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대통령실의 한 마디로 언론 관련 모든 기구가 총동원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6일자 성명 주장처럼 그야말로 일사불란하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이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은 대장동 주범 그리고 언노련 위원장 출신 언론인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며 이례적인 고위관계자 성명을 낸 직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된 KBS, MBC, YTN 보도 약 70건에 대한 긴급 심의를 예고했다. 

다음날(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하겠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방송 통신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심의와 이행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또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터넷 언론 등의 매체에 대한 규제책 마련 등 제도 개선 추진”을 예고하며 “고의, 중대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방송 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 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도 ‘가짜뉴스 퇴치 TF’를 가동하겠다며 “뉴스타파 보도 내용·과정에서 신문법상 위반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뉴스타파의 등록 지자체인 서울시 등과 협조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민심을 공작적으로 비틀고 언론의 건강한 환경과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직적인 중대 가짜뉴스에 대한 제도적 대응·제동 방안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22년 3월 대선 당시 뉴스타파 보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소관이었고, 뉴스타파 보도를 기초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측 입장을 보도한 방송보도는 방심위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소관이었다”며 현 상황이 “유례없는 ‘부관참시’ 같은 심의”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를 향해선 “등록사업자인 인터넷 매체를 인허가제로 바꾸겠다는 독재 시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방통위가 언급한 ‘악의적 허위 정보’, ‘중대 과실’의 경우 민주당이 2021년 8월 언론중재법 개정을 시도할 때 논란이 되었던 핵심 개념으로, 당시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은 허위·조작 보도를 들어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고의·중과실 추정 도입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것은 언론 탄압법이자 언론장악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와 방심위를 향해 “대통령실 말 한마디에서 나온 이 합작품은 김만배 인터뷰 사건을 빌미로 이명박도 모자라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연상케 하는 전방위적 언론장악”이라며 “지금의 속도전은 명백한 월권이자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사에 오욕으로 남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위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뉴스타파 로고.
▲뉴스타파 로고.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사건의 본질 아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6일 성명을 내고 “공작이라고 하기에 드러난 것은 김만배의 거짓말과 신학림 전 위원의 금전거래 사실이다. 나머지는 수사 중이거나 여전히 의혹의 영역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누구보다 재빠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 공작-국기문란 프레임을 작동하며 뉴스타파 보도 전체를 가짜뉴스로 몰아가고, 인용한 언론사까지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사건을 보다 면밀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검찰이 김만배와 신학림 전 위원의 만남을 ‘인터뷰’로 지칭한 것부터 의도성이 짙다. 당시 신학림 전 위원은 취재하거나 기사를 작성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애초 인터뷰 자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한 뒤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둘이 공모해 허위의 내용을 보도했다’는 기획성과 의도성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 쉽게 ‘허위 인터뷰’라고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김만배가 작정하고 신학림 전 위원에게 거짓말했다고 하더라도 신학림 전 위원의 개입 여부는 여전히 확인된 게 없지만 정부·여당은 근거 없이 신학림 전 위원이 마치 공모라도 한 것처럼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언론연대는 “‘조우형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 아닌지’,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커피를 타 준 게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한들, 의혹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조우형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전 회장의 사촌 처남으로,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한테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 1155억 원을 대출받도록 불법 알선한 혐의로 2015년 기소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면서 “문제가 된 건 2011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조우형 씨의 변호인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주임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이번 사건을 정치 공작으로 몰고 가 반헌법적인 언론탄압을 자행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벼르고 있던 언론을 일거에 손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를 위해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오늘(7일) 오후 김만배-신학림 72분 대화 음성파일을 전부 공개할 예정이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이게 과연 대선 공작용 인터뷰인지 직접 듣고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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