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재단이 연합뉴스TV 대주주가 되려 하자 연합뉴스가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을지재단 비판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고 있다. 언론이 자사 이익과 관련된 사안을 집중 보도하는 건 ‘이해충돌’이자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언론사들이 언론 현안에 무관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을지재단 비판 기사 쏟아낸 연합뉴스

<“마약사범이 방송사 넘본다니”… 을지재단 이사장 3천회 투약처방>. 일요일인 지난 19일 오전 10시 연합뉴스TV의 대주주인 연합뉴스는 을지재단 비판 기사를 ‘푸시 알림’ 기사로 보냈다. 기사는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명의로 돼 있다.

▲연합뉴스TV지부가 제작한 홍보물.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TV지부가 제작한 홍보물.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16일부터 보도된 연합뉴스의 을지재단 관련 보도.
▲지난 16일부터 보도된 연합뉴스의 을지재단 관련 보도.
▲지난 16일부터 보도된 연합뉴스의 을지재단 관련 보도.
▲지난 16일부터 보도된 연합뉴스의 을지재단 관련 보도.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명의의 기사는 연일 나오고 있다. <환자 위한 돈인데…방송 강탈하려 을지병원 재산포기 “배임소지”>(11월20일), <공영방송 넘보는 을지재단, 땅장사로 900억 차익…“갑질 투기”>(11월21일), <[연합시론] 연합뉴스TV 적대적 인수시도, 엄격한 잣대로 합리적 심사를>(11월21일), <을지학원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심사…“공론화·엄격심사”>(11월22일), <연합뉴스, 을지재단 박준영·홍성희 이사장 부부 배임 혐의 고발>(11월22일), <을지재단 회장 셀프급여도, 3천회 마약도 ‘족벌경영’이라 가능>(11월23일), <보도채널 노리는 을지, 공익은 허울 속셈은 배당금?>(11월24일), <“방통위, 을지학원의 연합뉴스TV 최다출자자 신청 기각해야”>(11월24일), <을지재단 회장 12살 아들에 병원내 ‘알짜’ 카페 운영권 줘>(11월26일), <을지병원노조 “돈 없다더니 연합뉴스TV 주식 기증…직원들 공분”>(11월27일), <을지학원에 맡겼더니, 공공기관 파행 거듭…운영권 박탈 검토>(11월28일) 등이다.

앞서 지난 1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가 을지학원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기로 의결한 이후 연합뉴스는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앱 첫화면 상단에 을지학원 비판 기사를 걸어두는 등 ‘주요기사’로 배열했다. 현재 연합뉴스TV의 대주주는 연합뉴스(29.89%)이고, 2대 주주는 을지학원(29.26%)이다. 최근 을지학원이 0.82%의 주식을 추가로 인수해 대주주 지위에 도전했다.

▲지난 20일 오후 연합뉴스 앱 메인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오후 연합뉴스 앱 메인화면 갈무리.

 

“지면 사유화, 이해충돌 밝히고 공적 가치 설명해야”

이를 두고 지면 사유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연합뉴스는 공영언론이다. 심정은 이해하나, 자사의 이해와 상충하는 문제는 더욱 공정하게 보도하는 게 저널리즘 원칙"이라며 "시민은 공영언론 연합뉴스를 사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우리의 회사라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평소 연합뉴스가 서울신문과 YTN 인수 등 민영화 이슈가 있을 때 우려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거나 특집 기사를 썼으면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고 변명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언론사의 민영화 이슈에 관심 갖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라도 하고 시작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이해충돌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관련된 사안임에도 어떤 공적 가치가 있어 보도하는지 먼저 밝혔어야 했다”며 “연합뉴스가 그동안 특별취재팀을 꾸려 유사한 사안을 보도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이 결부됐을 때만 특별한 방식을 택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언론계에서도 비판적 시선이 있다. 연합뉴스TV 구성원인 A씨는 “을지학원이 대주주가 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한다”면서 “연합뉴스가 아침마다 (비판 기사로) 알림을 쏘고 있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것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냐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구성원인 B씨도 “정말 급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론전을 하는 느낌이다. 국민이 이 보도들을 어떻게 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작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보도에서 찾기 어렵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는 을지학원과 연합뉴스를 동시에 비판했다. 지난 20일 연합뉴스TV지부는 “을지재단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검증을 철저하게 받아야 할 것이다. (중략) 민간자본이 보도전문채널의 최대주주가 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지켜왔던 공정의 신뢰성이 후퇴할 수 있다”면서도 “연합뉴스는 자성부터 하기를 바란다.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수익 취득이 일방적이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관계사 연합뉴스TV의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아픈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TV지부는 연합뉴스와 차별 대우 등에 반발해왔다.

유진그룹이 인수를 추진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YTN은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점도 차이다. YTN은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법적조치 등을 통해 주로 대응하고 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은 공정방송시스템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 접근하다 보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보도전문채널의 공공성 측면에서 자사 이슈를 탑 뉴스로 배치하거나, 특별취재팀 구성 등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의 인수에 한가롭게 있을 수 없어” 주장도

언론사의 대주주가 손바뀜하는 건 언론사의 정체성이 변하는 일이기에 한가롭게 있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9년 7월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보도들.
▲2019년 7월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보도들.
▲2019년 7월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보도들.
▲2019년 7월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보도들.

서울신문에 몸담았던 현직 종합일간지 기자 C씨는 “(서울신문의 호반 비판 보도) 당시 내부에서 지면 사유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면서도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감시와 검증이다. 아예 못할 취재는 아니다. 해당 기사들을 사주(호반건설)가 삭제했고, 이 삭제로 오히려 당시 기획 보도가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증의 역사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을 얼마나 설득했는지, 이 취재가 얼마나 정당했는지 등에 대해선 향후 평가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기자 D씨도 “서울신문의 검증 보도로 인해 호반건설이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물었다. 언론이 효용을 냈으면 사회적 이득 아닌가. 그게 곧 시민을 위한 길이다.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고 하는 메신저까지 욕하면서 뒷짐 지고 있는 건 좀 한가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씨는 “이럴 때일수록 연합뉴스가 자사 의견이 아닌 팩트를 기반으로 짜임새 있는 기사를 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서울신문의 기획재정부 지분을 호반건설이 산다는 소식에 서울신문은 같은 해 7월 ‘호반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이듬해인 2020년 2월까지 호반그룹 관련 기사를 1면에 집중 보도했다. 이후 2021년 10월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지분 47.58%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국 언론이 다른 언론사 현안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BBC에 대한 기사는 BBC가 내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도 “원론적으로는 자기 저항 차원의 뉴스를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데, 그동안 한국 언론의 관행으로 살펴보면 자신들이 아니면 타 언론사가 보도해 주지 않는다. 우리 언론이 다른 언론사들이 처한 위험에 대해 보도해 주지 않는다. 자기 저항 차원에서만 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형철 교수도 “다른 언론사들도 민영화하는 게 부당하다고 써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른 언론사의 이슈에 메이저 언론들이 모른 척 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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