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15년 역사상 ‘첫 검사 출신 위원장’이 예고된 가운데 보수신문에서도 김홍일 내정자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 <방통위원장까지 검사 출신, 꼭 이렇게 해야 하나>에서 “현 정부 들어 과거엔 검사들이 가지 않던 자리에 검찰 출신이 임명돼 ‘검찰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인사 추천은 물론,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줄줄이 요직에 들어가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했다. 해당 사설 제목에선 현재 윤석열정부 인사에 대한 답답함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 2과장 시절 중수부장으로 직속상관이었다”며 “방통위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의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독립성 보장은 국민이 보기에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물이 방통위원장이 될 때 더 잘 지켜질 것”이라고 했다. 에둘러 썼지만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대목이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사설 <공직 돌려막기, 기업인 동원… 대통령은 민심 알고 있나>에서 “권익위에 지난 7월 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권익위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했다”고 밝힌 뒤 “그러지 않아도 요직에 검사 출신들이 포진되면서 ‘검찰 공화국’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며 “돌려막기식으로 (김홍일 후보자를) 기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보수신문에서도 ‘검사 출신 돌려막기’에 대한 불만이 나온 것이다.

세계일보는 같은 날 사설 <검찰 출신 방통위원장이 방송 개혁 제대로 할 수 있겠나>에서 “방통위에는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방송을 잘 알고 있어도 순탄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방송 경험이 전무한 김 후보자가 방통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지는 의문”이라며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공적 영역에 능력과 자질을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을 발탁하는 인사가 계속되면 판단도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고 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관련 신문사 사설 제목. 그래픽=안혜나 기자.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관련 신문사 사설 제목. 그래픽=안혜나 기자.

동아일보는 8일자 사설 <방통위원장,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해야>에서 “방송통신 업무는 정책적으로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전문적인 분야다. 이런 자리에 평생 검사만 해온 선배를 앉히겠다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해본 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미디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사해본 경력조차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으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려고 해도 방통위 업무에 대한 정확한 감이 없으면 안 된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진보로 분류되는 한겨레는 7일자 <이동관 후임에 ‘검찰 선배’, 방통위 독립성은 안중에 없나>란 사설에서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수사하듯’ 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엄포”라며 비판했고, 경향신문은 같은 날 <이동관 뺀 자리에 ‘특수통 김홍일’, 방송 장악 계속할 셈인가>란 사설에서 “김 내정자 업무 관련성은 방송사 수사‧제재밖에 없는 듯하다”며 역시 강하게 반대했다.

중도로 분류되는 한국일보는 같은 날 사설 <방통위원장 인사 무리하다>에서 “권익위원장 업무를 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기에 방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변칙 인사의 전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과 우려가 보수‧진보를 막론한 대다수 신문의 논조라는 사실은 그만큼 김홍일 방통위원장 지명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를 반증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윤 대통령 직속상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접점도 찾을 수 없는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검사를 내정한 것을 보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한 뒤 “김홍일 위원장 임명으로 그나마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는 보수 언론, 혹은 보수 진영 내부 언론계 인사들조차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고립”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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