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지난 2개월간 ‘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을 통해 미국 지역언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들은 주변 신문사들이 폐업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방법을 찾으며 생존을 꾀하고 있었다. 지역언론을 연구하는 교수들,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한 데 모여 여러 가능한 방안, 지원책들을 내놓았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도, 더 나아가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 어떨까. 지역언론이 줄폐업하는 미국과 달리 절대적인 한국의 지역언론 수는 줄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는 그대로다. 지역민들의 불신 속 의미 없는 뉴스를 양산하는 매체만 한계 사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공론장이 사라진 지역은 정체성을 잃은 채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쩌면 지역을 살릴 적기를 지역언론에 대한 무관심 속 흘려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오늘은 (왼쪽부터)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장), 천현진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천), 이현경 옥천신문 편집국장(현),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이), 김보현 뉴스민 기자(김) 등 지역언론 전문가와 현업 언론인을 만나 이들이 고민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왼쪽부터)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장), 천현진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천), 이현경 옥천신문 편집국장(현),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이), 김보현 뉴스민 기자(김) 등 지역언론 전문가와 현업 언론인을 만나 이들이 고민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장), 천현진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 선임연구원(천), 이현경 옥천신문 편집국장(현),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이), 김보현 뉴스민 기자(김) 등 지역언론 전문가와 현업 언론인을 만나 이들의 고민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나간다. 이번 기사에선 지역언론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과 한국 지역언론 현황에 대한 진단이 담겨 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지금까지 기획으로 14개 기사를 썼다. 현장 기자·전문가 입장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공존할 것 같다. 이번 기획을 평가한다면.

천 “한국에서 지역언론은 소외된 이슈다. 지역언론이 주제로 다뤄졌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실제 뉴스사막화 보고서로 미국 사례를 챙겨봐 현장 목소리가 흥미로웠다. 텍사스 교수 인터뷰(관련 기사 : “언론인들 비즈니스 외면해 뉴스 상업화 가능성 뺏겼다”) 중 언론이 놓친 부분이 기술의 종속성이 아닌 ‘비즈니스’라는 지적에 공감했다. 기업에서 나오는 사회 환원적 부분을 언론이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차이가 좀 있다. 지역,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 지역언론 정책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미국 지역언론 커뮤니티 임팩트. 사진=윤수현, 박재령 기자.
▲미국 지역언론 커뮤니티 임팩트. 사진=윤수현, 박재령 기자.

장 “텍사스에서 월간지 새로 시작하는 것(관련 기사 : 신문 위기에도 윤전공장 세운 美지역신문 ‘커뮤니티 임팩트’)이 의외였다. ‘밀워키 저널 센티널’(관련 기사 : 밀워키 기자들이 들려준 지역언론과 트럼프 이야기)은 굉장히 전통있는 신문사다. 언론 역사를 전공해 논문 쓸 때 꽤 인용한 신문이고, 그 지역의 정론지다. 다만 미국도 뚜렷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정체성, 역사 등 우리와 다른 것이 많아 잘 참고해야 한다.”

현 “주민들끼리 서로 연대체 만들어 후원하던 ‘830타임스’(관련 기사 : 사막에 피어난 꽃… 텍사스에서 만난 지역언론의 ‘희망’)가 인상 깊었다. 작은 곳에서 종이 신문을 낸다는 것이 생산 비용도 그렇고 쉬운 게 아니다. ‘옥천신문’과 ‘청산별곡’ 모두 국민, 주민들이 십시일반 내주신 돈들로 시작했다. 소득 격차에 따라 정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인터뷰(관련 기사 : ‘뉴스 사막화’ 연구자 “시민 의식 가진 조직이 책임 맡아야 살아남는다”)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료구독 매체 입장에서 ‘있는 자들의 커뮤니티’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830타임스(830Times) 지면. 사진=윤수현 기자
▲ 830타임스(830Times) 지면. 사진=윤수현 기자

이 “처음엔 ‘사막화’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고 막연했다. 전반적으로 구성도,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허탈한 부분도 있었다. 기획의 목표가 결국 지역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을 통해 확인해 보자는 것인데, 지역과 더 밀착하고 공동체와 함께 고민하라고 끝나면 이전과 반복되는 것이다. ‘어떻게 실현이 가능할까’가 핵심인데, 전문가 인터뷰를 보면 정부 지원 언급 정도가 있어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 외에는 ‘830타임스’가 와닿았다. 매체에 대한 애정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우리랑 닮은 것도 같았다. 광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유의미했다.”

- 미국과 한국 상황 차이를 앞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평가 같다.

