정한 처분을 내리는 역할이 접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홍일 후보는 ‘수사’가 주된 경험이라는 점에서 최성준 위원장 때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현재 방통위에 경찰과 감사원 등 인원이 파견돼 언론과 언론기관에 과잉 검사 및 감사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서 검사 출신 방통위원장 내정은 언론을 향한 압박성 드라이브로 비칠 수 있다. 

▲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둘째, 법조인 출신 위원장들은 모두 전문성이 없었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법조인을 지내면서 전문성을 쌓았는지다. 2014년 최성준 전 위원장도 전문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김홍일 후보에 비교하면 업무 연관성이 크다.  2014년 청와대는 최성준 전 위원장 내정 브리핑 때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전문성과 경험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최성준 전 위원장이 특허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하고,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장을 맡은 점, 그리고 통신 관련 판결 경험도 ‘전문성’을 입증하기 위해 거론됐다.

변호사 출신 한상혁 전 위원장은 방송법 전문 변호사였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활동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경력이 있어 전문성 논란이 제기되진 않았다. 그러나 김홍일 후보자 내정 자료에는 방송통신 관련 수사 경험조차 언급이 돼 있지 않다. 

셋째, 법조인 출신 위원장은 정말 법적 실수가 없나. 

법조인 방통위원장은 법적 실수를 하지 않을까. 비법조인 방통위원장이라서 문제가 생기고, 법조인 방통위원장이라서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건 아니다. 부장판사 출신 최성준 방통위원장 때도 법적 문제는 발생했다. 최성준 전 위원장 재직 시절 방통위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KT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KT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방통위는 1~3심 모두 패소했다. 방통위가 과다경품 제공 등으로 LG유플러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건 역시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2014년부터 TV조선·채널A·MBN의 미디어렙이 소유지분 제한을 초과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2017년 재허가가 끝난 뒤에서야 파악해 논란이 됐다. 최성준 전 위원장 체제에서 법적 문제를 3년 간 인지하지 못한 채 허가장을 냈던 것이다. 최성준 전 위원장 재직 시절 공영방송 등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가 추후 여러 판결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방관했다. 

조선일보는 법조인 출신인 한상혁 전 위원장 시절 벌어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변경 의혹을 법조인 방통위원장의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사설에서 “역대 위원장 7명 중 4명이 언론인 출신이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방송사 재승인 점수 조작 같은 범죄가 벌어진 것은 변호사 출신 한상혁 전 위원장 때였다”고 했다. 

넷째, 현재 방통위의 문제가 ‘법적 완결성 부족’인가

법조인 출신 방통위원장 임명이 ‘실수 없는 규제’ 정책을 펴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에는 정작 기존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생략된다. 문제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법적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이동관 방통위 체제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적 기구인 방통위의 반복되는 비극’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전례없는 무리한 시도가 많았다.

특히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지목해 전담 기구를 만들게 하고 최초로 인터넷언론 심의를 하게 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를 만든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한다며 폐간과 재창간, 갈아타기 방지법 등을 입법 과제로 추진했는데 이는 언론 탄압 요소가 강한 위헌적 발상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방통위원장들을 살펴보더라도 이렇게 까지 무리한 규제에 골몰한 사례는 없었다. 보도전문채널 민영화 역시 여론수렴에 앞서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문제는 ‘법적 완결성’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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