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뉴스 댓글 이제는 없애자>. 지난해 12월26일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한겨레 기명 칼럼을 통해 포털 뉴스 댓글 폐지를 주장했다. 오랜 기간 온라인 공간의 혐오표현에 맞서온 활동을 해온 그의 눈에 포털 뉴스 댓글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포털 댓글 문제와 언론의 역할을 물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포털 댓글이 무조건 없어야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재는 댓글창을 여는 것이 ‘기본값’이고, 기사에 따라 닫을 수 있게 했는데 그는 ‘반대’로 해야 한다고 본다.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댓글을 통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한해 열 때 ‘여는 것에 대한 책임’이 물어질 수 있다”며 언론은 댓글창을 열 때 ‘왜 여는가’ ‘어떤 목적이 있는가’ ‘열면 그 목적이 달성 가능한가’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혐오표현을 처벌하거나 협력적 자율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혐오표현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혐오표현 문제를 심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그는 최근 심각해진 ‘혐오표현’을 하나의 ‘증상’으로 표현한다. “대선 때 갈등과 혐오를 중심으로 공론장이 달궈진 상태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정권이 최근에 더욱 창궐한 혐오표현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에 의한 혐오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강의 모습
▲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강의 모습

다음은 일문일답.

- 한겨레에 포털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글을 썼다.
“대부분의 뉴스 이용자들은 포털을 경유해 댓글까지 포함해서 뉴스를 본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언론’인가. 언론이 책임져야 하는 건 제목부터 기사 맨 아래의 바이라인까지인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확장됐다. 이용자들은 댓글까지 뉴스의 일부로 여긴다. 그러면 언론이, 기사가 책임지는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겠나. 포털 뉴스 플랫폼은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하는 댓글을 운영하면서 언론으로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이 책임의 공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상 뉴스의 일부로 댓글을 경험하게 한다면 댓글을 여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 ‘여는 것에 대한 책임’은 어떤 의미인가.
“연예 스포츠 섹션 기사 댓글만 폐지한 상태다.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재난 관련 기사 댓글 폐지 입법안을 준비하는 의원도 있다. 일부만 폐지할 게 아니라 댓글을 모두 닫고, 일부만 여는 식으로 가되 만일 연다면 ‘여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댓글이 있는 것이 보통이고 없는 것이 예외가 아니라 반대가 돼야 한다. 특정 뉴스에 댓글창이 열렸다면 이용자들이 왜 이 뉴스에 댓글창이 열렸지? 장사하려고 하는거 아냐? 진영싸움으로 만들려고 하는거 아냐? 등의 의문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려면 제대로 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거다. 지금 댓글창은 혐오표현의 난장이 벌어져있다. 응급조치 측면에서 우선 댓글창을 닫고, 그 다음 하나씩 열 때의 규칙을 만들어 나가자는 거다.”

- 언론은 어떤 경우에 댓글을 열 수 있을까.
“댓글 환경은 이미 특정 여론을 등에 입은 사람들의 의견만이 대세가 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의견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뿐이다. ‘왜 여는가’ ‘어떤 목적이 있는가’ ‘열면 그 목적이 달성 가능한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 입장에서 ‘그 기자는 무언가가 듣고 싶어서 댓글을 열었다’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기자가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이에 한해 댓글을 여는 방식도 가능하다. 아니면 독자들이 토론하고 싶다고 요청하면 댓글창을 만드는 방식을 포털이 도입할 수도 있다. 토론의 주제, 규칙을 함께 정하고 특정 기간 동안 그 문제로 토론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댓글창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규칙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공론장은 만들어질 수 없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나.”

