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세션에서 포털 뉴스 생태계 문제부터 KBS 수신료, OTT 시장까지 현재 주목받는 미디어 이슈를 집중 토론했다. 모더레이터는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맡고, 토론자로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와 황용석 건국대 교수,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강신규 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질문과 답은 이정환 대표가 추가 보완해 정리했다.

▲ 8월24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왼쪽부터)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황용석 건국대 교수,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등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8월24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왼쪽부터)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황용석 건국대 교수,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등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질문 01 : 포털에서 뉴스가 사라지면 독자들은 다시 언론사 웹사이트를 찾게 될까.

황용석 : 현실적으로 뉴스 독자들을 크게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단 한국은 뉴스가 공급 과잉 상태다. 서울 중심의 정치 뉴스의 비중이 크고 뉴스의 다원성도 떨어진다. 게다가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들은 소셜 미디어도 뉴스라고 본다. 숏폼의 인기도 늘고 있다. 뉴스를 보려고 포털에 접속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 거고 플랫폼과 협업 없이 언론사가 독립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 질문 02 : 포털이 뉴스를 중단 또는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

최지향 :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포털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는 건 비즈니스적으로도 가치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의 압박도 리스크다. 큰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 어느날 갑자기 뉴스를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정환 : 마지막 상황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데 걸겠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민은 페이지 뷰와 체류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데 있다. 전체 인터넷 트래픽도 줄었지만 포털 사이트 트래픽도 최근 10년 사이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포털 트래픽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 40%에 육박했는데 2023년 기준으로 6% 수준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포털 입장에서는 그나마 뉴스까지 포기하면 가뜩이나 줄어드는 트래픽을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 질문 03 : 언론사들이 뉴스를 포기할 수 있을까. 전재료 성격으로 포털에서 받는 금액이 수천 억 원 규모다.

황용석 : 스페인에서는 구글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뉴스 트래픽이 크게 줄었다. 캐나다에서는 구글과 메타가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포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결코 적지 않다. 포털에서 독립해서 자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많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환경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플랫폼 기반의 뉴스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정환 : 네이버와 카카오가 언론사들에게 지급하는 광고비와 협찬, 후원 등을 모두 더하면 2000억 원에 육박한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 단위의 매출을 포기할 수 있는 언론사는 많지 않다. 광고 매출도 매출이지만 당장 네이버 유입이 없으면 자체 트래픽이 급감하는 데다 콘텐츠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아서 모든 언론사들이 하루아침에 네이버와 다음에서 빠지고 독자들이 다시 언론사 웹 사이트로 몰려오고 광고 매출이 늘어나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은 거의 불가능하다. 네이버에서 나가려면 한꺼번에 다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역시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만약 국회에서 포털이 뉴스를 다루지 못하는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언론사들이 먼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 질문 04 : 포털 뉴스 없는 세상, 독자들 입장에서는 어떨까.

강신규 :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서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갈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이미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에 익숙하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바로 잡으면서 가면 된다. 

이정환 : 독자들 입장에서는 한국형 포털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여러 언론사 뉴스를 공짜로 모아 볼 수 있고 검색도 편리하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다음으로 몰리고 보수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네이버로 몰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였다. 난장판이 되곤 하는 뉴스 댓글 역시 한국적 현상이다. 국민들 상당수는 포털 뉴스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질문 05 : 포털 제휴평가위원회가 중단됐다. 어떻게 봤나.

강형철 : 제휴평가위라는 게 애초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식이었다. 언론사와 포털 사업자의 사적 계약 영역에 제3의 대화적 기구를 만들어서 필터링하려는 시도였다. 자율적 규제로 어뷰징을 크게 줄였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보지만 아쉬운 건 진입과 퇴출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황용석 : 포털에 대한 압력이었지만 사실 언론에 대한 압력이었다고 본다. 네이버나 카카오나 지금은 뉴스 편집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알고리즘 기반으로 배열하고 있다.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만드는 거라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환 :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제휴평가위 출범 이후 어뷰징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비교적 진입과 퇴출의 절차적 공정성도 확보했다.

- 질문 06 : 포털판 방통위 같은 걸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지향 : 포털 규제 이슈 이면에는 우리 편에 유리하지 않은 뉴스가 포털에 많이 노출되는 데 대한 불편함이 깔려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포털 규제가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정환 :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의 진입을 더 늘리고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잡도록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게 보수 진영의 오래된 숙원 과제였다. 제휴평가위 중단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선택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안다.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인터넷 공론장을 흔들고 여론을 장악하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강형철 :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누군가에게 불편한 뉴스를 모두 가짜뉴스라고 딱지를 붙이고 정권이 바뀌면 또 사람 자르고 우리편 갖다 심고 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정부에서 언론중재법을 고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 했을 때 통합형 언론 자율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뉴스 사업자들과 포털 사업자들, 언론단체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보자, 정부에 예속되지 않고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방향이 맞다고 본다. 

