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대선 관련 뉴스 댓글의 절반 가량이 ‘정치적 혐오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댓글을 가장 많이 쓴 이용자는 2324건의 댓글을 썼다. 선거 기간 포털 댓글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지 않고 극단적 대립의 공간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2021년 8월1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포털 대선 뉴스 댓글 3639만 건을 분석했다. 연구는 ‘정치적 혐오표현’을 집중 분석했는데, 연구팀은 ‘정치적 혐오표현’을 정치적 반대편을 향한 혐오표현으로 정의했다. 

대선뉴스 댓글 중 절반이 혐오표현

조사 대상 기사(주요 후보자들이 언급된 기사)의 댓글 2749만6328건 중 혐오표현은 1384만2292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댓글 중 절반인 50.34%가 혐오표현이라는 분석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 사진=Getty Images Bank

구체적 혐오표현을 살펴본 결과 이재명 후보에 관한 기사에는 ‘이죄명’, ‘전과범’, ‘사기꾼’, ‘찢재명’, ‘양아치’ ‘혜경궁’, ‘더듬다’, ‘악마’, ‘소시오패스’, ‘리재명’ 순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후보 기사의 경우 ‘쥴리’, ‘국짐당’, ‘윤짜장’, ‘머저리’, ‘윤도리’, ‘윤썩열’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재명 후보 기사의 경우 △전과 또는 욕설과 관련된 혐오표현 △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혐오표현 △‘리재명’, ‘더불어공산당’ 등 색깔론 동원을 특징으로 꼽았다. 윤석열 후보 기사에는 △자신보다 배우자 또는 소속 정당과 관련된 혐오표현  △윤석열 후보의 지적능력을 무시하거나 무속과 연관 짓는 혐오표현을 특징으로 꼽았다.

뉴스 유형별로 보면 윤석열 후보를 향한 혐오표현은 배우자 논란을 다룬 뉴스에 가장 많았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가족과 본인의 도덕성을 다룬 뉴스에 혐오댓글이 가장 많았다. 

혐오댓글 가운데 7.42%는 증오선동에 해당했다. 이재국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혐오표현 자체도 위험하지만 증오선동은 직접적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으로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 후보 기사 댓글에 등장한 혐오표현(비중이 클 수록 횟수가 많다는 의미)
▲ 이재명 후보 기사 댓글에 등장한 혐오표현(비중이 클 수록 횟수가 많다는 의미)
▲ 윤석열 후보 기사 댓글에 등장한 혐오표현(비중이 클 수록 횟수가 많다는 의미)
▲ 윤석열 후보 기사 댓글에 등장한 혐오표현(비중이 클 수록 횟수가 많다는 의미)

 

유권자의 0.25%가 댓글 80% 작성

포털 대선 뉴스 댓글창에선 일부 유권자의 댓글이 과잉 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대선 뉴스 가운데 댓글 80%를 유권자의 0.25%(계정 기준)가 작성했다. 전체 유권자의 1% 미만의 의견이 유권자의 일반적 반응으로 오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많은 댓글을 쓴 이용자의 댓글 수는 2324건에 달했다. 하루 10건 이상의 댓글을 매일 작성한 셈이다. 댓글 작성자 한명당 평균 30.52건의 댓글을 썼다. 혐오댓글을 가장 많이 쓴 이용자의 혐오댓글은 1847건에 달했다.

혐오댓글 작성자 56만 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6건 이상 혐오댓글을 쓰는 혐오댓글 다수 작성자는 101명으로 나타났다. 혐오댓글 다수 작성자들의 경우 작성 댓글 대비 혐오댓글 비율이 80%에 달했다. 

▲ 대선 뉴스 이용자 분포(댓글 수 150개 이상 기사에 한해 조사)
▲ 대선 뉴스 이용자 분포(댓글 수 150개 이상 기사에 한해 조사)

이들 혐오댓글 다수 작성자들은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혐오댓글 다수 작성자들은 평균적으로 뉴스 보도 후 댓글을 작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반 계정보다 3배 빨랐다. 혐오댓글 다수 작성자의 댓글 길이는 평균 73.41자로 일반 계정에 비해 1.49배 길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150건 이상 댓글이 작성된 기사 기준(네이버가 통계를 제공하는 기준)으로 댓글작성자는 남성이 76%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 3.5%, 30대 12.4%, 40대 30.2%, 50대 33.3%, 60대 이상 20.6%다. 40대 이상 남성 이용자들이 대다수로 실제 인구비례 대비 격차가 컸다.

이재국 교수는 “극소수가 댓글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은 전에도 나왔지만 네이버 대선 관련 뉴스와 댓글을 수집해 데이터로 드러내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교과서적으로 보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이성적으로 정책에 대한 비판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데 혐오표현에 기반한 프로파간다 중심의 표현과 정치적 양극화가 강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혐오표현을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그 집단이나 집단의 구성원을 공개적으로 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그에 대한 차별·폭력을 선동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령, 지역, 종교 등 혐오표현 뿐 아니라 ‘악플/욕설’을 포함하는 등 포괄적인 범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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