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지난 12월26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쏟아졌다.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 “응징 보복” “우월한 전쟁 준비” 등이다.

대통령 발언에 문제가 많다. 전쟁 억제와 방어 차원의 대통령 메시지로써 강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면서 발언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이 대통령 메시지의 위험성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제언에 집중해야 한다.

일단 안보 대응 차원의 대통령 메시지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강경 발언에 대한 비판적 접근보다는 발언을 그대로 옮기거나 야당의 반응을 묶어 정치적 공방으로 처리하는 보도 수준에 그친다.

대통령 메시지 끝이 무력 충돌 현실화 가능성을 높인다면 시시비비를 가려 경고불을 켜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전쟁 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 확산 요인은 북의 도발에만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첫날인 1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첫날인 1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이 ‘전쟁’을 입에 올린 순간 쓸 수 있는 포스트 카드도 마땅히 없다. 전략상으로도 실패한 발언이다. 대통령 메시지의 적절성을 따져 물을 수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마저 생략됐다. 대체된 신년사에서도 대북 문제가 빠지면서 오히려 국민들 불안이 커졌다.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뛰어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논의 의미와 파급력을 상세히 해설하면서 한미일 ‘미사일 블록’ 편입과 지정학적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보도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안보 문제이면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강대강 국면에서 언론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쌍방 강경 대응만을 중계하는 식이면 그 결과 대결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강경 메시지가 중계식 인용 보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대장동 사건 보도는 어느 한쪽 내용을 철저히 무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스타파는 김만배의 200억 원대 비자금 문제를 보도했다. 정영학 녹취록과 메모를 분석한 결과 로비 대상에 언론사 기자들이 명시돼 있고, 기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꽤 구체적으로 나왔다.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기자에게 직접 현금을 주면 좋다는 내용을 포함해 대가로 아파트 분양까지 언급된다. 대장동의 불법적인 특혜와 비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에 기자 출신 김만배의 치밀한 언론 관리 및 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50억 클럽 명단 중 누군가가 금괴하고 현찰로 대가를 지불해달라고 했다는 녹취 내용도 나온다.

▲ 2022년 12월9일 오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2년 12월9일 오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 씨는 작년에도 서초동에 상주하면서 화천대유 직원이 인출해 온 현금과 수표를 수시로 받는 정황이 나온다. 이 돈이 무려 80억 원에 이른다”며 “20년 이상 법조 기자단에서 활동한 그가 대장동 비리를 덮기 위해 서초동 법조 기자와 경기도 기반의 기자들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동규와 남욱의 발언이 기사화되는 횟수가 늘고 정치권의 로비 연결고리로써 비중있게 보도되고 있는 반면, 뉴스타파 보도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기사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기자 사회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고 한국 언론 문제를 정면으로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 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 일주일 신문 지면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 보도는 없다. 심지어 뉴스타파를 인용한 보도조차 나오지 않는다.

봉지욱 기자는 “사회적 공기로 대접받는 언론이 대장동 비리를 알고도 대가나 청탁을 받고 침묵했다면 검찰은 50억 클럽의 사실 유무와 함께 언론계의 김만배 리스트를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빙성 있는 의혹을 외면하는 것도 언론 보도의 편향성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의혹이 기자 사회로 향해있는데 외면한다면 더욱 의심받을 수 있다. 기자들은 보통 이런 걸 은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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