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조국 전 장관 사태, 대통령선거 등을 거치면서 사회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청년층이 주 대상이었는데, 언론은 이대남·이대녀·MZ세대 등 키워드를 사용하며 청년층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대론 보도가 ‘문제 진단·해결’이라는 효과가 아니라 ‘갈등 심화’라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자들도 세대 갈등을 조명한 기사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1일 신문사의 세대론 관련 보도 분석과 기자·전문가 인터뷰를 담은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았다. 공동연구자는 이설희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홍남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보조연구자는 이진선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석사과정이다.

▲ 4월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거리에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 4월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거리에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연구진은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경향신문·한겨레 등 5개 언론사의 세대 갈등 보도 1021건을 분석했다. 연도별 세대 갈등 보도 건수는 2017년 43건, 2018년 66건, 2019년 180건, 2020년 109건, 2021년 449건, 2022년 1/3분기 174건 등이다. 2019년은 조국 사태로, 2021~2022년에는 대선 기간으로 인해 세대 갈등 보도가 늘어났다.

세대 갈등 보도 연관어를 보면 이준석·윤석열·민주당·정치권 등 선거 관련 어휘가 주로 등장했다. 여론조사·지지율 등 키워드와 세대 문제가 함께 언급되는 빈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세대 갈등이 선거 전략으로 동원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대 갈등 보도 연관어.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세대 갈등 보도 연관어.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이대남’(18.5%)이다. ‘이대녀’가 제목에 쓰인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언론이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이대남’을 조명했다는 뜻이다. ‘MZ세대’가 제목에 들어간 보도는 10%다. 86세대(6.4%), 중장년(3.8%), 기성세대(1.6%), 노인(1.6%) 등이 제목에서 사용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사 본문에 자주 등장한 세대 관련 용어는 청년·이대남·이대녀·신세대·MZ·2030·20대·90년대생(72.6%) 등 청년층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86세대·기성 세대·노인·중장년 등 용어가 나온 경우는 25.3%에 불과했다.

언론이 청년층을 주목한 것과는 별개로, 기사에 인용된 인물의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았다. 50~60대 비율은 31.5%, 20~30대 인용 비율은 21.9%다. 연구진은 “관련된 사건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60대의 목소리가 과도 표집 되는 것”이라면서 “세대 갈등과 관련된 기사 목록이 대체로 선거에 몰려 있고, 선거에서 인용하게 되는 주요 정당 인물들의 연령이 50~60대의 인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언론사별로 상반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는 세대 문제와 관련해 불평등·불공정 등 이슈를 주로 거론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등 폐지를 자주 언급했다. 연구진은 “정파성에 따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페이스북 인용 보도, 국민의 힘에서 제시한 세대 내 젠더 갈등 이슈 등이 중심적으로 표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에선 ‘책임 귀인·비난’을 세대 갈등 주제로 삼는 빈도가 높았다. 조선일보 보도 중 ‘책임 귀인·비난’ 관련 보도 비율은 47.47%,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 비율은 39.64%다. 한국일보의 경우 갈등 원인을 진단하거나 해소 방법을 제시한 보도 비율이 각각 43.28%, 35.07%였다.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사진=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언론, 세대 대립·분리하는 구도로 갈등 유발”

연구진은 언론이 세대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언론이 세대 관련 용어 및 세대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면, 이들이 가질 수 있거나 배제할 수 있는, 혹은 세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할 수 있는 보완적 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세대를 대비·대립·분리하는 구도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갈등을 유발했다. 대비와 대립의 구성 방식은 글을 명료하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자주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기사가 갈등 유발에서 그치는 건 언론이 사회갈등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세대 갈등의 현상적 보도와 더불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해소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취재원이 취약하다면서 “전문가들의 수가 적어서 좀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또한, 선정적, 자극적, 감정적 언어가 자주 나타나는 온라인 취재원을 활용하는 문제도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진은 “세대 보도에 있어서는 특히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으며, 정보원의 대표성 문제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대갈등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세대갈등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기자들도 문제로 꼽는 세대 갈등 보도

심층 인터뷰를 한 기자들도 연구진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 A씨(일간지 논설위원, 16년차)는 세대론이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면서 “굉장히 위험하고 논란이 많을 수 있어서 언론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기자 B씨(일간지 평기자, 7년차)는 문제를 세대론으로 치환하는 건 “쉽고 게으른 보도 방식이다. 너무 남용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대론 보도에 대해선 △무턱대고 젊은 층을 라벨링하는 것 △MZ세대 분석이 겉돈다 △게으르고 뭉뚝하다 △심층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이익을 주고 있다 등의 혹평이 나왔다.

기자들은 언론이 쉬운 취재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기사화했고, 그 결과 일부 여론이 과잉대표됐다고 봤다. 연구진은 “(정치권이) 특정 커뮤니티 발 이슈와 여론을 ‘20대 남자의 여론’으로 간주해 이를 인용하고 참고하며 선거 전략으로 삼은 정치적 맥락이 언론의 보도로 이어져 커뮤니티 발 여론이 20대 청년을 과잉 대표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기자 C씨(일간지 평기자, 6년차)는 “멀쩡한 언론사라면 (커뮤니티 게시물) 인용하긴 하되 그것만 듣지 않고 전문가 얘기도 듣고 종합적으로 쓸 것이다. 근데 그런 데(온라인 대응팀·자회사)서는 그렇게 쓰기가 쉽지 않다. 기사라고 할 수도 없는 기사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고 다들 포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극적 제목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언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제목을 사용해 높은 PV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기자 D씨(일간지 기자, 9년차)는 “약간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제목을 좀 만들자고 편집하는 분들한테는 교육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기자 E씨(일간지 차장, 16년차)는 “온라인 유통팀에서 ‘타사에서는 클릭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제목이 심심하냐’고 하면 수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세대 갈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E씨는 “(인종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장기간 경험한 국가 언론은) 기준 같은 게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깊숙하게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씨는 “내부적인 기준이 약한 것 같다”면서 “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응이 그렇게까지는 빠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 전문가 ‘독자 교육’ 강조…“시민의 비판적 사고, 언론 감시”

전문가들은 언론사 변화를 유도하는 것만큼 ‘독자 교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부적절한 갈등 기사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이를 클릭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전문가 F씨는 “시민들이 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거나 숙고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언론의 세대 갈등 프레임에 손쉽게 넘어가는 경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G씨는 “세대 갈등을 언론이 스스로 유발하는 다양한 보도 양상들을 점검하고 감시할 수 있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중들은 물론 언론인들도 그 내용에 대해 주목하고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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