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전 방위적으로 ‘윤석열 커피’ 허위 보도 매체를 쓸어버리겠다고 분주하다. 검찰은 이를 보도한 JTBC와 뉴스타파를 상대로 한 보도 분석에 나섰다고 한다. 언론사를 겨냥한 검찰 압수수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윤석열 커피’ 보도가 대체 뭐길래 여당 입에서 ‘사형’, ‘국가반역죄’(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말까지 나오는 걸까.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은 JTBC, 남욱의 검찰 진술

‘윤석열 커피’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 있다. 윤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를 대면 조사하면서 커피를 타줬다는 것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로 조씨가 윤석열 수사팀에서 ‘봐주기 수사’를 받았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이다. 김씨는 조씨에게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을 소개했고, 박 변호사와 윤 대통령은 검사 선후배로 돈독한 관계다. 박·윤은 최순실 특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윤석열 커피’ 보도 시작은 지난해 2월21일 JTBC 보도였다. 지금은 뉴스타파 기자인 봉지욱 전 JTBC 기자가 리포트한 것으로 JTBC는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을 전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김씨가 조씨에게 “오늘은 (검찰에)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씨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으며 첫 조사와 달리 잘해줬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봉 기자는 JTBC 기사에서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적시했는데, 남 변호사도 검찰에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임검사가 믹스커피도 타줬다”고 주장했다.

JTBC 보도 파장은 컸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조씨를 대면하여 커피를 타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JTBC 보도 나흘 뒤인 2022년 2월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현 민주당 당대표)는 대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난 그 사람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 남욱 변호사가 지난 3월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남욱 변호사가 지난 3월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우형 대질 이후 진술 번복한 남욱

반면, 조씨는 2021년 11월 검찰에 “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만난 검사는 박아무개 검사였고, 박 검사가 커피 한 잔을 주면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의 가족관계 등을 물어봤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고 귀가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과장의 부하검사다.

검찰은 이후 남 변호사를 불러 조씨와 대질신문을 진행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내가 착각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특히 조씨의 경우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검사가 있던 대검 중수부는 대장동 대출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다”(TV조선 보도)며 2011년 대장동 대출로 수사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2014년 대장동 대출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땐 “내가 검찰(대검 중수부)에서 수사 받은 것이 대장동 관련된 부분도 있는데”라며 “검찰 수사 결과 나뿐 아니라 회사와 가족들의 모든 계좌을 압수수색하고 소환돼 조사를 받아 내게는 혐의가 없다는 결과까지 나왔다”고 항변했다. 최근 조씨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다.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땐 입건되지 않았던 조씨는 4년 후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때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20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무엇을 했는가. 일부 언론들이 윤석열 수사팀의 ‘저축은행 사건 봐주기 수사’를 의심하는 이유다.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윤석열 커피’ 허위여도 수사 무마 의혹 왜?

지난해 대선 사흘 전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보도했다가 최근 ‘윤석열 커피’ 허위 보도 주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고 있는 뉴스타파. 이 매체가 지난 7일 공개한 김·신 두 사람 녹취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김만배(이하 김) :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이하 신)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 : “응. 박○○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그런데.”
신 : 그럼, 아니 잠깐만. 조우형이… 그러니까 박영수가…
김 :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
신 :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했던 거야?
김 :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신 :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 : “통했지.”
신 :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서 박○○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 :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신 :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김 :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신 :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김 : “박○○를 만났는데. 박○○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결론부터 말하면, 뉴스타파는 ‘윤석열 커피’ 보도를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김씨는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박○○ 검사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질문을)하더니 보내주더래”라고 했다가도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을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라고 말한다. 김씨 발언만 들어선 윤석열 중수과장의 부하검사 박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것인지, 아니면 직원이 타줬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앞서 말한대로 조씨는 검찰에 “박 검사님이 내게 커피를 한 잔 주면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의 가족관계를 물어봤다”고 진술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윤석열 커피’는 본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사건 본질은 커피가 아니다. 대장동 대출 사건에 봐주기 수사가 있었느냐가 핵심”이라며 “2011년 처벌을 받지 않았던 조씨가 똑같은 혐의로 2015년 수원지검에서 처벌을 받은 것, 그리고 윤 대통령이 당시 이 사건 주임검사였다는 것, 그 밑에 박 검사가 있었다는 것은 흔들릴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우려스런 정권의 비판언론 퇴출 공세

뉴스타파가 윤 대통령을 부각하는 편집으로 발언 왜곡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 윤 대통령과 조씨의 대면 여부 등에 관한 사실 확인 ‘과정’은 거쳤지만 사실 ‘확인’은 못했다는 점, ‘김만배·신학림’ 녹취 검증이 미비했는데도 대선 사흘 전 급하게 보도한 점은 엄정하게 비판할 대목이다.

그러나 결함 있는 보도에 대한 비판은 어디까지나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권력기관이 ‘퇴출’과 ‘폐간’을 언급하며 비판언론 보복에 나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하고 나중에 책임 지지 않는 언론은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며 “공영방송으로서 존립 가치가 없거나 국기를 흔드는 악의적 사고를 일으키면 존폐 자체를 근원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 방통위 등 행정규제기관이 특정 언론 퇴출에 사활을 거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은 7일 “김만배 인터뷰를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이에 연결된 저널리즘 책무 위배는 한국 언론 현장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며, 깊은 성찰과 평가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를 빌미로 독재 정권의 언론통제 망령을 부활시키고, 언론탄압을 정당화하려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정치적 음모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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