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다이빙벨’ 보도가 중징계로 결론났다. 하지만 제재를 결정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방통심의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비판적인 JTBC에 대해 심의위가 표적 심의를 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7일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초기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출연시킨 JTBC <뉴스9>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14조 ‘객관성’과 24조2항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조항을 위반했다며 ‘관계자 징계’(벌점 4점) 제재를 내렸다. 이 제재는 ‘관계자 징계 및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법정 제재다. 원래 ‘관계자 징계 및 경고’는 벌점4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벌점5점으로 조정됐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구조 가능하다’와 ‘2,3일이면 3층, 4층 화물칸 다 수색이 끝난다’ 등 허위 사실 유포와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문제 삼았다.

함귀용 위원은 “당시 실종자 구조는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이때 어느 민간 업자가 자신의 다이빙벨을 소개하면서 장돌뱅이들이 ‘내 껀 만병통치약이요’라고 말하는 식의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함 위원은 또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요구한 이유는 앵커의 멘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앵커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다이빙벨을 제가 들은 바로만 말씀드리자면 유속에 상관 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기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말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다.

함 위원은 “앵커가 다이빙벨의 성능을 단정지으니 방송을 본 국민들에게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바로 실종자들을 구조할 텐데 정부가 못 쓰게 하니 구조가 잘 안되는가 보다’라는 혼란을 가져왔고 결국 실패함으로써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했다.

   
▲ JTBC <뉴스9>
 
김성묵 위원도 “JTBC가 이종인 대표의 발언을 단정적으로 가져왔다(방송했다). 결론을 내고 따라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언 흐름이 보였다”면서 “유가족 입장에서는 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실패로 가슴이 무너졌는데 JTBC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박효종 위원장 역시 “JTBC는 의견진술에서 ‘대안제시’라고 답변했지만 논란으로 시작된 혼선과 허탈감의 무게를 감안할 때 재난방송에 임하는 책임있는 방송사의 자세에서 벗어났다”면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주장했다.

하남신 위원은 “JTBC가 이 사안을 다룬 의도가 대안 제시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봤을 때 어느 정도의 타당성과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무책임하거나 무분별하게 제시했다”면서 “다이빙벨과 이종인이라는 특정인을 등장시켜서 주요 뉴스로 다룬 것은 대안제시 이전에 뉴스 차별화, 특종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구조작업에 대한 대안제시였다”며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박신서 위원은 “방송이 나간 세월호 사건 초기에는 정부 당국 및 관계자의 대처 미숙으로 수습 및 생존자 구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면서 “국가적 재난시 언론 본연의 기능 중 하나가 대안 제시인데  타 언론사들이 단순 보도로 일관할 때 한 걸음 나아가 이를 제시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은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을 때 이를 밝히는 것이 방송사의 입장이라면 다이빙벨이 논란이 됐을 때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불러서 인터뷰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런 방송을 했다고 해서 이종인 대표의 실패와 책임이 곧 JTBC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법정제재’를 주장한 여권 추천 위원들 사이에서도 제재 수위가 엇갈려 결정하는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효종·김성묵·함귀용·고대석 위원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냈지만 하남신 위원은 ‘경고’(벌점2점)를, 윤석민 위원은 ‘주의’(벌점1점)를 냈다.

윤 위원은 소수 의견을 냈다. 윤 위원은 “급박한 재난상황이었으며 모두가 허둥대고 있었고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음에도 언론이라면 최선을 다해 신중하고 과연 타당한 방안인가를 모든 선에서 확인해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문제점을 주장하면서도 “전문가들도 당황하며 허둥댔고 완벽한 객관성을 요구할 수는 없었던 정황을 참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위원도 이번 심의가 논란으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JTBC라는 특정방송의 뉴스 성향 등이 이 사안을 재단하는데 있어서 선입견으로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분석하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는 지나치게 과하고 표적심의라는 시비거리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수 의견(5인)이 나오지 않자 박 위원장은 위원들이 징계 수위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결과 박효종·김성묵·함귀용·고대석·하남신 위원이 ‘관계자 징계’로 의견을 모았고, 윤 위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권 위원들은 법정제재에 난색을 표하며 동의하지 않았다. ‘문제없음’을 주장하던 윤훈열 위원은 “여권 추천 위원들이 동의하면 (행정지도)‘권고’ 정도로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대형 오보를 낸 타 방송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박신서 위원은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와 KBS ‘엉켜 있는 시신’은 권고였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속보만 강조하는 보도였다”면서 “JTBC 보도도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지만 잠수사의 실패이지 방송사의 실패가 아니다. 과연 어느 방송사가 언론의 정도를 이야기했는지, 방송사를 제재할 때 형평성이 지켜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귀용 위원은 이에 대해 “JTBC 보도는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가 아니라 이종인 대표를 부르기 위해 몇 시간을 준비한 기획된 보도였다. 그리고 사회자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구조 가능하다’라는 (사실관계가 다른)첫 멘트를 하지 않았나”라며 중징계를 주장했다.

한편, JTBC 보도에 대한 중징계는 이번이 세 번째다. JTBC가 지난해 <뉴스9>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태 당시 김재연 대변인을 출연시켜 인터뷰하자 방통심의위는 제9조2항 ‘공정성’과 제14조 ‘객관성’ 위반으로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징계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올해 국가정보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에 대해 피해자 유우성 씨와 변호인을 인터뷰한 <뉴스큐브 6>에 대해서도 제9조2항 ‘공정성’, 11조 ‘재판중인 사건’ 제14조 ‘객관성’ 위반으로 같은 징계를 내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