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 4일 기준 누적 관객 465만5000여명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알고 보면 더욱 의미 있는 ‘서울의 봄’과 관련한 10가지 사실을 추렸다.

*드라마 줄거리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30세대, 흥행을 주도하다

독특한 점은 개봉 1주차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의 주목을 받은 점도 특징이다. 지난 4일 기준 CGV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30대가 30%로 가장 많고 이어서 20대가 2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40대(23.2%), 50대(17.2%) 순이다.

▲ 영화 '서울의봄'.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서울의봄'.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심박수 챌린지까지 등장

반란군의 승리가 관객들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오면서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심박수가 어디까지 올랐는지 공유하는 ‘심박수 챌린지’가 번졌다. 영화를 보지 않을 때에 비해 심박수가 크게 오르고, 영화가 절정에 달할 때는 최대 심박수가 178bpm까지 올랐다는 게시글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심박수를 SNS에 올렸다. 

김성수 감독은 12·12의 목격자였다

김성수 감독은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고3 때 우리 집이 한남동이어서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될 때 총소리를 들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며 “30대 중반이 돼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당혹스럽고 놀랐다.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무너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오래된 숙제’에 비유하며 당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의구심’에 재현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 영화 '서울의 봄'.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서울의 봄'.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엔딩곡 ‘전선을 간다’의 의미

김성수 감독은 관객 시사회 GV를 통해 “영화 만들 때 딱 하나는 정해졌다”며 군가 ‘전선을 간다’를 엔딩곡으로 정해놓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음악은 영화 곳곳에 변주돼 재생된다. 1983년, 김성수 감독이 입대했을 때 나온 군가로 12·12 군사반란 당시엔 없었던 곡이다. 김성수 감독은 “군가는 군인들이 총알 쏟아지는데 나가서 죽으라고 하기 위한 노래인데 이 노래는 군인이 슬픔과 아픔을 느끼면서도 전쟁터에 남아있겠다는 음조와 가사였다”며 “군사문화와 군가는 싫어하지만 이 노래는 좋아서 흥얼거렸다”고 했다. 

‘전선을 간다’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 젊은 넋 숨져간 그 때 그 자리 /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영화 첫 대본은 ‘실명’으로 돼 있었다

국방부장관 역으로 출연한 김의성 배우는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모두 실명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첫 대본은 극적 요소는 거의 없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몇몇 인물에 상상력을 더하게 됐고 이름을 바꿨다. 다만 미국에선 실화 기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실명을 쓴다. 한국에서 현대사 영화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소송 등이 영향을 미쳐 실존 인물의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등장인물 개명의 기준은?

‘전두환’의 경우 제작진 투표 결과 ‘전두광’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설정상 빛 광(光)을 쓴다. 각색을 많이 한 인물일 경우 이름을 크게 바꿨다. 예컨대 ‘전두환’과 ‘노태우’는 각각 ‘전두광’과 ‘노태건’으로 한글자씩만 바꾼 반면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의 경우 장태완 사령관과 이름이 한 글자만 일치한다.

▲ 영화 '서울의 봄' 속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서울의 봄' 속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태신 사령관의 기본적인 설정은 유사하지만 극 중 행주대교를 혈혈단신으로 막아선 장면과 마지막 경복궁 앞 대치씬과 바리케이트를 넘는 씬은 허구다. 시사저널이 2006년 공개한 장태완 사령관이 직접 쓴 수기에 따르면 연병장에서 출동 준비를 마쳤으나 자신에 대한 사살 명령이 내려지는 등 대세가 크게 기울어 끝내 출동하지 못했다.

많은 지적 받으면서도 감독이 고집했던 장면

김성수 감독은 시사회 때 “영화가 하이라이트일 때 8분 가까이 주인공들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존재한다. 특전사령관이 부상을 당하고 부관이 총격을 맞아 죽는 장면”이라며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그 장면에 더 주목하고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시면 두 분에 대한 얘기가 나올 거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읽을 수 없다”고 했다. 

두 인물은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김오랑 소령을 모티브로 했다. 정병주 사령관은 예하 공수부대의 반란으로 총격을 맞고 체포됐다. 정병주 사령관을 지키던 김오랑 소령은 사살됐다. 김오랑 소령은 육사 25기이기도 하다. 김성수 감독은 “다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데 가장 넘어갈 법한 두 사람이 절대 안 넘어갔다”며 “이들이 참 군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쿠데타 맞선 군인과 가족들의 영화보다 비극적인 실화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의 축하연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나지만 이후 실화는 더욱 비극적이었다. 정병주 사령관은 강제예편 후 우울증이 생겼고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 이듬해인 1989년 변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 냈다. 김오랑 소령의 아내는 김오랑 소령 죽음 이후 눈이 멀었고 실족사한다.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의 부친은 쿠데타 4개월 만인 1980년 4월 세상을 떠났다. 영화엔 ‘공부 잘 하는 아들’이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1982년 서울대에 합격한 외아들이 할아버지 산소 근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2010년 장태완 사령관은 별세했고 2년 후 그의 아내도 투신 자살했다.

▲ 영화 '서울의봄' 속 오진호 소령.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서울의봄' 속 오진호 소령.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스친 죽음… 정선엽 병장

극 중 국방부 B2벙커를 지키다 한 병장이 반란군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실화임을 암시하는 자막이 뜬다. 실제 정선엽 병장이 사망했다. 2022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정선엽 병장이 지하벙커 초병 근무 도중 총을 넘겨달라는 공수부대(반란군)의 요구를 거절하자 몸싸움이 이어졌고 공수부대원들이 집단적 총격을 가했다. 정선엽 병장은 당초 ‘순직’처리됐지만 사망 43년 만에 ‘전사자’로 인정 받았다. 그가 전사자로 인정 받은 때는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2월이다. 반란군에 속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박윤관 일병도 있다. 이들 두 병사의 명예회복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화장실 장면의 ‘의미’

황정민 배우는 언론시사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화장실신을 꼽았다. 그는 “애매모호한 지문만 있었다. 감독님께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감독과 배우가 촬영을 중단하고 3시간 동안 논쟁을 벌일 정도였다. 김성수 감독은 화장실신의 의미를 “화장실은 더러운 공간이고, 그 곳에 혼자 있을 때 혼자 낄낄대는 게 떳떳하지 못한 사람의 웃음”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