- 포털 댓글창 폐지를 주장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인하대 사건이다. 당시 선정적 제목의 첫 보도가 나갔고 대부분의 언론이 따라서 썼다. 통상의 사건보도와는 달리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달렸다. 상당수는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처음 어떤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게 된다. 사건에 따라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라 논조에 따라 나온다. 이런 댓글창을 열어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 사건 기사에, 재난 기사에 댓글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면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면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목적에 맞지 않는 글에 대해 이용자 스스로에 의한 자율규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 지금 포털의 댓글문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진영화시키고 상대를 공격한다. 이 문화가 달라지려면 다른 문화가 작동 가능한 방식이 돼야 한다. 실제로 많은 게시판에서 이용자 규칙을 만들고 이용자들은 그에 맞게 이용한다. 댓글 역시 그런 식의 기획이 필요한 영역인데 개인이 신고하게 하거나 블라인드 환경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식으로 매우 개별적으로 접근하게 했다. 그 결과 언론 전체에 대한 불신, 나아가 사회에 대한 환멸만 더 커지게 된 게 아닌가.”

▲ 사진=Getty Images Bank
▲ 사진=Getty Images Bank

- 시간이 흐를수록 혐오 댓글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태원 참사’ 댓글 문제도 심각했다. 
“인하대 사건, 신당역 사건, 이태원 참사 등 최근 피해자를 공격하는 댓글은 점점 정도와 빈도 모두 심각해지고 있다. 혐오표현은 원인이라기보단 ‘증상’이다. 이런 혐오표현이 최근 더욱 창궐한 데에는 정치의 책임이 크다. 특히 대선 때 갈등과 혐오를 중심으로 공론장이 달궈진 상태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해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흐름을 기억하는 특정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사전 대응 차원에서 초반부터 애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며 제대로 된 애도조차 막았다. 사회적 참사 여부를 논쟁거리로 삼아 정치적 대결구도를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의 책임이 크다. 대선 이벤트가 끝나고 난 후에는 집권세력이 분열을 통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걸 전혀 하지 않는 정권이 최근에 더욱 창궐한 혐오표현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 댓글창을 닫는 게 최선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댓글창이 없어지면 약자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그런 입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것도 약자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조차도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한다면, 이 표현의 자유를 통해 약자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들었으면 좋겠다. 좀 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자거나 혐오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할 수 있게 교육하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구체적인 기획 없이 댓글창을 없애면 안된다는 얘기를 할 때만 그런 얘기를 한다. 결국은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 여성학자 권김현영
▲ 여성학자 권김현영

- 혐오표현 규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법을 통해 특정 표현을 막는 데는 회의적이다. 특정 표현을 규제하게 되면 100가지의 혐오 중  (법으로 규정할 정도로 심각한) 하나만 막을 수 있게 될 거다. 규제하더라도 초성만 바꾸는 식으로 얼마든지 우회적인 표현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자거나 협력적 자율규제 장치를 만들자는 입장에 반대하지 않는다. ‘어떤 게 문제적 혐오인가’라는 논의를 통해 선이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무엇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혐오표현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언제부터 온라인 공간 속 혐오표현 문제를 고민했나.
“초기 인터넷 때부터였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초기에 개별 여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스토킹과 온라인 상의 성희롱 문제가 심각했다. 당시 여성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모여서 사이버 마초들에 맞서 여성연대를 자율적으로 조직했고 천리안, 나우누리에 자율규제 장치를 마련하라는 요구를 했고 국가에도 관련법안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됐다.”

- 공적 영역에선 이 같은 문제 의식이 반영됐나.
“초기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요구가 수용되었는데 그 이후 몇 번의 변곡점이 있다. 사이버폭력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0년대이다. 2001년 전후에 여성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2002년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산하 사이버성폭력 피해신고센터가 만들어졌다. 제대로 운영되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거라고 보는데, 결과적으로 진영론 때문에 스텝이 꼬였다. 한국 정치에서 누리꾼들의 여론향방의 영향력이 커지던 시기였는데, 당시 보수진영에선 이 영향력을 줄이고 싶어했고 ‘사이버폭력’이 아닌 ‘청소년 보호’ 측면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규제를 촉구했다. 이후 보수진영에서 인터넷실명제를 요구하면서 표현물과 관련한 규제를 푸는 것이 진보이고, 규제를 원하는 것이 보수의 입장으로 나누어졌다.”