황용석 : 유럽의 플랫폼 규제를 보면 투명성과 안전성, 편향, 차별금지, 책임성등을 요구한다. AI(인공지능) 규제에서도 층위별로 다른 접근을 하는데 뉴스는 최저 위험 영역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유럽에서도 규제를 한다고 잘못 소개되고 있다. 제휴평가위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적 요소들이 크기 때문에 적어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 질문 07 :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개한 알고리즘 로직을 보면 결국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한 사회의 의제 설정의 기준이 체류시간과 광고 매출에 연동돼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형철 : 체류시간을 기준으로 뉴스를 배열한다는 건 방송사가 시청률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과 같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인가 필요한 것을 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같다. 그 기준을 자율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황용석 : 알고리즘도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만 개방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들을 통해서 제3의 영역에서 검증하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이정환 : 네이버와 다음처럼 지배적인 포털 사업자들은 이슈 흐름과 편향, 의제 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감시받고 검증받아야 한다. 알고리즘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 질문 08 : 잠깐 이야기 나왔던 공공 포털은 잘 될까.

황용석 : 공공 뉴스 플랫폼은 실패할 거라고 본다. 플랫폼은 양면 시장 또는 다면 시장 모델이기 때문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본에서도 여러 언론사들이 야후재팬에 대항해서 만든 포털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플랫폼 이코노미에서는 우리의 삶의 여러 기능적 요소들이 인지 과부하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추구하려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면 산업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 질문 09 : YTN은 공기업 지분이 38.4%다. 정부가 YTN 지분을 계속 들고 가도 괜찮은 것인가. 아니면 처분하는 게 맞는 방향인가.

강형철 : 원래 민영 방송사인데 IMF 외환위기 때 정부가 공기업들 시켜서 지분을 사들여서 사실상 국유화한 상태다. 그래서언제라도 민영화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팔겠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특정 기업이나 언론사에 넘겨줘서 특혜 논란을 만들기 보다는 공익 법인이 지분을 소유하는 MBC 모델로 갈 수도 있다. 물론 최근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상황을 보면 MBC 모델도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지만(정권이 바뀔 때마다 MBC 사장을 갈아치웠다) 분명한 것은 공영 언론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 질문 10 : 인터넷 신문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 성격이라 누구나 요건만 맞추면 신문을 발행할 수 있다. 방송 환경도 많이 달라졌는데 뉴스 채널은 여전히 제약이 많고 그래서 비싸게 사고 팔린다. 방송의 진입 장벽을 좀 더 낮출 수는 없을까.

강형철 : 뉴스 채널을 국가가 허가하는 나라가 없다. 이상하지 않나. 지상파를 쓰는 것도 아니고 유료방송 사업자가 어떤 뉴스 채널을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요소 시장을 정부가 허가한다? 이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다. 누가 헌법 소원이라도 해야 한다. 뉴스 채널 설립을 자유럽게 허용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CBS는 뉴스를 하고 있는 데도 뉴스 채널이 아니다. 진입 장벽을 낮추면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뉴스 채널을 만들 수 있다. YTN 문제도 이렇게 풀어야 한다. YTN 같은 뉴스 채널을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면 누가 YTN의 최대 주주가 되든 상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뉴스 채널이 허가 산업이고 둘 밖에 없는 상태라면 공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질문 11 : KBS 수신료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를 끝내 강행했다.

강형철 : 수신료 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영국에서 공부할 때 기숙사 방에 TV를 두면 1년에 1508파운드, 원화로 18만 원 가까이 내야 했다. 학생들이 TV를 볼 엄두를 못 냈다. 한국은 2500원이니까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그나마 전기요금에 묶어 부과하면서 징수율이 95% 가까이 됐는데 KBS를 혼내주려고 분리 징수를 들고 나온 거다. 그런데 KBS 사장까지 바꾸고 나면 다시 당근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당장 KBS2가 시장에 나오는 건 다른 경쟁 방송사들도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 질문 12 : KBS의 공공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KBS가 이렇게 심각한 위기를 맞았는데 국민들이 왜 전폭적으로 KBS의 편에 서지 않을까.