장 “미국은 애초에 지역 단위로 시작해 한 나라가 됐다. 그래서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 강하다. 실제 생활 반경도 여러 지역을 거치지 않고 살고 있는 지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전통 지역사회가 무너졌다. 해방 이후에도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 정체성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없었다. 언론은 권력 근처에 가기 마련이라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자 중앙언론이 비대해졌고 지역언론은 크게 축소됐다.”

▲ 뉴스사막화가 심각한 텍사스주. 굵은 선으로 표시한 서남부 지역이 미디어오늘이 방문했던 발베르데 카운티다. 사진=UNC Hussman School of Journalism and Media
▲ 뉴스사막화가 심각한 텍사스주. 굵은 선으로 표시한 서남부 지역이 미디어오늘이 방문했던 발베르데 카운티다. 사진=UNC Hussman School of Journalism and Media

천 “미국은 통신망이 다 안 깔려 있다. 지역신문이 없으면 지역 정보를 전달받기 어렵다. 전국신문도 마찬가지다. 지역신문이 없으면 지역 정보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어디서나 깔려 있다. 지역신문이 없다고 해서 정보를 아예 얻을 수 없는 건 아니다.”

현 “면적이 다른 게 중요하다. 한국은 해남 땅끝에서도 하루 만에 수도권을 왕복할 수 있다. 내 삶과 수도권에서 나오는 수많은 의제들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 당장 쏟아지는 여의도 이슈가 당장 내 삶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어도 관심을 가진다. 한국의 중앙집권형 정치도 차이다. 지방 분권이 강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만 이슈가 되지 않나. 다음 이슈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민들도 지역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지역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구’는 그냥 사람이 사는 곳이지, 스스로 ‘대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누군가 대구를 욕하거나 공격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대구 사람’이라고 인지하는 일이 별로 없다. 뉴스 역시 그런 식으로 소비된다. 언론도 자연스럽게 지역보다 일반 기사를 많이 생산하는 식이다.”

- 지역언론이 ‘중요’하고 ‘위기’라는 점은 공통점이다.

▲ 2021년 7월 나온 옥천신문 용방리 태양광 기사.
▲ 2021년 7월 나온 옥천신문 용방리 태양광 기사.

현 “지역언론만이 다룰 수 있는 의제가 있다. 지역 뒷산을 깎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이슈가 있었는데 지역언론이 아니면 ‘재생에너지’ 관점에서만 문제를 바라본다. 산사태 위협에 직면한 지역민 입장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옥천신문은 주민 소통을 통해 행정절차가 끝났음에도 중간에 잘못된 걸 찾아 무효화시켰는데, 다른 곳은 공론화가 되지 못했다. 지역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생활과 맞닿은 디테일을 모를 때가 많다. 현장 입장에서 이러한 생활 밀착 정보가 지역에 돌지 않는 건 ‘재난’에 가깝다.”

장 “서울에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지방인데 수해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거나 수해 당한 지역민을 인터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CCTV 화면 보여주고, 지역민들이 보내준 동영상 보여주고, 이장님을 인터뷰하는 정도다. 결국 저널리즘이 없는 거다. 퇴근길이 막혀도 재난방송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카카오톡이 뉴스미디어 창구가 된다. 각 지역에 골고루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다 서울과 대도시 주변에만 있다.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려면 언론이 중요하다. 언론이 잘 되면 촉매 기능을 해서 공동체 내 다른 것들도 잘 될 수 있다.”

- 하지만 한국의 지역언론 연구는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다.

▲ 지역신문 관련 연구와 데이터가 모인 비영리재단 '리빌드로컬뉴스'(Rebuild Local News) 홈페이지 갈무리.
▲ 지역신문 관련 연구와 데이터가 모인 비영리재단 '리빌드로컬뉴스'(Rebuild Local News) 홈페이지 갈무리.

천 “지역신문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데이터 연구가 왜 없었을까 아쉽다. 미국에선 지속적으로 ‘지역신문이 없으면 민주주의 위기가 온다’, ‘소수 커뮤니티에 대한 다양성이 떨어진다’, ‘선거 참여도가 떨어진다’ 등의 연구가 계속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연구가 거의 없었다. 지금 정책을 만들 때도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논리가 부족하다. ‘민주주의 위기’는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 미국은 지역 데이터를 모아 지역언론 지원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개발해왔다. 그게 한국과 큰 차이점이다.”

