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들이 국회의원들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측은 상임이사들에게 표완수 이사장 해임 시도와 관련한 자료 제출과 전체회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25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임명된 언론재단 상임이사 3인(조선일보 출신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연합뉴스 출신 유병철 경영본부장, 중앙일보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이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민간단체 지원사업 관련 경찰 수사의뢰서, 이사회 소집요구서, 이사장 해임 건의 사유서 등을 요구했다. 상임이사들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작성해 경찰·비상임이사들에게 넘겨준 자료가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이에 대해 유정주 의원은 “(문건을 만든) 당사자가 문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광고 집행 내역도 공개해달라고 했는데 ‘IBK와 소송 중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문체부의 광고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이 같은 답이 왔다”고 비판했다.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내역은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IBK기업은행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표 이사장은 자료제출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직원이 이사장을 해임하겠다는 안건이 담긴 이사회 소집 요청서를 가지고 왔길래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상임이사들에게 전체회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강제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양당 간사에 협조 요청을 했으나 국민의힘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강제출석을 시키려고 이용우 의원실에 동의를 요청했는데 안 됐다”고 했다.

홍익표 위원장은 상임이사들이 무리하게 표 이사장 해임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언론재단에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임기가 2달 남은 이사장을 해임시키려는 게 맞는가”라면서 “수사 결과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발됐다는 것을 이유로 이사장을 해임시키려는 건 이전 정부들이 만든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상임위원 3명이 이사장을 왜 강제로 물러나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이전 정부들도 무리하게 임기가 남은 사람들을 자르려고 하다가 직권남용으로 걸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언론재단 경영평가보고서를 보면 정부광고 지표 개선작업을 이사장이 직접 주도했다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이사장은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며 무책임하고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했다”며 “이런 무책임성 때문에 언론재단이 망가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8월16일 언론재단 이사회 회의록 일부.
▲8월16일 언론재단 이사회 회의록 일부.

한편 언론재단은 24일 표 이사장 해임안이 논의된 8월16일자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사들이 표 이사장 해임 여부를 두고 어떤 공방을 벌였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이준웅 한국언론학회장은 표 이사장에게 자진사퇴를 두 차례 요구했다. 이 학회장은 “해임 절차 논의 이전에 사퇴를 표명하는 게 어떤가”라며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기 위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학회장은 언론학회 검토 결과 ‘현재 상황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는 결론이 모아졌다면서도 “이사장 해임안건에 대해 언론학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들이 모아졌다”고 했다. 표 이사장은 이 같은 사퇴 요구에 대해 “직원들이 고발·수사의뢰 당한 상황인데, 지금 상황에서 자진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진사퇴는 모든 정황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밝혔다.

표 이사장의 구체적 입장도 담겼다. 표 이사장은 해임을 요구하는 유병철 경영본부장 주장에 “열독률 조사는 문체부가 ABC발행부수 자료의 정책적 활용 중단을 결정하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문체부와 함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표 이사장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감사를 요청했는데, 상임이사들이 수사의뢰를 했다고 했다.

표 이사장은 상임이사들이 해임 건의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표 이사장은 “해임안건을 논의하려면 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이사회에 먼저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안을 상정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수사의뢰의 경우) 경찰에 의뢰한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떤 사유로 해임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웅규 방송협회 사무총장(김의철 방송협회장 대리참석)은 “열독률 표본오차를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며 “수사결과가 확인되지 않고, 감사 역시도 확실히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추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재단을 상대로 이사장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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