강형철 : KBS가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KBS2가 MBC나 SBS와 시청층이 거의 같다. KBS1은 50세 이상 비중이 70% 이상이다. 세계적으로 공영 방송이 노령층 비중이 높긴 하지만 KBS는 심한 편이다. KBS 수신료 수입이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소적인 반응이 많은 건 KBS가 특별히 존재감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경영 평가를 제대로 못했고 둘째 공공성과 독립성에 대한 평가 지표가 없었다. 300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치자. 아웃풋이 시청률인가 광고 수익인가 아니면 다른 공적 가치인가 이런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런 평가가 모여서 경영자를 평가하고 연임을 하거나 교체하는 기준으로 삼을 텐데 현실은 경영을 잘해도 정권이 바뀌면 잘리고 경영을 못해도 정권과 호흡을 맞추면 살아남는 구조다. 정치의 병행성, 정치 후견주의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 질문 13 :  정치적 압력에서 공영 방송을 독립시키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

강형철 : 법과 제도를 바꾸면 될 거라고 보는 건 환상이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의 BBC는 이사회를 모두 정부가 임명한다. 야당 추천 이사 이런 것도 없고 모두 정부가 임명한다. 그런데도 공정성 논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장 자르고 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고, 둘째, 프로페셔널리즘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실행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해법도 두 가지다. 첫째, 방송법을 바꿔서 공영 방송 사장 임기를 맞추면 된다. 정권이 바뀌면 다 같이 물러나고 다시 임명하게 하면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그게 싫다면 법원이 나서서 제동을 거는 방법이 있다. 가처분을 받아들여서 임기가 남은 공영 방송 사장을 임의로 해임하지 못하는 전례를 만들면 된다. 

▲ EBS, KBS, MBC 사옥 로고. 디자인=안혜나 기자
▲ EBS, KBS, MBC 사옥 로고. 디자인=안혜나 기자

- 질문 14 :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가 방송 시장의 변수가 될 것 같다.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신규 :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포화 상태다. 가입자가 정체 상태인데 콘텐츠 제작비는 계속 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는데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두 가지 기대가 있었을 텐데 첫째, 기존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이탈하려는 이용자들을 막을 수 있고, 둘째, 요금 부담으로 가입을 망설였던 사람들을 새로 가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두 번째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넷플릭스 가입자의 10%가 광고 요금제 가입자인데 기존 요금제에서 옮긴 사람이 15% 정도고 85%는 신규 가입자다. 기존 방송 사업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TV 수상기로 보는 디지털 광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 광고주들이 TV 광고주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상황이다. 둘째, 지금까지는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콘텐츠 안으로 들아간다. 간접 광고나 가상 광고, 그리고 영상을 보다가 쇼핑으로 넘어가는 쇼퍼블 광고 등등 새로운 광고가 등장한다. 셋째, 전체 광고 시장의 파이가 커지겠지만 매체 사이의 불균형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OTT 광고가 1억 원 늘 때마다 전체 광고 매출은 6800만 원 정도 늘고 지상파 방송 광고는 3400만 원 정도 줄어든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지상파 광고가 30~40% 정도가 빠졌다고 한다.

- 질문 15 : 지상파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나. 티빙이나 웨이브의 파이가 늘어날까.

강신규 : 당장은 아주 어렵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곳이 없고 웨이브나 티빙도 자체적으로 수익 모델을 정립하는 게 우선이다. 두 회사 모두 손실 규모가 크다. 넷플릭스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 패턴이 다르다. 웨이브나 티빙은 TV 콘텐츠를 다시 보는 VOD 중심의 서비스에 오리지널 콘텐츠가 추가된 성격인데 여기에 광고까지 내보내면 사람들이 이거 방송으로 보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불만을 나올 것이다.

- 질문 16 : MBC가 ‘피지컬 100’이나 ‘나는 신이다’를 만들면서 넷플릭스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봤나.

강신규 :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그래서 왜 이런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방송할 수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이정환 : 메가 콘텐츠의 회당 제작비는 100억 원을 웃도는데 광고는 완판해도 5억을 못 넘기는 게 현실이다. ‘스위트홈’이 30억 원, ‘수리남’이 60억 원 들었는데 지상파에서는 “10억 원 이상 제작비를 들여 만들면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주 제작사에 제작비를 떠넘기니 PPL 떡칠을 하지 않고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MBC가 ‘피지컬:100’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가 제작비 100억 원을 댔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넷플릭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왜 MBC는 더 이상 메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쇠락한 플랫폼이 됐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누군가가 사주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뭔가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돈을 받아 넷플릭스에 납품하는 것으로 이 본질적인 위기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 MBC가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피지컬 100'
▲ MBC가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피지컬 100'

