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이어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둘러싸고 광기가 넘실대고 있다. 광기를 선도하는 곳은 예의 조선 신방복합체와 그 아류들이다. 조선닷컴(6월4일)이 부각한 “광우병 파동 주도 195개 단체, 후쿠시마 오염수도 반대” 제하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자극적인 기사는 인터넷에 퍼져갔고 집권당 대변인까지 가세해 눈 부라렸다.

문제의 기사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중 195개 단체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로 시작한다. 이어 수입 반대 근거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당시 반대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은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이렇다 할 사과 없이 또다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구럭 부린다.

▲ 6월4일 주간조선 “광우병 파동 주도 195개 단체, 후쿠시마 오염수도 반대” 기사 갈무리.
▲ 6월4일 주간조선 “광우병 파동 주도 195개 단체, 후쿠시마 오염수도 반대” 기사 갈무리.

기실 사회운동 단체들의 집회와 운동에 대해 이른바 ‘광우병 광기’를 들먹이며 여론을 조작하는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민중대회가 열렸을 때를 비롯해 수시로 써먹었다. 그래서일까. 일부 진보적 지식인마저 ‘광우병 소동에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며 후쿠시마 오염수도 마찬가지인 듯 부르댄다. 어느새 15년이 지났기에 2030세대는 언론의 집요한 진실 호도에 자칫 홀리기 십상이다.

차분히 짚어보자. 2008년 4월 미국에 간 대통령 이명박은 30개월 이상 소고기까지 전면 수입을 발표했다. 그때까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로 수입을 제한해왔는데 미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당시 사람에게 옮겨지는 광우병 소의 90%가 30개월 이상이었다.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었다. 조중동은 이명박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소고기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외교적으로 발언권을 강화하게 됐다고 찬양했다. 기심감이 들지 않는가. 언론이 권력 감시를 못하자 민중이 촛불을 들고 나섰다. 조중동은 ‘반미’에, ‘좌파’에, 그것도 모자라 ‘종북’까지 색칠했다.

▲ 2008년 5월2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8년 5월2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중동은 그 이후 내내 촛불집회를 광기나 괴담으로 몰았다. 하지만 그 촛불 때문에 이명박과 미국은 한 발 물러섰다. 현재까지 30개월 이상 소고기는 제약받고 있다. 굴욕적 협상에 맞서 촛불 민중이 지켜낸 성과다. 최근 미국에서 5년 만에 발생한 광우병도 30개월 넘은 소에서 나타났다. 물론 촛불집회에서 확인되지 않은 말들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모든 운동에 따르게 마련이다. 그것을 빌미로 틈날 때마다 광기로 몰아치는 작태야말로 광우병에 걸려도 좋다는 광기어린 선동 아닌가. 그 시점에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 그로부터 5년이 더 지나서야 규제를 풀었다. 광우병 발생 추이를 5년이나 면밀히 점검하고 결정했다. 바로 그것이 정부가 할 일 아닌가. 나는 당시 티비토론에서 ‘광우병 우려가 빗나가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전면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시 그 순간이 와도 촛불을 들 것이다.

▲ 5월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기시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5월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기시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만일 원전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할 때, 일본 정부가 윤 정부처럼 용춤 출까. 광우병 때나 지금이나 일본 정부는 제 국익에 충실하다. 그래서 더욱 생게망게하다. 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한국이 나팔 불고 나서는가. 제 나라 국민의 건강권을 가장 우선해야 할 대통령이라는 자들이 이명박이든 윤석열이든 외세에 빌붙은 꼴 아닌가. 삼일절 망언의 여파가 하도 커서일까. 이제 윤 정부의 어지간한 실책엔 많은 이들이 둔감해지고 있다. 위험한 흐름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는 아무리 신중해도 부족하다. ‘광우병 촛불’에 광기어린 언론은 방사능 오염엔 검증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미국 광우병 때도 그랬듯이 일본 방사능 오염수를 둘러싼 미친 짓을 정녕 누가 하고 있는가. 촛불 민중이 아니다. 외세에 부닐고 있는 정권과 그에 유착한 사이비 언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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