“누구에 대한 어떤 규제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했는데 찬반양론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가 댓글을 통해 직접 시민을 공격하고 여론지형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심각한 사건이다. 당시 국정원 직원은 극우 커뮤니티의 ‘유저’임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전라도혐오와 여성혐오글을 적나라하게 올렸다. 공권력이, 국가가 혐오를 통해 보수세력을 확장시키고 공론장을 왜곡시키는 데 방치 정도가 아니라 직접 관여한 것이다. 이 문제가 국가에 의한 혐오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언론에 강의를 다니거나 자문, 모니터 등 활동도 하고 있다.
“데스크 대상 교육과 신입기자와 저연차 기자 교육 등을 했다. ‘미투’ 이후에 이 사안을 어떻게 접근해 취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기자들이 많아졌기에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데 이 영역은 데스크급 기자들보다 오히려 젊은 기자들이 아는 게 더 많다. 다른 영역은 선배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이 자연스러웠지만 젠더, 성소수자, 동물권 등 새로운 이슈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배들로부터 ‘블로킹’ 당하거나, 중요성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며 신입 기자들의 고민이 크더라. 젠더이슈를 너무 납작하게 일회성으로 다룬다는 비판을 했더니 기자들은 ‘데스크가 못 쓰게 한다’거나 ‘데스크가 시켰다’고 했다. 이제는 젠더 이슈가 마이너 이슈라는 인식을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한 번은 KBS의 한 기자가 연락을 해왔다. 조두순 출소 직전이었는데 이미 취재열기가 과잉된 상태였고 이대로라면 아무래도 집 근처에서 ‘뻗치기’를 할 거 같은데 이건 좀 아닌거 같다는 고민을 하더라. KBS 성평등센터에서 논의하고 데스크 회의에 들어가서 이 문제로 강의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모든 데스크가 ‘우리는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이 이런 형식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과거 올림픽 해설위원들이 혐오와 차별 발언으로 문제가 된 적 있는데 KBS 해설자들이 먼저 성평등센터에 주의해야 할 표현을 알려달라고 요청을 해 강의한 적도 있다.”

- MBC 민주언론실천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MBC에서도 강의도 하고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에도 참여했다. ‘미투’ 이후의 기자들이 피해자를 어떻게 만날 것인지 등 고민이 많더라. 이 같은 고민들을 간담회 형식으로 논의했고, 질문을 받아서 답하는 형식으로 보고서에 담았다. 이후 MBC에서 전문가 코멘트 성별비율에 신경쓰라는 공지를 띄웠다고 한다. 내부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떻게든 길이 만들어지더라.”

- 언론 보도에 바라는 점이 있나.
“도드라진 문제 중 하나는 헤드라인이다. 영향력 있는 취재원의 말을 따옴표 안에 받아쓴 말 자체가 헤드라인이 되는 비율이 높다. 영향력 있는 취재원은 뉴스가치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데, 상대적으로 권력이 더 많은 사람이 뉴스를 통해 발언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컨대 성폭력 범죄 관련 법정 기사를 쓸 때 피해자와 피해자측 증언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가해자와 가해자측 증언은 공개된다면 가해자 측 얘기가 기사에서 더 많이 다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따옴표 저널리즘을 취하면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 균형을 맞추겠다고 무리하게 피해자를 취재하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판 헤드라인과 종이 헤드라인도 종종 달라진다. 아무리 봐도 클릭수 유도가 목적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포털에서는 뉴스 배치를 통해 노출도를 조정하게 된다. 지금 뉴스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양자 관계만이 있는게 아니다. 언론은 공론을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사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유통되는가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하다. 어떤 규칙과 과정을 통해 잘 만들어진 기사와 ‘아무말 기사’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생산이나 유통, 배열 측면에서 이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 언론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포털도 언론의 일부로 취급하고 언론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존 언론도 뉴스의 유통과 신뢰성 재고 방안까지 포함한 고민을 더 본격적으로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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