- 질문 17 : 광고 시장이 살아 있기 때문에 신문 시장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광고 효과가 거의 없는 데도 종이신문 광고 시장의 파이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지향 : 그 답은 모두 알고 있다. 기업이 광고 효과가 없는데도 보험성으로 광고를 주기 때문이다. 이슈가 발생하면 나쁜 기사 쓰지 말 것을 미리 보험성으로 광고를 준다. 위기 상황에 보험이 작동하지 않으면 광고를 줄까. 통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광고는 뉴스 소비자에게는 효과가 없지만 언론사에게는 광고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광고주가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답변이 60%가 넘었다. 좋은 제품 좋은 기사를 써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언론사만 살아남는 그런 종류의 구조조정을 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이정환 : 2004년과 비교해서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은 신문 광고 시장이 80.6% 줄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은 21.9% 줄었다. 세계적으로 신문 광고 시장이 무너지는데 한국만 살아 있다. 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모델이 아니라 광고주만 잡으면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한국의 주요 신문사들은 아직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다. 좋은 기사가 수익과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동력이 없고 당연히 위기 의식도 없다.

- 질문 18 : 정부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발행부수는 조작 논란 때문에 폐기됐고 열독률 조사는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다시 ABC 공사를 살리려고 한다.

강신규 : 개인 의견이라는 걸 전제로 ABC로 돌아가려면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좀 더 저널리즘적인 원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인 책임을 이행하는 언론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다. 

이정환 : ABC 부수공사의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역신문법은 여전히 ABC 가입을 지원 요건으로 두고 있고 열독률 조사는 표본 조사 방식이라 일부 지역 신문사가 아예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도자료 기사화 건수와 기자 회견 참석 건수 등을 반영하는 홍보 기여도 역시 광고 지표로 삼기에는 문제가 많다. 근본적으로  정부 광고를 이 정도 규모로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언론에 뿌리는 효과 없는 광고를 모두 중단해야 하고 광고로 언론을 콘트롤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 질문 19 :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52%.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생산과 소비 모두 정파성이 문제다.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황용석 : 우리는 심리적인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유사한 의견을 쫓게 돼 있다. 초창기 인터넷 정책 연구자들은 검색 엔진이 공공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실제로 공영방송 콘텐츠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알고리즘 측면에서도 개인의 선호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질문 20 : 한국은 언론사 웹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뉴스 브랜드가 희석되고 맥락적 소비가 사라지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방향을 바꿀 방법이 있을까.

황용석 : 저널리즘의 브랜드 가치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나 구글 쇼케이스(아직 한국에서는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메타의 인스턴트 아티클 같은 채널 중심의 서비스가 있는데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레거시 언론사들은 독자들과 관계 설정에 굉장히 취약하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보험성 광고라서 기자들도 출입처 관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게 현실이다. 

이정환 : 뉴스 기업 입장에서 뉴스 브랜드의 해체는 온라인 공론장의 가장 큰 위험이자 도전이다. 뉴스의 패키지가 해체됐다면 패키지를 복원하고, 뉴스의 브랜드가 무너졌다면 브랜드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뉴스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맥락을 복원하는데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당장 네이버와 언론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결합하면서 포털이 플랫폼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는 합의의 지점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 2014년 5월에 나온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혁신 보고서
▲ 2014년 5월에 나온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혁신 보고서

- 질문 21 :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이후 10년, 수많은 실험과 도전이 있었지만 반짝이는 새로운 것들로 저널리즘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달라진 환경에서 여전히 중요한 핵심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용석 : 한국은 뉴스의 전도성이 매우 높다. 이슈가 발생하면 1시간 안에 모든 국민한테 퍼진다. 순식간에 대체 정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료화가 쉽지 않다. 영화와 웹툰, 음악, 책까지 구독 경제로 넘어갔는데 유일하게 실패한 게 뉴스다. 뉴스 소비자들도 지불 의사는 충분하다. 우선은 언론사들이 편집국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우리가 기사로 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훨씬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지향 : 저널리즘의 본질보다도 결과물을 잘 포장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았다. 핵심 가치가 없었던 게 문제라고 본다. 미션 스테이트먼트가 명확해야 한다.

강형철 : 기본적으로 좋은 저널리즘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아니다. 경쟁 시스템에서 아웃풋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역할을 공영 언론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정환 : 뉴욕타임스 CEO를 지낸 마크 톰슨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성장해야 하며 그 방법은 본질적이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좋은 뉴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는다면 건강한 저널리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널리스트의 영혼과 교환한 상업적인 광고나 주목 경제와 맞바꾼 값싼 트래픽이 아니라 대중의 평판과 신뢰가 수익으로 연결돼야 한다. 뉴스 산업도 이제 파괴적 혁신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저널리즘 혁신은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뜨내기 독자들을 쓸어 담고 트래픽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는 구독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동안 썼던 기사의 대부분을 버리고 좀 더 본질적이고 좀 더 구조적인 해법에 접근하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