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IP) 독점, 제작 현장 불공정 계약 논란 등 넷플릭스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가 방한해 “한국의 창작 생태계 성공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협업했던 국내 스튜디오, VFX(특수효과) 기업 등을 초청하며 파트너십을 강조했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망사용료 이슈나 IP 수익 배분 등의 문제엔 구체적인 변화가 나오지 않았다.

▲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7년 만에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사진=넷플릭스 제공
▲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7년 만에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사진=넷플릭스 제공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7년 만에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CEO는 ‘오징어게임’, ‘D.P.’, ‘솔로지옥’ 등을 제작한 국내 제작사들과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기업과 간담회를 가지며 ‘협업’, ‘파트너십’ 등을 강조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성공뿐 아니라 창작 생태계의 성공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드 서랜도스 CEO는 “전 세계 회원의 60%가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며 “지난 4년 동안 넷플릭스에서의 한국 콘텐츠 시청 수는 무려 6배나 증가했다. 로맨스 장르를 예로 들면, 한국 로맨스 작품 시청 수의 90%가량은 한국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한 콘텐츠 성공의 그늘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는 100% 이상 지원하지만 제작 후 콘텐츠 IP는 독점해 부가적인 수익을 모두 가져간다. 예를 들어, 1조 원 넘는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징어게임’의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사에 지급한 제작비는 2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제작사가 가져간 수익은 순수 제작비를 제외한 수십억 단위로,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히트와 무관하게 정해졌다.

▲ 지난달 16일 미국작가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배우들. WGA 유튜브 갈무리.
▲ 지난달 16일 미국작가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배우들. WGA 유튜브 갈무리.

콘텐츠 제작 현장 노동자들은 넷플리스 등장 후 근로 여건 악화를 호소한다. 보통 단체협약, 근로계약이 있던 영화 제작 환경과 달리 OTT 구조 아래에선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프리랜서 계약이 주로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 작가들은 넷플릭스 이후 임금이 줄어들었다며 한 달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작가들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한국지사 건물 앞에서 “넷플릭스 등 OTT 업체가 작가, 창작자, 노동자들의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반드시 이 부분을 현실화시키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미국작가조합(WGA) 파업 연대 시위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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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제작사 대표들도 수익 배분 관련 목소리를 냈다. ‘D.P.’, ‘지옥’ 등을 제작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는 “한국 콘텐츠가 굉장히 활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위기이기도 하다”며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면서 들었던 많은 질문 중엔 수익 분배 관련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창의적인 룰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드 서랜도스는 IP 관련, 이전 입장을 유지했다. IP를 제작사와 공유하지 않더라도 이미 혜택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테드 서랜도스 CEO는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다. 시즌2가 나올 경우 시즌1의 인기를 계산해 보상하고 있다”며 “IP 관련 딜을 할 때는 창작자들이 그 IP 사용에 따른 혜택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시즌2 제작비에는 이전 시즌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서도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테드 서랜더스는 “최대한의 좋은 프로젝트를 보여드릴 수 있게 협업해야 한다”며 “우리가 ISP(인터넷서비스공급자)를 위해 한 것은 10억 달러 정도를 오픈 커넥트 시스템에 투자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 (왼쪽부터)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임승용 용필름 대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 사진=넷플릭스 제공
▲ (왼쪽부터)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임승용 용필름 대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어 국내 창작 생태계 활성화 방안으로 인재 육성을 꼽았다. 테드 서랜도스는 “향후 4년 동안 한국에 2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는 스크린의 앞과 뒤에서 활약할 차세대 창작자 양성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능있는 청소년들이 창작업계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넷플릭스가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넷플릭스가 선보일 한국 콘텐츠 다섯 편 중 한 편은 신예 작가 혹은 감독의 데뷔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성규 넷플릭스 한국 및 동남아시아 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3일 동안 600명이 넘는 제작자들과 워크숍도 가지면서 제작 전반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작기술 공유하고 지식 전달하는 기회가 됐고, VFX(시각효과) 아티스트들 교육하는 일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2025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다양한 장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트장, 전용 편집시설 마련한다든가 등의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마케팅과 제작 지원 자체에는 긍정적 시각을 전했다.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는 “‘오징어게임’이라는 다소 이상한 이야기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을 때 좋은 파트너가 되어줬다. 실험, 도전을 함께 하고자 결정했던 것이 성공을 가져온 가장 근본적 이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지원, 단순 지원이 아니라 함께 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여러 오프라인 행사들, 이렇게 큰 물량과 기획을 할 수 있나 생각했다. 우리가 힘들게 만들었던 콘텐츠를 정성스럽게 전달하는구나 하고 낯설었지만 인상깊었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테드 서랜도스. 사진=박재령 기자
▲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테드 서랜도스. 사진=박재령 기자

테드 서랜도스는 아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특히 좋아한다며 “한국 콘텐츠는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거대한 팬덤과 충성도를 생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진 나라다. 흥미로운 것은 패션, 음식, 역사, 스토리텔링 등 모든 것이 함께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만큼 그렇게 느껴지는 나라가 없다. 다양한 요소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다 묻어나는 느낌”이라며 “정해진 공식이 없다라는 것도 강점이고, 위대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 측면에서도 굉장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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