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 사진=사진=gettyimagesbank
▲ 취재. 사진=사진=gettyimagesbank

한국 언론인들이 생각하는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요인’ 1위는 광고주였다. 언론인 62.4%는 언론자유를 가장 크게 제한하는 요인으로 광고주를 뽑았다. ‘정부·정치권’을 꼽은 응답자는 50.0%로, 2021년 조사 결과(32.4%)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언론인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30일 2년에 한번 발표하는 ‘2023 언론인 조사’ 결과를 내놨다. 언론인들에게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를 5점 척도(5점에 가까울수록 긍정적)로 묻자 △영향력 3.57점 △자유도 3.16점 △신뢰도 2.92점 △정확성 2.89점 △전문성 2.73점 △공정성 2.58점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대한 영향력은 잘 인식하고 있으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언론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을 물은 결과 △광고주 62.4% △정부·정치권 50.0% △사주·사장 41.5% △편집·보도국 간부 41.1% △언론관련 법·제도 32.0% △자기검열 27.5% △이익단체 20.9% △독자·시청자·네티즌 14.4% △시민단체 8.6% 순으로 나타났다. 광고주의 경우 지난 조사와 동일했으나 정부·정치권이라는 응답은 지난 조사 대비 17.6%p 증가했다. 언론관련 법·제도를 꼽은 응답자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인 올해 7월5일부터 10월6일까지 진행됐다.

언론인 직업 만족도는 2021년 6.3점(10점 만점)에서 6.09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직업 안정성·업무 자율성에 대해선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노후 준비·복지·보수·직업 성장 가능성·전문성·승진 가능성 등 만족도는 낮았다. 기자 사기 역시 2021년 2.42점에서 올해 2.36점으로 하락했다. 사기 저하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과 복지 59.2% △비전 부재 55.3% 등이 꼽혔다.

▲생성형 AI 활용 관련 통계.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생성형 AI 활용 관련 통계.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생성형 AI 활용하는 언론인 10명 중 5명

한국 언론인 절반 이상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등 젊은 언론인들이 특히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인공지능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늘어났다. 생성형 AI가 언론 활동에 필수적 도구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언론인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54.3%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62.7%, 30~34세 58.6%, 35세~39세 49.7%, 40~44세 48.3% 등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용률이 낮아졌다. 다만 60대 이상 언론인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59.8%로 오히려 높은 편이었다. ‘인공지능 지식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3.63점(5점 척도 기준)이 나왔다. 40~44세 3.64점, 45~49세 3.68점, 50대 3.79점, 60대 이상 3.73점 등이었다. 

언론인들이 활용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네이버 클로바(34.3%), 챗GPT(30.7%), 구글 바드(13.3%) 등이다. 43.9%는 녹취·번역·교정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자료의 수집과 분류’는 24.5%, ‘텍스트·이미지 생성’은 20.2% 등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팩트체킹을 하거나, 발제 아이템을 구상하는 비율은 각각 5.3%, 4.3%에 불과했다.

언론사가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2.4%에 불과했다. 응답자 72.6%는 자사가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답했으며, 2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언론사 디지털 대응 평가 및 피로도 관련 조사 결과.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언론사 디지털 대응 평가 및 피로도 관련 조사 결과.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언론사의 디지털 대응에 대해선 “잘 대응하고 있다”가 34.7%, “잘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가 31.9%였다. “보통”은 33.4%다. 2021년 조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디지털 대응·피로도는 38.3%였다.

디지털 뉴스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에선 포털이 76.6%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조사(70.2%)보다 6.4%p 상승한 수치다. 동영상 플랫폼은 10.8%였으며 자사 웹사이트는 6.5%였다, SNS는 2021년 9.8%에서 4.8%로 5%p 하락했다.

연구를 진행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사 홈페이지, 앱과 같은 독자적 플랫폼을 활성화해 충성 이용자를 모아 생존해야 한다는 탈포털이 최근 언론계의 중요한 화두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 언론의 포털에 대한 의존도는 도리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최 교수는 또 “올해 조사에서 디지털 뉴스 유통에 있어 포털에 대한 기자들의 중요성 인식이 더욱 높아진 것은 디지털 혁신 피로도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은 소속 언론사에서 독자적으로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혁신 시도를 해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그냥 포털 위주의 현 뉴스 생태계에 안주할 마음을 먹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언론인 괴롭힘, 트라우마 경험률.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언론인 괴롭힘, 트라우마 경험률.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업무 중 괴롭힘 경험한 언론인 70.3%

한편 업무 중 괴롭힘을 당한 언론인은 70.3%에 달했다. 괴롭힘 유형은 “이메일, 전화, 문제, 메신저 등을 통한 괴롭힘”이 7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악성 댓글이 51.2%, 악의적 고소·고발이 23.7%였다. 응답자 43.3%는 괴롭힘 대응 방안으로 법률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도·취재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언론인은 21.8%로 2021년(19.7%)보다 소폭 증가했다. 언론인 상당수는 트라우마에 대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62.5%는 “무시하고 대처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32.3%는 “상대방과 직접 소통했다”고 했다. 소속 언론사로부터 도움을 받은 경우는 17.6%에 불과했다.

언론인이 꼽은 ‘가장 비중있게 다뤄야 할 사안’ 1순위는 경제 성장·일자리 창출(14.7%)이었다. ‘경제 양극화 해소’는 13.5%, ‘사회적 약자 차별 해소’는 10.9%였다. 이어 ‘정치 개혁’ 10.8%, ‘지역 균형 발전’ 8.5%, ‘저출생·고령화 대응’ 8.2%, ‘성별·이념·세대 갈등 해소’ 7.2%, ‘공공 영역 부정부패 청산’ 6.5%, ‘기후 및 환경 위기 대응’ 5.1% 순이었다.

취재·보도 전반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언론인은 72.6%에 달했다. 남성 기자보다는 여성 기자가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사 내부 성평등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성평등한 언론환경을 저해하는 문제점의 심각성을 물은 결과 ‘인사에서의 성불평등’이 2.9점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이어 ‘성차별적 조직문화’ 2.82점, ‘상사·동료의 성폭력’ 2.46점, ‘취재원으로부터의 성폭력’ 2.34점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7월5일부터 10월6일까지 언론인 20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2%p다. 조사 방법은 대면 면접조사·온라인 설문조사가 병행됐으며 조사기관은 메가리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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