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 이하 중소기업은행)이 언론사에 집행한 광고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광고 정보공개에 대한 공익적 목적을 강조했다. 정부광고 정보가 공개되면 광고 집행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나 논란이 해소·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1일 중소기업은행이 언론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사전공개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행정법원은 중소기업은행이 일반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등 민간기업의 역할을 맡고 있는 건 맞지만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IBK기업은행 CI.
▲한국언론진흥재단, IBK기업은행 CI.

중소기업은행은 △정부광고 내역 공개 시 매체사 간 마찰 증가가 예상된다 △언론재단은 광고 대행기관에 불과하다 △일반 은행과 경쟁하고 있는데, 다른 은행들이 정부광고 내역을 홍보전략 수립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법원은 중소기업은행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은행의 정부광고 내역을 공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행정법원은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업무편람을 개정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언론재단이 단지 중소기업은행의 정부광고 관련 의사결정 내용과 광고비를 전달하는 대행 기관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행정법원은 일반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중소기업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했지만, 정부광고 내역은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법원은 “중소기업은행의 정부광고는 사법상 행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광고 내역이 공개된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은행은 홍보 매체별 영향력에 따라 건당 정부광고료에 차등을 두는 방법 이외에 다른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쟁사업자가 공개정보를 이용할 우려는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지, 중소기업은행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볼만한 구체적 활용 방안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법원은 매체사들이 공개정보를 토대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장려되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행정법원은 “홍보 매체사들이 공개정보를 활용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자유경쟁 시장에서 장려되어야 할 일”이라며 “광고료 책정에 있어 협상력의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광고료 인상) 요구에 응하기보다 엄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정부광고의 효율성 및 공익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행정법원은 정부광고 내역 공개에 따른 공익적 효과가 크다고 했다. 정보공개를 통해 정부광고 집중 문제 등을 점검할 수 있다는 것. 행정법원은 “정부기관이 광고비 집행을 공정하게 했는지, 특정 홍보 매체사에 집중해 과다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에 의한 행정감시의 필요성이 크다”며 “중소기업은행의 정부광고료 규모가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광고비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나 논란이 해소·방지될 수 있다.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고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행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총 493억4600만 원의 광고비를 신문사에 지출했다. 방송·인터넷 언론사에 집행되는 광고비를 합산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연평균 집행 광고비는 123억3600만 원으로 전체 정부광고비 점유율은 5.63%에 달했다. 한편 중소기업은행은 이달 6일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