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강제 연행하면서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경찰이 박 대표를 진압하며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치게 한 과정을 두고 ‘박 대표가 누워서 대치를 벌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24일 오전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박 대표에 강제 연행을 시도했다. 박 대표는 경찰이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추락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현재 목 염좌(삠)와 타박상, 욕창 쓸림 등을 진단 받고 입원 중이다.

▲지난 20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박경석 대표 등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전장연
▲지난 20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박경석 대표 등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전장연

앞서 전장연은 24일 아침 8시께 혜화역 승강장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전날 발표한 ‘전장연 지하철행동 원천봉쇄’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 페이스북 현장 생중계를 보면, 박 대표가 스크린도어를 등지고 참가자들을 향해 발언하는 도중 경찰들이 줄지어 방패를 들고 박 대표와 참가자 사이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박 대표가 활동지원사와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고립된 뒤 연행 시도했다.

박 대표와 그의 활동지원사가 거듭 “연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활동지원사이니 들여보내 달라”고 외쳤으나 응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 정창조씨에 따르면 경찰이 박 대표를 에워싼 채 상반신을 제압했고, 박 대표 다리가 바닥에 끌리고 꺾여 경련이 이는 상태에서 경찰이 계속 잡아끌자 박 대표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쳤다.

▲박경석 대표가 24일 경찰의 강제연행과 진압으로 인해 휠체어에서 추락해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전장연 페이스북
▲박경석 대표가 24일 경찰의 강제연행과 진압으로 인해 휠체어에서 추락해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전장연 페이스북

정씨는 “경찰이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억지로 끌고 가니 박 대표의 발이 휠체어 발받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박 대표는 하반신 마비로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계속 무리하게 끌고 가니 발이 꺾이고, 엄청나게 경련이 일며 앉아 있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경찰은 박 대표를 그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 밀어넣었고, 그가 이미 휠체어 좌석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내리며 박 대표가 떨어졌다. 평소 욕창이 심한데 욕창 부위가 바닥에 끌리고 폭력적인 연행으로 목도 꺾였다”고 했다.

영상엔 경찰이 떨어진 박 대표에게 “일어나 앉으라”고 수 차례 말하거나 경련 상태에 있는 박 대표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모습도 담겼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박 대표의 휠체어도 망가졌다.  박 대표는 현재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이다. 정 씨에 따르면 이송 뒤부터 현재까지 경찰 4~5명이 박 대표 조사를 목적으로 병원 1층에서 대기하고 있다.

다수 언론사가 속보 문패를 달고 ‘경찰이 박 대표를 현행범 체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KBS와 TV조선, MBN 등 여러 언론은 진압으로 인한 부상을 실상과 다르게 풀이했다.

TV조선은 “박 대표가 스스로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에 드러누웠다”는 경찰 입장을 전장연의 비판 입장에 대한 반박으로 전했다. MBN과 KBS는 “박 대표는 체포 과정에서 바닥에 누워 경찰과 대치”하다 통증을 호소해 경찰 동행 하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과 MBN, KBS 네이버 포털 뉴스페이지 보도 갈무리
▲TV조선과 MBN, KBS 네이버 포털 뉴스페이지 보도 갈무리

당시 현장을 보도한 장애인 독립언론 비마이너의 강혜민 편집장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사람의 신체를 판단한 결과 이런 보도가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편집장은 “중증 척수장애인이 신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나 경련 증상 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쓰니 (일부러 누웠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그로 인해 (시위에 대한) 여론은 안 좋아질 것이고, 이는 언론사가 이 사안을 다루는 논조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경찰이 법에 명시된 해산명령과 미란다 원칙의 고지를 하지 않고 불법 연행했다고 규탄했다. 경찰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퇴거불응, 업무방해, 기차방해 혐의로 박 대표를 체포했으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고 주장하나 전장연은 당시 현장 영상에도 담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24일 서울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 박경석 대표 폭력적 불법 현장 연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전장연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24일 서울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 박경석 대표 폭력적 불법 현장 연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전장연
▲전장연은 24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 박경석 대표 폭력적 불법 현장 연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24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 박경석 대표 폭력적 불법 현장 연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체포 필요성이 전혀 없음에도 (박 대표를) 불법 체포했다”며 “체포와 이송, 조사 등 모든 과정에 철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가? 아무 일도 없었다. 평화로운 선전전을 했다. 시민들을 향해 전장연이 왜 이동권을 외치는지 얘기 중이었다. 통로는 확보됐고 기차는 무정차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통로를 막은 경찰이 문제였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은 신체 자유를 보장하고 영장주의를 규정한다. 체포할 땐 도주 위험성과 주거불안성,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야 한다”며 “50회 넘게 선전전을 하는 박 대표에게 도주 우려는 없다. 증거 인멸? 경찰이 그렇게 채증을 하는데 어떻게 인멸하나. 게다가 박 대표는 이미 그 건으로 몇 번 체포 당하고 어떤 문제도 없이 다시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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