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신문을 심의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짜뉴스 근절TF’ 구성을 밝히며 뉴스타파 등 인터넷신문을 ‘심의 사각지대’로 규정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뉴스타파의 대선 보도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고, 정작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와 국민의힘은 심의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인터넷신문 대상 심의는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과잉 규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방통위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타파의 이른바 허위 인터뷰 기사 등 심각한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TF에 관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인터넷 언론 등 매체에 대한 규제책 마련 등 제도 개선 추진에 나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로 이원화한 대응 체계는 인터넷 언론 등 새로운 유형 매체에 의한 가짜뉴스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고 했다. 

▲ 6일 방통위 보도자료 갈무리
▲ 6일 방통위 보도자료 갈무리

 

규제 사각지대? 인터넷선거보도는 심의 대상

뉴스타파가 방송 심의 대상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규제 사각지대’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언론중재법에 따라 인터넷신문도 언론중재 대상이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기간 인터넷신문의 보도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담당한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대선 기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심의 내역을 확인한 결과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심의 제재는 물론 신청 내역조차 없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언론에 최대 ‘정정보도’ ‘반론보도’ ‘경고문 게재’ 등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뉴스타파 보도 역시 문제가 컸다면 이 같은 조치를 받았을 수 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가 발간한 20대 대선 심의 백서에 따르면 대선 관련 376건의 보도에 심의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319건이 조치를 받았다. 심의 내역 가운데 후보자 및 정당의 ‘이의신청’이 137건으로 전체 심의의 36.4%에 달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19대 대선 때만 해도 이의신청이 17.7%였다며 “대통령선거 관련 이의신청이 (20대 대선 때)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후보자 및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심의 신청을 했다는 의미다.

▲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의날 시상식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의날 시상식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때 국민의힘 대표로 대선을 지휘한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9일 MBC 시사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뉴스타파 보도에 관해 “선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려운 ‘무관심 폭로’였다”고 평가했다. 

뉴스타파는 과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뉴스타파는 2016년 3월 나경원 의원의 자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는데, 당시 나경원 의원의 심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고 제재를 내렸다. 뉴스타파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뉴스타파에 제재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경고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인터넷신문 대상 심의 가능한가

인터넷신문을 대상으로 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제재가 가능한 별도 심의제도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 인터넷신문 등 언론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의와 제재를 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사실상의 행정기구가 방송을 심의하고 제재하는 방송심의 역시 한국식 과잉 규제라는 논란이 반복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발표한 ‘공직선거에서의 뉴미디어 규제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선거광고를 제외한 미디어 전반에 대한 선거 관련 규제가 없다. 독일은 불법정보에 한해 플랫폼에 책임을 묻고 있고, 프랑스는 선거 기간 허위정보에 한해 정보삭제 등 조치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해외 국가들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방송(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신문(선거기사심의위원회), 인터넷신문(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대한 별도 심의 기구를 갖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허위정보는 물론 비방을 담은 유튜브 영상과 페이스북 등 게시물도 삭제 및 고발 대상이다. 일상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방송과 인터넷 게시물 심의도 이뤄지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가 아니라 오히려 선진국 대비 언론 및 표현물에 대한 규제가 많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 심의권과 시정 요구권 등 ‘통신심의’ 권한 일체를 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할 정도다.

특히 언론 심의기구를 통해 언론사 폐간 등 조치를 내리는 건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 언론사 등록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서울시가 2015년 국가보안법 위반 언론인 자주민보의 등록을 취소했을 때도 논란이 됐는데, ‘오보’를 이유로 폐간을 하는 건 과잉 대응 논란이 불가피하다. 

오픈넷은 지난 7일 “정보의 허위성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허위정보에 대한 규제도 위헌적 요소가 많은데, 허위보도를 한 번이라도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폐간한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헌적 행위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대체 무슨 말인가.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면 매체를 폐간하겠다는 것인가. ‘공산전체주의’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유튜브 방송법 적용 논의 땐 “공산국가 탄압” 주장한 국힘

뉴미디어를 기성 미디어 규제에 편입하려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2018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통합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원리에 따라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1인미디어도 방송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파에서 유튜브 방송이 큰 인기를 얻자 정부·여당이 이런 식으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주장하면 법으로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1인 방송 탄압은 공산주의 국가나 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일보가 <“보수 유튜브 1인방송 인기에… 방송법 규제 들이미는 與”> 기사를 내는 등 보수언론도 규제 논의에 반기를 들었다. 

▲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야는 가짜뉴스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짜뉴스 문제는 현행법으로 처리 가능하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국무총리가 나서고, 정부가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누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도 국가가 나서서 가짜뉴스 근절을 추진하는 경우가 없다. 국가가 나서지 말고 자율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가짜뉴스 척결은 유튜브 등 보수 논객 죽이기 시도”라며 관련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 권한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2019년 8월 한상혁 방통위원장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에게 가짜뉴스 규제권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가짜뉴스를 직접 규제할 권한이 어디에 있나. 방통위 설치법을 읽어보기나 했나. 법을 확대·과장 해석하고, 월권해서라도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는 건가”라며 반발했다. 지난 8월 이동관 방통위원장 청문회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방통위가 가짜뉴스 규제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과 방통위는 규제 권한이 있다며 맞섰다.

방통위와 여당의 행보는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의 입장과도 상반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오늘 보도자료에 쓴 문구를 2021년 여름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핵심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냈을 때의 주장과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반대 주장과 비교해 보라”며 “당시 방통위는 어떤 입법 의견도 밝히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노골적으로 ‘보완입법’을 들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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