장 “실천할 의지가 부족한 게 문제다. 한국의 지역언론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다. 시스템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기득권이지 않나. 기본적으로 사회 구조가 권력층에 유리한 구조로 정착돼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 본다. 지방소멸, 지역 불균형 문제 등을 다루는 좋은 단초가 지역언론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다. 혁신도시 등 여러 방안을 내놔도 결과가 시원치 않은 데는 지역언론이 부재한 것도 있다. 여론이 안 만들어지고 지역 정체성이 없으니까 실패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각지대엔 정부도 돈을 안 쓰고 관심이 없다.”

- 언론 환경의 차이도 있다. 한국 언론은 네이버 등 포털 의존성이 높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종속을 이야기 한다. 또한 미국은 돈을 주고 기사를 보는 유료구독이 비교적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사례가 부족하다.

현 “무료에서 유료로 가는 건 정말 어렵다. 옥천신문이 처음부터 유료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그래서 현재 다른 언론사들과 다르게 조금은 안정적인 게 아닐까. 포털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언론이 콘텐츠를 무료로 풀었던 게 아픈 선택지였다고 본다. 언론사들이 연대를 해서 첫 대응을 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최근엔 포털도 트래픽을 많이 뺏기고 있다고 하는데, 다음 플랫폼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이번엔 언론사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경쟁하는 동시에 건강한 공론장을 지켜야 하는 숙제를 같이 지고 있다.”

장 “네이버의 큰 문제는 지역뉴스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거다. 제휴사가 돼야 하는데 지역언론이 못 들어간다. 의무적으로 지역뉴스를 탑재하라는 법이 발의까진 됐는데 제도화되진 않았다. 큰 관심도 못 얻었다. 네이버 다음 유튜브인데 거기도 지역뉴스는 없다. 네이버는 지역 광고는 싹 흡수했다. 하지만 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 뉴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아산 시장 후보가 큰 스캔들이 없는 이상 전국 단위 뉴스에 안 나온다. 화가 나는 건 내 지역 후보자들의 배너 광고는 뜬다. 광고만 뜨고 뉴스는 안 뜬다. 네이버 입장에서 돈 되는 광고는 뜨지만 유권자의 알 권리는 책임을 안 진다.”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디자인=이우림 기자

천 “한국 포털은 광고에 대한 수익 분배도 공개하지 않았다. 메타, 구글 등 해외 플랫폼은 펀딩 식으로 이니셔티브를 하나 해서 지역언론을 지원한다. 우리도 언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해선데 한국 포털은 그마저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 환경에서 전국 단위 기사를 올려야 클릭이 되고 수익이 되는 악순환이 있다. 그래서 지역언론도 수도권 위주로 기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회사가 유지는 되니까. ‘포털 종속’이 되면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사를 노출해도 클릭이 안 되는 문제가 생겼다.”

- 그런 걸 보면 ‘뉴스사막화’란 단어는 한국 상황과 딱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지역언론의 수 자체는 계속 늘고 있다.

장 “1990년대 이후 언론자유가 주어졌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쉽게 신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자체 수익모델이 없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각종 홍보비를 나눠 먹는 거다. 지자체도 자기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지역언론 사이트에 가면 대부분 자치단체 홍보성 광고다. 한국은 좋은 지역언론을 경험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언론사는 많지만 지역사회 울타리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도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뉴스는 없는데 언론사만 많다. ‘기생충’같은 언론사가 많아 이들이 생산하는 뉴스는 뉴스 가치가 거의 없다.”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2023년 3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뉴스민 후원의밤 행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 “후원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민에 온 이유이기도 한데, 지자체가 돈줄을 끊으면 지역언론에 치명타다. 부정적 기사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매체들에 돈을 나눠주는 건데, 그 기대가 사라지면 실제 미국처럼 지역언론이 사라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지자체는 자체 뉴스룸을 운영하고 있고 시정 홍보에 언론사보다 더 유용한 수단이 많다. 최악의 상황이 5년 내지 10년 안에 올 수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 기업을 통해 수익을 마련할 방법이 많지는 않다.”

이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땐 한국은 사막화와 오히려 반대다. 물론 저널리즘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여전히 언론을 필요로 한다.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지자체 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언론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산업 생태계는 없어지지 않을 거다. 광고를 주면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 광고 효과는 분명히 있다. 보도에 영향을 끼치는 내면의 효과도 있다. 괴롭히려고 마음 먹으면 찾아서 비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자체는 광고를 끊지 못한다.”

- 그렇다면 ‘뉴스사막화’ 대신 한국엔 어떤 용어를 쓸 수 있을까.

