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언론이 손발 맞춰 나라를 망가트리고 있다.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대통령 아래 실업급여를 ‘달콤한 시럽’으로 깐죽대는 집권당 간부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취임이후 민생, 민주, 민족의 삼중 위기가 무장 깊어감에도 언론권력은 되레 찬가를 불러댄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무릇 언론이 할 일 가운데 권력 감시가 있다. 권력과 으밀아밀 한통속으로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 ‘언론권력’은 마땅히 감시 대상이다. 그 일을 할 의무가 있는 곳은 한겨레와 공영방송이다. 언론권력 견제는 한겨레 창간에 나선 민중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 신문 여론매체부장이던 1999년에 KBS 사장과 독대해 미디어비평 편성을 간곡히 권했다. 한겨레 힘만으로 공론장을 바로세우기 벅찼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와 함께 들어선 그는 신문들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며 저어했다.

KBS와 MBC의 미디어비평은 정권과 사장에 따라 ‘출몰’했다. 정권의 ‘공영방송 옥죄기’에 언론권력이 용춤 추는 지금은 미디어비평의 적기다. 주눅들 이유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잘못도 비평하며 언론권력에 정면으로 맞설 때다. 두 공영방송에 지금 미디어비평을 촉구하는 마음은 솔직히 편치 않다. 한겨레에서도 ‘미디어면’ 제작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가 신문을 잘 만들면 될 걸 왜 다른 신문을 비판하나’며 내부 반대가 강했다. 언제부터인가 미디어비평이 시나브로 약해지더니 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권력이 사실까지 비틀며 여론몰이를 벌이면 그때그때 누군가는 날카롭게 지적해야 옳다. 그래야 공론장과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언론권력에 실명 비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동시대 언론과의 불화는 작가에겐 치명적이다. 책을 통해 동시대인들과 넓고 깊은 사귐에 들어가려 해도 소개되지 않는다. 2001년에 첫 소설을 냈을 때다. 조중동의 한 기자가 긴 기사를 썼는데 끝내 출고를 못했단다. 내가 사주와 고위간부들을 실명으로 비판해온 후과다. 신방복합체를 줄곧 비판하며 아주아주 가끔 한겨레를 비평했다. ‘엄근진’ 말고 ‘꿀잼’을 큼직이 편집했을 때, 칼럼을 썼다(<엄격·근엄·진지하지 말라? 꿀잼하라고?> 2018년 11월). 우연의 일치인지 그 뒤로는 독창적인 철학서든, 비판적 교양서든, 현대사 배경의 소설이든, 청소년 책이든 더욱 소개하지 않는다. 조중동에는 아예 기대도 않지만, 내가 쓴 책들은 모두 민주주의 확장을 주제로 삼고 있기에 한겨레 저변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법한데 단 한 줄도 없다.

돌아보면 내가 비평해 온 조중동과 공영방송, 한겨레 두루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자가 불쾌할 터다. 다만 논리적으로 반비판하면 될 터인데 아쉽다. 때로는 생뚱한 뒷담화가 들려와 몹시 쓸쓸하다. 언론의 본령이 권력 감시인만큼 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현직에 있을 때 공약 불이행을 비판했다. 세 정치인은 각각 뜨거운 지지자들이 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내가 재직하는 대학의 총장실까지 푯말을 들고 찾아와 해직을 요구하며 농성했다.

▲ KBS 본관. ⓒ KBS
▲ KBS 본관. ⓒ KBS

‘편집비판과 비판편집의 논리’를 시작으로 36년 내내 언론권력과 정치경제 권력을 비판하다 보니 거의 모두가 ‘적’이 된 듯싶다. 그 책임은 좀 더 슬기롭게 또는 다사롭게 글을 쓰지 못한 나의 아둔함에 있을 터다. 사적으론 모두 미안한 일이다. 한겨레를 갑자기 떠나게 되었을 때, 환갑까지는 그래도 권력 비판의 ‘의무’를 다하겠노라 다짐했다. 귀한 지면을 준 미디어오늘에 실제로 1년 넘게 칼럼을 중단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지금도 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서다. 특히 윤석열과 신방복합체들이 나라를 끌어가는 꼴은 무지하고 살천스럽다. 사교성 없는 내겐 칼럼이 교수로 일하며 체계화 한 ‘민중언론학’과 ‘우주철학’의 작은 실천이다.

군말이 많았다. 요컨대 두 공영방송과 한겨레가 그때그때 신방복합체의 여론 호도를 견제하기를, 저 권언복합체의 탁류에 치밀하고 치열하게 맞서기를 권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넘어 공론장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데 뜻있는 이들이 손잡아야 한다. 서툰 간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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