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댓글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 사업자들은 ‘인공지능 필터링’ ‘본인확인제’ ‘작성자 이력 공개’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국회에선 재난 상황에서 포털사업자의 관련 기사 댓글창을 차단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해외도 악플과 혐오댓글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처럼 포털에 집중된 뉴스유통 환경은 아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기사를 제대로 읽은 이용자에 한해 댓글 작성 권한을 부여하는 실험 등은 국내도 참고할 만하다. 일부 외신은 언론사가 댓글 관리자로서 역할을 적극 수행한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이 주목해야 할 점도 있다.

퀴즈 풀어야 댓글 쓸 수 있는 NRK베타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가 운영하는 NRK베타는 2018년 기사 내용과 관련한 3개 안팎의 퀴즈를 풀어야만 댓글을 작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노투코멘트’ 실험을 했다. 악성 댓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사를 제대로 읽은 독자에 한해 댓글을 작성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퀴즈가 적용된 댓글란에 접속하면 ‘댓글을 작성하시고 싶습니까? 퀴즈를 맞히세요. 우리는 댓글란 품질에 관심을 두고 있어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기사를 읽었는지 확인하고자 합니다’라고 안내한다. 

▲ NRK베타의 댓글 퀴즈 화면(https://nrkbeta.no/2017/08/10/with-a-quiz-to-comment-readers-test-their-article-comprehension/https://nrkbeta.no/2018/09/21/blir-norge-mer-polarisert/)
▲ NRK베타의 댓글 퀴즈 화면(https://nrkbeta.no/2017/08/10/with-a-quiz-to-comment-readers-test-their-article-comprehension/https://nrkbeta.no/2018/09/21/blir-norge-mer-polarisert/)

정치 양극화에 관한 분석을 다룬 기사에 댓글을 쓰려면 ‘이번 분석의 목표는 무엇인가?’ ‘분석에 사용된 방법론은 무엇인가?’ 등 객관식 퀴즈 3개를 맞혀야 한다. 아이폰X 출시 관련 기사에선 ‘기자가 아이폰X의 온도 관련 기능을 왜 우려하는지’ 등의 퀴즈를 맞혀야 한다.

NRK베타에 따르면 이 실험은 9개월 간 30여개 기사에 적용했다. 1만6500여명이 퀴즈에 도전했는데 맞힌 이용자는 5500여명에 그쳤다. 다만 이 실험이 여러 국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전세계 독자들이 퀴즈를 풀었을 가능성이 있어 3분의 2가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본문 90% 읽어야 댓글 쓰게 하는 리드업

리드업의 접근도 비슷하다. 리드업은 뉴스 큐레이션에 기반한 커뮤니티 서비스로 ’더 나은 대화‘를 표방하며 기사를 실제로 읽은 사람만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한다. 리드업은 독자가 기사 읽기에 소비한 시간, 스크롤하는 속도 등을 종합해 90% 이상 읽을 경우에 한해 댓글창을 연다. 

▲ 리드업의 기사를 읽은 비율을 표시하는 화면. 90% 넘게 읽었다고 판단되면 화면 색이 바뀌고 댓글창이 열린다.(https://readup.org/)
▲ 리드업의 기사를 읽은 비율을 표시하는 화면. 90% 넘게 읽었다고 판단되면 화면 색이 바뀌고 댓글창이 열린다.(https://readup.org/)
▲리드업의 댓글 화면. 콘텐츠를 90% 이상 읽기 전에는 댓글을 쓸 수 없다.
▲리드업의 댓글 화면. 콘텐츠를 90% 이상 읽기 전에는 댓글을 쓸 수 없다.

리드업의 기사나 게시글을 클릭한 직후 댓글창으로 스크롤을 내리면 자물쇠 화면과 함께 ‘글을 게시하거나 댓글을 쓰려면 반드시 기사를 읽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리드업의 기사 화면 오른쪽에는 기사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함께 실제 기사를 어느 정도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흑백 그래프가 뜬다. 기사를 90% 이상 읽으면 그래프가 녹색으로 바뀐다. 

국내에도 이 같은 댓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8년 발행한 '뉴스 댓글 운영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는 “뉴스기사를 3분의 2 이상 읽은 후에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며 “제목에만 근거해서 작성된 댓글은 식견을 갖춘 의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댓글창 운영하지 않거나 제한 두는 언론사들

한국 언론에 댓글창은 필수로 여겨지지만 해외 언론사 가운데는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NPR, BBC, 로이터 등의 언론은 기사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는다. 일본의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들도 댓글창을 제공하지 않는다.

CNN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은 일부 기사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댓글창을 운영한다. 뉴욕타임스는 기사 작성 후 24시간,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작성 후 사흘만 댓글 작성을 허용한다.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나 별도 게시판 등을 통해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영미권 언론에선 악플과 혐오 댓글 문제 등 댓글 문제 폐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댓글창을 폐쇄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NPR은 2016년 댓글창 폐지를 알리며 △댓글 이용자가 방문자의 0.003%에 불과하고 △NPR 기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고△악플과 주제에서 벗어난 댓글로 인해 뉴스의 신뢰성이 떨어지며 △댓글 정화 비용도 상당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가디언의 독자 담당 주필인 메리 해밀턴은 댓글창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면서 “댓글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피드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승인된 댓글만 허용하고 수정 막는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승인한 댓글만 노출하고 있다. 전체 댓글 중 악성 댓글이나 반복적인 댓글을 감지해 사전에 거른다. 사람 직원이 ‘댓글조정자’로서 댓글을 관리하면서 머신러닝으로 문제가 될 만한 댓글들은 AI ‘퍼스펙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작성된 댓글의 수정을 허용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 뉴욕타임스 댓글 규정 설명 페이지 갈무리(https://help.nytimes.com/hc/en-us/articles/115014792387-Comments)
▲ 뉴욕타임스 댓글 규정 설명 페이지 갈무리(https://help.nytimes.com/hc/en-us/articles/115014792387-Comments)

뉴욕타임스는 댓글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검증된 댓글 작성자(verified commentor)’라는 등급제를 통해 검증된 댓글을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양질의 댓글을 별도로 엄선해 제공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뉴스24는 일시적으로 댓글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했다. 그러나 하루 4000건 이상 댓글을 직원이 직접 관리하다보니 결국 포기하게 됐다. 이후 뉴스24는 댓글창을 폐지했다.

혐오댓글 한도 넘으면 댓글창 닫는 야후재팬

일본의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은 한국 포털과 유사하게 악플 모니터링 및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위반 댓글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댓글창을 닫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2021년 야후재팬은 교도통신의 한국 어선 전복 및 실종사건 기사의 댓글창을 닫았다. 규정 위반 댓글이 기준을 넘어 댓글창을 닫는다는 안내 문구를 띄웠다. 이 기사에는 혐한 댓글이 다수 달렸다. 

야후는 한국 포털과 유사한 환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에 의뢰해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열흘 간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 123만여개를 분석한 결과 혐오댓글이 58.27%로 절반을 넘겼다. 

※참고문헌
<뉴스 댓글 운영 현황과 개선방향>(김선호, 오세욱)
<선거·정치 인터넷 뉴스 댓글 관련 자율규제 및 제도개선 방안>(한국정치학회)
<저널리즘의 위상을 획득한 포털 댓글과 표현의 자유>(이성규)
<댓글은여전히 중요한가?: 2016년세계 온라인 댓글 연구(DoComments Matter?: Global Online CommentingStudy 2016)>(세계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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