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투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인터뷰를 내보냈던 JTBC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 명령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고장이 접수된 지 무려 7년 5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는 지난달 13일 JT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심의 제재조치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소송 발단이 된 JTBC ‘뉴스9’ 보도는 손석희 앵커가 2014년 4월18일 진행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인터뷰다.

이날 이 대표는 “다이빙벨이 선체 안에 들어가면 조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색 작업이 가능하다”며 “만약 그런 작업이 하루 20시간 계속된다면, 2~3일이면 3, 4층 화물칸 수색이 끝날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 속에 이 대표는 그해 5월1일 새벽 실제 다이빙벨을 투입해 약 2시간 동안 구조 작업을 진행했으나 이후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는 “다이빙벨 사용 결과 실종자 수색을 못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 손석희 앵커가 2014년 4월18일 JTBC ‘뉴스9’에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JTBC 보도 화면 갈무리.
▲ 손석희 앵커가 2014년 4월18일 JTBC ‘뉴스9’에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JTBC 보도 화면 갈무리.

다이빙벨 주장한 이종인, JTBC와 인터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4년 8월 JTBC 인터뷰가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며 당시 방송심의규정 제14조 ‘객관성’ 및 제24조2항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조항 위반을 근거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하고, 방통위에 JTBC에 대한 제재조치 처분을 요구했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승인 때 반영되는 방송 평가에 벌점 4점을 받는 중징계다.

방통위는 방통심의위 의결 내용대로 ‘관계자 징계’를 명하는 제재조치를 명령했다. JTBC는 그해 10월 방통위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2심 판단이 달랐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5월 “JTBC에 대한 제재조치 명령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은 2016년 1월 “다이빙벨이 세월호 침몰 해역 유속에도 20시간 연속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는 불명확한 사실에 기초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JTBC 인터뷰가 객관성 유지 의무를 명시한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대법은 “방송 내용이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심사할 땐 매체별, 채널별 특성은 물론 개별 프로그램 또는 개별 프로그램 내 개별 코너 특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 ‘뉴스 보도’와 ‘인터뷰’에는 객관성 잣대가 다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JTBC 인터뷰 목적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이 사건 인터뷰의 주된 목적은 세월호 수색 및 구조 작업에 대한 해난구조 전문가 의견을 시청자에게 알림과 동시에 그 의견에 대해 진행자가 부연 설명하거나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시청자가 인터뷰 대상자 의견을 비판적으로 듣고 이를 통해 그 사안에 대한 견해나 입장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인터뷰는 그 내용 진실성과 신뢰성에 대한 일반 시청자 기대 정도나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뉴스 보도 프로그램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어 대법원은 “문제된 인터뷰 내용은 피해 및 복구 현황 등 재난 상황 자체에 대한 보도라기보다 해난구조 전문가가 제시한 대안적 구조 방안에 대한 것으로, 심의규정에 따라 엄격한 객관성 유지 의무가 부여되는 재난방송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014년 4월2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다이빙벨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014년 4월2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다이빙벨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대법원 “인터뷰의 신뢰성, 뉴스 보도와 다르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종인 대표 인터뷰에 관해 △세월호 수색 및 구조 작업 등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이라는 점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대안적 구조 방안에 대해 국민 알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다이빙벨이 해난 사고 시 실제 투입돼 수중 수색에 성공한 사례가 있고, 해양경찰청 보도자료에도 다이빙벨 유용성을 일부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인터뷰 보도 생방송에서 엄격한 사전 조사나 검증 작업을 거친 대안적 구조 방안만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다소 위험이 따르거나 실험적 구조 방안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위급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새로운 구조 방안의 유효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봉쇄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설사 JTBC 인터뷰가 방송 객관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대도 관계자 징계를 명한 제재조치 명령은 그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대표가 30년 경력의 해난구조 전문가로서 직접 다이빙벨을 이용해 수중 선체 조사를 수차례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JTBC가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한 것 자체는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짧은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의 경우 진행자가 즉각적으로 인터뷰 대상자 발언을 반박하거나 그 진위를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이런 인터뷰 보도 생방송의 특수성 역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제반 사정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