현 “어울리는 단어를 정확하게 찾을 순 없는데, 어쨌든 ‘뉴스사막화’도 재난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다. 재난 상황이라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재난에 준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언론사가 미국처럼 없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필요한 뉴스가 생산되고 있나. 그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선 사막화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 다만 사막화는 토지만 황폐화된 건데 한국은 토지 자체가 오염됐다. 사실 언론이 제 역할을 잘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우리가 죄인이라 본다. 그래도 쓰나미처럼 정보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필요한 정보를 솎아내는 역할을 앞으로 해야 한다.”

▲ 천현진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지역언론 상황을 ‘정글’에 비유했다. 사진=unsplash
▲ 천현진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지역언론 상황을 ‘정글’에 비유했다. 사진=unsplash

천 “‘뉴스정글화’는 어떨까. 정글이라는 ‘푸른 사막’이 된 거다.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 밑에서 습하면 습한대로 건조하면 건조한대로 다 기생하면서 살고 있다.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언론사도 물론 있고, 한 사람이 운영하는 신문사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연합뉴스만 베껴도 살 수 있는 환경이다. 겉으로 보면 먹을 게 많아 보이지만 이게 양질의 숲이 될 수 있는가 하면 결국 푸른 사막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용자 입장에선 좋은 나무를 잘 길러 내는게 좋은 거다. 그냥 살아만 있는 생물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 ‘뉴스사막화’ 연구를 담당한 페니 애버내시 교수는 미국 지역언론이 무너진 기점으로 ‘헤지펀드의 등장’을 꼽았다. 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하면서 단순 돈이 안 되는 언론은 문을 닫게 했다는 것이다. 시장 중심 소유주들이 ‘저널리즘’을 고려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이 “한국 현장에선 1997년 IMF 이야기를 한다. IMF 전만 해도 광고시장도 넉넉하고 지역에서도 광고 걱정을 안 했다. 기자들도 광고 영업할 일이 없으니까 지자체를 무서워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IMF 이후 광고 시장 자체가 줄어드니 지자체 광고 영역이 커지고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이 구조가 됐다. 구성원 개개인을 만나면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조직이 되면 개인 의견이 묻힌다. 선배 그룹과 만나서 얘기해보면 냉소적이다. ‘저널리즘의 본령’도 좋고 다 아는데 그게 밥 먹여주냐는 것이다. 기자들이 의지가 없을 수도, 언론 시장이 양극화돼서일 수도 있다. 답을 알지만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다.”

▲ 페니 애버나시 노스웨스턴대학 교수. 사진=본인 제공
▲ 페니 애버나시 노스웨스턴대학 교수. 사진=본인 제공

현 “미국과 한국이 소유주 관점에선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지역 굴지 신문사들도 건설사나 버스 운영 회사가 사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들은 신문 산업의 미래를 보고 산 게 아니다. 미국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손을 댄 것과 마찬가지다.”

장 “구글의 사업 수익 중 많은 부분이 광고인데, 그 광고는 이전에 다 신문이 하던 거다. 언론사 수익을 뺏어가는 걸 차단했어야 했는데 미국 언론도 못했다. 한국 언론이 네이버에 휘둘리는 것과 똑같은 거다. 디지털 거대 기업과 관계 정립에 실패했다는 점은 미국과 한국이 똑같다. 미국은 대형 펀드가 신문을 인수해 ‘체인’처럼 운영한다. 그들은 경영 논리에 입각해 지역뉴스 대신 전국 뉴스를 만든다. 트럼프가 전국에 영향을 끼친 이유다.”

-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미국 내 지역 의회와 지역언론과의 관계였다. 미국은 언론 역할로 지역 의회 취재를 중요하게 여겼다.

현 “지역신문의 존재가 편하진 않을 거다. 지방의원 중 한 분이 옥천군은 의회가 견제하고 옥천군의회는 옥천신문이 견제한다는 말을 했다. 지역신문이 건강하면 지역 정치인들과 그런 관계가 생긴다. 실제로 지역신문이 탄탄하지 못한 다른 지역 지방의원을 보면, 연수 간 김에 관광도 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센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옥천군 의원이라면 상상도 못 할 말들이다. 공론장이 없으면 공적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구나 깨달았다.”

이 “지역 의회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지역 기초의회 취재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 질적 차이도 있다. 의원들의 역량 차이가 있는 거다. 쭉 지켜봐도 뉴스 가치는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게 반복되니 중요도가 뒤로 밀리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한 정당에 매몰된 지역은 의원 역량이 더 떨어진다.”

김 “구의회에 가보면 상주하는 기자도 있고, 출입기자도 있다. 그런 매체들도 꼼꼼하게 잘 다룬다. 하지만 단순 발생 사안 말고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하는 기사는 잘 못 봤다. 현장 기자 입장에선 지역의회 수준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고, 취재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 목차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살리기 위한 노력들

⑦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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