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이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기사 작성자인 봉지욱 전 JTBC 기자 책임을 물었다. 봉지욱 기자는 반론요청이 없는 사과 보도라고 반발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6일 두 번째 리포트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제기…“보도 당시 중요 진술 누락 확인”>에서 지난해 2월 당시 봉지욱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가 보도했던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에 “중요한 진술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두 번째 리포트가 끝난 후 한민용 JTBC 뉴스룸 앵커는 “JTBC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며 “이런 보도가 나간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 앵커는 관련 보도 담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고, 이 시기 보도된 타 기사도 검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최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논란이 불거진 뉴스타파를 비롯해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일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공세 속에서 나온 사과 보도였다.  

JTBC, 尹 수사 무마 의혹 “왜곡된 보도에 시청자께 사과”

JTBC는 사과 보도에서 “봉지욱 기자는 ‘대장동 관련 질문은 받은 기억이 없다’는 조(우형)씨 말만 기사에 반영했다”, “봉 기자는 조씨의 진술 조서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봉 기자가 이 내용을 알고도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는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봉지욱’ 실명을 언급하며 취재 기자 책임을 물으면서도 봉 기자를 조사하거나 반론, 입장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봉 기자는 6일 오후 JTBC 뉴스룸 사과 보도 후 통화에서 “JTBC로부터 연락이 전혀 없었다. 사과 보도에 관한 언질도 전혀 없었다. 뉴스룸 방송이 임박해서야 뉴스타파 기자가 JTBC에서 사과 방송을 한다더라 말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봉지욱 기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21일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 2월28일 <대장동 자금책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영웅담처럼 얘기”> 리포트를 보도했다.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이들 기사는 대선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대장동 수사에 관한 것으로 봉 기자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로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인 조씨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 때 김씨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소개 받았다. 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 대검 중수부 수사 땐 입건되지 않았던 조씨는 4년 후인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땐 구속기소되어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20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봉 기자는 지난해 2월21일 보도에서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을 전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김만배씨가 조우형씨에게 “오늘은 (검찰에)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씨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잘해줬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봉 기자는 이 기사에서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적시했는데, 남 변호사도 2021년 11월 검찰에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임검사가 믹스커피도 타줬다”고 주장했다.

JTBC가 6일 사과 보도에서 문제 삼은 건, 봉 기자가 지난해 보도에 앞서 2021년 10월 조씨를 2시간 걸쳐 인터뷰했는데도 조씨 주장을 반영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것이다. JTBC는 사과 보도에서 “(봉 기자가) 조씨 입장을 직접 들은 건 2021년 10월이다. 봉 기자가 ‘주임검사 기사’를 쓴 지난해 2월보다 넉달 전”이라며 “조씨는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은 없느냐’ 질문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봉 기자는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조씨의 말을 들었다’는 남욱씨의 진술을 그대로 전하며 ‘주임검사는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고 기사에 썼다”고 했다.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는 지난해 10월 JTBC를 퇴사하고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는 지난해 10월 JTBC를 퇴사하고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또 JTBC는 봉 기자가 “윤석열 중수 2과장을 만난 적이 없다”, “남욱씨에게 윤석열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줬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조씨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 조서를 확보한 것을 확인했다며 “봉 기자가 이 내용을 알고도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는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JTBC 사과 보도를 정리해보면, 봉 기자는 2021년 10월 조씨를 2시간 만났고 2021년 11월에 있었던 조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확보했는데도 지난해 2월 남욱 변호사 진술을 그대로 인용해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줬다’는 취지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봉지욱 실명 쓰고 사과하면서 반론은 왜 없었나

유력 방송사가 기자 실명을 자막과 리포트에 공개하며 사과 방송을 하는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봉 기자 입장은 전혀 싣지 않았고, 반론 요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봉 기자는 6일 통화에서 JTBC가 근거 없이 사과했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2021년 10월 조씨와 100분가량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대화에 ‘윤석열’에 관한 질문과 응답은 전혀 없었다는 것. 즉, 봉 기자가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은 없느냐”고 질문했고 조씨가 “없다”고 답했다는 취지의 JTBC 사과 보도는 ‘허위’라는 주장이다.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봉 기자는 “JTBC는 내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자료 요청도 없이 진상조사를 허위로 했다”며 “지금 보도국장은 지난해 보도 당시 부국장으로 보도에 관여한 책임자다. 그런 사람이 진상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봉 기자는 “조씨를 만나는 100분 동안 내가 입 밖으로 ‘윤석열’이라는 세 글자를 꺼낸 적 없다”며 “그런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조우형도 ‘윤석열과 관련 없다’고 하지 않았다. 조씨와 윤석열에 관해 이야기한 적 없다. 대체 무엇을 근거로 진상조사를 하고 사과보도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조씨 음성 파일을 달라고 했다면 다 제공했을 것”이라며 “최근 조선일보는 조씨가 내게 30분 넘게 수사 무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는데 조씨와 나눈 대화에서 조씨가 그렇게 설명한 대목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조씨가 지난 7월 검찰에 “2021년 10월부터 JTBC, 경향신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지만 내 입장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며 “이 언론들은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만 반복 보도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봉 기자는 ‘윤석열을 만난 적이 없다’는 조씨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조서를 확보하고도 왜 반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조씨의 검찰 진술조서는 지난해 1월 확보했고, 그 후 조씨 사촌형과 측근들을 만나 추가 취재한 결과,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게 됐다. 복수의 증언과 취재로 조씨 주장을 탄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21일 당시 JTBC 봉지욱 기자는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이라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JTBC는 지난 6일 이 보도가 왜곡됐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화면 갈무리.
▲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21일 당시 JTBC 봉지욱 기자는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이라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JTBC는 지난 6일 이 보도가 왜곡됐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화면 갈무리.

봉지욱 “조우형과 100분 대화 녹음파일 공개할 것”

봉 기자는 “윤석열 수사팀의 수사 무마 의혹은 조우형으로선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본인 입으로 수사 무마가 있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우형, 남욱이 말을 바꾸고 있는데 바꾼 말이 진실인 양 현재 검찰 발 보도가 넘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무마는 없다는 취지의 조우형 진술이 진실이 되려면, 수사 무마가 있었는지 진짜 수사를 통해 규명 돼야 한다”며 “윤석열과 조우형이 만났으면 수사 무마가 있던 것이고, 안 만났으면 수사 무마하지 않았다는 건 프레임이다. 커피를 누가 타줬다는 것도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조우형이 박영수를 통해 윤석열팀 수사를 무마했느냐에 있다”고 했다.

봉 기자는 JTBC 사과 보도 대응에 관해 “조우형과 가진 100분가량의 인터뷰 내용 전부를 공개할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조우형이 내게 30분 동안 윤석열과 관계없다고 설명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 JTBC 사과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봉 기자는 “JTBC가 용산에 납작 엎드린 것 아닌가 싶다”며 “올해 JTBC는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받아야 할 사안이 있다. 이 정권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며 “JTBC 사과 보도야말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말하는 ‘가짜뉴스’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봉 기자 주장에 대한 JTBC 보도국장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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