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12.12' 화면 갈무리. 차량 통제로 길이 막힌 한강대교(왼쪽)의 모습과 신문 호외를 뿌리는 소년의 모습(오른쪽). 
▲1993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12.12' 화면 갈무리. 차량 통제로 길이 막힌 한강대교(왼쪽)의 모습과 신문 호외를 뿌리는 소년의 모습(오른쪽).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며 전두환의 1979년 12‧12 쿠데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당시 신문은 극중 ‘전두광의 밤’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호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신문에는 국방부장관 특별담화문 등 ‘승자’의 입장만 담겨 있었다.

▲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조선일보 1979년 12월13일자 호외 제목은 <정승화 총장 ‘시해’ 관련 연행>이었다. 조선일보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관련, 계엄사령관이었던 정승화 육군대장 등 일부 장성 등이 13일 군수사기관에 연행됐다. 군수사기관은 김재규의 수사과정에서 정 장군 등의 관련 혐의가 있어 12일 저녁 7시쯤 서울 시내 정 육군참모총장의 공관으로 출동 정 총장과 수명의 관련 장성을 연행, 구속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1979년 12월13일자 조선일보 호외. 
▲1979년 12월13일자 조선일보 호외. 

조선일보는 “정부는 즉시 육군참모총장 후임으로 육군 중장인 이희성 현 중앙정보부장서리를 대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전했으며 “정 장군 등의 체포 과정에서 국방부 청사에서도 총격이 있었는데, 이는 계엄군을 증가 이동 배치 중 이미 배치되어 있던 초병과의 오인 충돌이었고 사상자도 없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간이어서 전날 상황을 지면에 담을 수 없었던 조선일보 13일자 1면 톱기사 첫 문장은 “최규하 대통령은 13일 오전 새 정부의 조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였다. 

같은 날 동아일보 호외 제목은 <김재규의 시해사건 관련 혐의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조사>였다. 동아일보는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13일 아침 특별담화를 발표,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관련 연행조사 중이며 일부 장성도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는 중앙정보부장서리 이희성 육군대장을 육군참모총장겸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노 장관은 정승화 총장을 군수사기관이 연행하면서 일부 충돌이 있었고 13일 새벽 국방부에서도 충돌이 있었으나 현재는 군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979년 12월13일자 동아일보 호외.
▲1979년 12월13일자 동아일보 호외.

당시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는 12월13일자에서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 기사를 1면 톱으로 배치하고 “노 장관의 특별담화에 따르면 군수사기관은 12일 저녁 7시경 대통령 시해 사건의 주범 김재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김이 숨기고 있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그 진부를 확인하기 위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출동, 정 총장을 연행조사 중인데 그 과정에서 공관 경비경과 충돌이 있었으나 정 총장의 신상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진 기사에서 “워런 크리스터퍼 미 국무차관은 12일 美정부로서는 정승화 계엄사령관 체포 사건이 그동안 진행돼온 한국의 민주 발전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북한에 대해 또다시 새로운 사태를 이용한 모험을 하지 말도록 강력히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13일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체포에 놀라움을 나타냈으나 새 한국사태로 최규하 대통령 정부의 민주화 작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았다”고 보도했다. 

▲1979년 12월13일자 동아일보 1면.
▲1979년 12월13일자 동아일보 1면.

이날 신문에선 시민들의 분위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갑자기 한강 다리의 차량통행이 통제되자 미처 귀가하지 못한 영동 잠실 영등포 김포 지역 시민들은 도보로 다리를 건너 한두시간씩 걸려 집에 돌아가거나 다리 부근 여관방을 빌어 합숙하기도 했는데 이날 밤 각 언론기관에는 ‘다리 통행이 차단됐으니 무슨 일이냐’는 등 문의 전화가 새벽까지 쇄도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2월13일자 1면 <시민들 표정 충격적 뉴스에 또한번 놀라> 기사를 통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일부 군 장성이 박 대통령 시해 사건에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전해진 13일 아침 시민들은 경악감을 감추지 못하며 잇달아 나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12월13일자 1면 기사에서 서기원 대통령 공보수석은 “모든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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