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야당 단독 처리 전에 사퇴하자 “사필귀정”(경향신문), “꼼수사퇴”(한겨레) 등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억지 탄핵’을 추진했다며 야권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 위원장은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라고 말했다.

‘언론장악’ 이동관 부담? 한겨레 “총선 앞 ‘방통위 지키기’”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업무 마비를 부담스러워했다는 분석이다. 탄핵안이 처리되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개월 위원장이 공석이지만 위원장 사퇴 후 윤 대통령이 새 인물을 임명하면 한두 달 내 여권 다수 방통위 구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방통위는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와 유진그룹의 YTN 인수 등 현안을 안고 있다.

▲ 2일자 한겨레 5면 기사.
▲ 2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이동관, 탄핵안 표결 직전 사퇴…총선 앞 ‘방통위 지키기’> 기사에서 “여당 안에서는 ‘방송 장악 폭주’ 이미지가 강한 이 전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총선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존재해왔다”며 “사퇴를 감수하면서 여권이 ‘방통위 지키기’를 택한 것은 방통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과 각종 제재 권한을 갖고 있어, 총선 앞 여론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윤 대통령은 후임 방통위원장을 이르면 다음주 개각 때 함께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탄핵 무산시킨 이동관 ‘꼼수 사퇴’, 방송 장악 폭주 계속하겠다는 건가> 사설에서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방송 장악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여권의 속내를 보여준다. 이 위원장이 잇따른 무리수로 불과 석 달여 만에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취임한 뒤 한국방송이 ‘땡윤 방송’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탄식이 들리지 않는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동관 탄핵에 ‘거야 횡포’ 운운하기 전에,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 2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2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언론탄압’ 비판을 받았던 이 위원장 행보도 다시 조명됐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향신문은 1면에서 “언론장악 기차는 계속”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를 인용했다. 언론노조는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들을 불법 해임하고, 그 자리에 구시대 적폐 인사들을 임명해 공영방송을 ‘친윤 어용’ 방송으로 망쳤다. 정권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획책하는 반헌법적 범죄를 저질렀다. 100일 채 안 되는 기간에 저지른 만행은 사퇴 줄행랑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장악 기술자’로 소개되는 등 처음부터 말이 많은 인사였다. 경향신문은 “지명 전부터 부적격 인사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 등을 지내며 언론 통제를 주도한 전력 때문”이라며 “100일도 못 채우고 탄핵 논의를 자초한 그의 사퇴는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이어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그를 임명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총선용 억지 탄핵… 가짜뉴스 단속도 어려워진다”

▲ 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반면 다수 아침신문은 이 위원장 사퇴를 놓고 민주당의 ‘무리한 탄핵 추진’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 기사를 내고 민주당이 ‘무한 탄핵’을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끝내 탄핵 강행 무리수 둔 민주당>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소위 ‘가짜뉴스’ 단속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사설 <총선용 억지 탄핵이 일으키는 국정 파란>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당 계산은 헌재 판결이 내년 총선 때까지 나오기 힘든 만큼 그때까지 방통위를 마비시켜 현재의 유리한 방송 구도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말로 예정된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등 주요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지고, 가짜 뉴스 단속도 어려워진다”며 “‘탄핵 중독’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검사 탄핵은 역사상 두 번째인데 그 두 번 모두 민주당이 최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2일자 국민일보 사설.
▲ 2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끝내 탄핵 강행 무리수 둔 민주당> 사설에서 “탄핵이 다수당의 화풀이용이나 힘자랑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했다. 중앙SUNDAY 사설 제목은 <탄핵 폭주와 거부권 악순환에 갇힌 정치>이다. 중앙SUNDAY는 “취임(8월28일) 석 달 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이 탄핵당할 정도로 명백한 법적 흠결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방통위 독립성 침해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개입 주장 등 민주당이 내놓은 사유는 그런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윤석열 4번째 거부권 행사… 여야 극단 대치에 사라진 민생

▲ 2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 2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논조도 엇갈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4월 양곡법, 5월 간호사법까지 포함해 취임 1년 6개월 만에 벌써 네 번째 거부권 행사다.

보수신문은 잇따른 거부권 행사의 책임을 국회에 뒀다. 중앙SUNDAY는 사설에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정의를 무리하게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과도하게 제한해 산업 현장에 갈등이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방송3법도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친야 성향 단체에 방송사 사장 결정권을 주는 ‘꼼수 법안’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도 꺼렸던 법안을 여야가 바뀌자 야당이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 2일자 세계일보 1면 기사.
▲ 2일자 세계일보 1면 기사.

세계일보는 “거대 의석을 무기로 한 입법 폭주”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이 자기 지지층을 겨냥한 입법을 강행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러는 사이에 정작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민생·경제 법안 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을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노란봉투법·방송법 또 거부권 행사, 불통·독선 국정이다>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남발하는 건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불통·독선적 국정 운영이 변하지 않았음도 보여준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 2일자 한겨레 6면 기사.
▲ 2일자 한겨레 6면 기사.

경향신문은 “사용자 범위를 원청 기업으로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에 수차례 권고했고, 지난 6월 대법원 판결로 정당성이 인정됐다”며 “방송3법은 KBS·MBC·EBS의 이사회 구조, 이사 추천 권한, 사장 선출 방식 등을 바꿔 공영방송에 정치권력 입김을 줄이자는 내용인데, 국민의힘도 야당 시절에 요구한 바 있다”고 했다.

한겨레도 <노란봉투법 좌초시킨 정부, 더 큰 노정 갈등 부를 것> 사설을 내고 “노동계뿐 아니라 노동법 전문가들도 노란봉투법이 이미 사법부에서 확립된 법리를 입법화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자율 교섭의 틀을 확립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노사 갈등을 줄이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며 “초지일관 노사 법치주의가 중요하다고 외쳐온 윤 정부는 결국 재계 요구만 듣고 노란봉투법을 무산시켰다. 정부가 누구를 향하는지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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