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 비마이너가 모든 기사의 댓글창을 폐쇄한 사실과 댓글창을 닫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혐오내용이 많아 일일이 지우기 힘들었다는 고충을 함께 전했다.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은 지난달 31일 뉴스레터를 통해 비마이너가 지난 7월17일부터 비마이너 누리집 내 모든 기사의 댓글창을 폐쇄했다고 알렸다. 

강 편집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투쟁 이후 조롱과 혐오의 말들이 댓글창에 물들기 시작했고 탈시설 기사에는 탈시설에 반대하는 이들이 ‘중증발달장애인의 자립능력 없음’을 강조하는 댓글을 남기고 갔다”며 “아침에 출근했을 때, 그리고 생각나면 틈틈이 댓글창을 살피며 조롱과 혐오의 말들, 활동가에 대한 인신공격을 지우는 것이 오랜 일과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가 문득 ‘댓글창을 닫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보적 장애전문언론인 비마이너는 전장연의 소식을 가장 자세히 다루는 매체이며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 비마이너가 뉴스레터를 통해 댓글창 폐쇄 소식을 알렸다. 사진=비마이너
▲ 비마이너가 뉴스레터를 통해 댓글창 폐쇄 소식을 알렸다. 사진=비마이너

댓글창을 닫을 때 고민도 털어놨다. 강 편집장은 “SNS 댓글창을 차단하는 것과 홈페이지 기사 댓글창 자체를 닫는 것은 무게감이 달랐다”며 “독자들의 소통, 공론장 형성, 표현의 자유와 같은, 언론사 댓글창을 상징했던 여러 단어가 댓글창 폐쇄를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악플을 지우며 ‘내가 독자들의 목소리를 편집해 남기는 것은 아닌지’ 검열하기도 했고, ‘이 정도는 남겨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직접적 욕설을 사용하진 않아도 우회해 슬쩍 조롱하는 댓글, 긴가민가하게 기분 나쁜 댓글, 정중한 물음표를 단 비아냥을 마주할 때 스스로 ‘만약 이 댓글 쓴 사람이 왜 삭제했느냐고 묻는다면 난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하고 그 답이 명료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못 본 척 남겨두기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강 편집장은 “언론사 댓글창을 상징했던 독자들의 소통, 공론장 형성, 표현의 자유와 같은 말들이 시효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댓글에는 ‘비마이너 잘 읽고 있다’는 독자분들의 소중한 응원도 있었지만, 그보다 악플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고 했다. 그는 “악플을 보면 자연히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 비마이너 독자들을 이에 계속 노출시키는 게 적절한지, 이러한 책임에서 언론사는 완전히 무관해도 괜찮은지 거듭 묻게 됐다”고도 했다. 

▲ 비마이너 누리집 갈무리
▲ 비마이너 누리집 갈무리

또 강 편집장은 “조롱과 혐오로 점철된 댓글이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환멸에 기여한다면, 언론사 홈페이지 댓글이 기사의 연장이 된다”며 “여기에 언론사의 책임이 무관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모든 피드백을 다 통제할 수는 없겠으나 비마이너 홈페이지에 있는 댓글창이라도 폐쇄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댓글창 폐쇄 이유를 밝혔다. 

비마이너는 페이스북 계정에는 댓글쓰기 제한 기능을 활용하고 그외 다른 SNS에서는 부적절한 댓글을 발견했을 때 삭제하는 방식으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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