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위해 정화에 사용한다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이른바 알프스의 고장 이력을 8건(사례)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4건이 더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해 내놓은 정부의 해명이 논란이다.

정부는 “우리는 건수가 아닌 사례로 얘기해왔다”고 해명했다. 건수로 계산하라고 하면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정부가 발표한 알프스 고장 내역이 8(건)사례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런 해명에 기자가 계속해서 이해가 안 된다고 따져 물었더니 국무 1차장은 ‘비전문가에게 비전문가 수준의 설명을 해야 이해가 되겠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JTBC는 지난 20일 저녁 메인뉴스인 ‘단독 ‘못 거른’ 오염수 4건 더 있었다’(온라인 기사 제목 : [단독] 8건이라던 알프스 고장, 4건 더 있었다…정부 ‘부실검증’ 논란)에서 “정부는 오염수를 거르는 다핵종제거설비, 즉 알프스가 지금까지 8차례 고장 났다고 한 바 있는데, 취재해 보니 8건이 아니었다. 4건이 더 있었다”며 도쿄전력 홈페이지 공개된 자료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태 앵커는 “정부가 정말 꼼꼼히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이 보낸 자료를 그저 발표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JTBC는 해당 4건을 두고 “알프스 설비는 A, B, C 세 계열이 있고, 각각 하루 250톤의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다”며 “당초 정부가 받은 자료엔 2014년 3월 알프스 B계열에서 필터 고장으로 탄산염 유출이 한 차례 있었다고 돼 있다. 그런데 도쿄전력이 고장 당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다른 기기인 A계열과 C계열에서도 각각 두 차례, 한 차례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JTBC는 이뿐 아니라 “정부는 2020년에 알프스 B계열에서 여과수가 뿌옇게 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A계열에서도 같은 고장이 한 건 더 있었다”며 “추가로 확인된 고장 사례는 모두 일시적으로 오염수를 걸러내지 못한 경우였다”고 보도했다. JTBC는 원안위가 4건을 몰랐던 사안이라고 했다며 “정부가 일본 측 말만 듣고, 부실 검증을 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JTBC가 지난 20일 메인뉴스인 뉴스룸에서 일본의 오염수 정화장치라는 알프스가 정부 발표 외에도 4건이 더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20일 메인뉴스인 뉴스룸에서 일본의 오염수 정화장치라는 알프스가 정부 발표 외에도 4건이 더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이에 정부는 이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못하면서 원래 발표한 8건에 포함된 사항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건수가 아닌 사례로 계산한다는 설명을 해 기자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은 21일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브리핑에서 “보도된 4건은 별개의 건이 아니라 정부에서 기설명드린 바 있는 주요 고장 사례 8건에 포함해서 분석 중에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은 보도내용 가운데 “기설 알프스 관련한 3건은 정부에서 이미 설명드린 바 있는 알프스 주요 고장 사례 8건 중에 2014년도 3월 기설 알프스 비계열 고장 사례와 동일한 원인과 조치가 이루어진 사항으로 전처리 설비의 필터 부속의 재질을 변경했고 관련해서 상세한 분석 중에 있다”며 “증설 알프스 관련 1건은 알프스 주요 고장 사례 8건 중에 2020년 10월 증설 알프스 비계열 고장 사례와 동일한 원인과 조치가 이루어진 사항으로 필터 부속을 교체했고 상세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임 처장은 “따라서 동 4건을 원안위가 몰랐다, 하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 처장은 자신들이 고장 사건을 ‘건수’로 세지 않고 ‘사례’로 헤아린다는 점을 거듭 역설해 브리핑을 듣던 기자의 반론성 질문이 계속 제기됐다. 임 처장은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의 호기(원자로)를 다 검사해 15개 호기를 바꾸게 될 경우 “그걸 우리나 15건 고장났다고 하지 않고, 고장 사례 1건, 대상이 15개 호기, 저희 말하는 방식이 그렇다”며 해명했다.

▲정부가 지난 21일 후쿠시마오염수 일일브리핑에서 전날 JTBC가 보도한 정부발표와 달리 알프스 고장 사례 4건이 더 있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정부가 지난 21일 후쿠시마오염수 일일브리핑에서 전날 JTBC가 보도한 정부발표와 달리 알프스 고장 사례 4건이 더 있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출입한다고 밝힌 김정수 한겨레 기자는 이날 브리핑을 듣자마자 “예를 들어 한울1호기 냉각재 펌프에서 고장이 나고 똑같은 사안으로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한울2호기나 3호기에서 똑같은 고장이 났을 때 이걸 원안위에서는 고장 1건으로 계산하느냐”며 “뭔가 조금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지금 보니 A 계열, B 계열, C 계열 있는데 이게 시점이 한 달 이상 차이가 난다”며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같은 건수다, 이렇게 같은 고장이다, 말씀하시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성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물론, 말씀해 주신 대로 A 계열, B 계열, C 계열이 있는데 처음에 3월에 B 계열에서 전처리 설비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그게 고장이 나 바로 모든 A 계열, B 계열, C 계열을 정지시켜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며 “주로 고장 났던 B 계열의 농도가 높게 나와서 다른 계열도 동시에 정지시켰다”고 해명했다. 김 연구원은 “B 계열 먼저 필터를 교체했고, 그리고 나서 A 계열과 C 계열도 고장 징후가 있어서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기자가 다시 “고장의 유형이 같다는 것은 인정을 하는데, 고장 유형과 원인이 같다고 이것을 단일 고장으로 이렇게 볼 수 있느냐”며 “그것은 이해가 안 되는데요”라고 따졌다.

김성일 연구원은 “기기로 치면 개수를 세는 게 아니고, 고장의 주요 이력이라서 첫 번째 크게 발생했던 걸 가지고 그것의 후속 조치로, 다른 것을 조사해서 동일한 고장을 발견해서 그것에 대해서 조치한 사례라고 보면 되겠다”며 “기기로 치면 (건수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고, 전체 하나의 고장 사례로 보면 그 건에서 후속 조치를 한 사항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은 “저희가 계속 ‘사례’라고 이야기를 해왔다”며 “그런데 그 언론이나 이쪽에서 ‘건으로 바꿔라’고 하면 저희 다시 해야 된다. 그러면 이것 몇 건인가 이것을 따져봐야 된다”고 했다. 문제는 이 얘기대로라면 이렇게 건수로 계산하면 정부가 발표한 8(건)사례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데 있다.

특히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아무래도 비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또 비전문가 수준의 설명이 이루어져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사전에 업데이트된 것을 같이 다른 언어로 설명을 드리”겠다고 말해 보도한 매체와 질문한 기자를 비전문가로 치부하기도 했다.

박 차장은 “아마 질문하신 그 질문의 요지는 ‘사례하고 개별 기기별로 발생하는 건수 이 차이를 따로 봐야 되느냐? 아니면 같은 것으로 볼 것이냐?’ 하는 이 부분에 대한 차이인데, 저희도 한번 내부적으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질문도 하고 검토도 해봤다”며 “어떤 특정 계열에서 문제가 인지돼 사고가 발생해서 혹시 다른 계열에도 있을 수 있으니 연결돼서 처리를 한 경우에는 그런 경우에는 하나의 사례고, 아까 질문하신 대로 그것이 다 끝나고 몇 달 후에 또 다른 사례가 발생하면 그것은 당연히 다른 케이스로, 사례로 분류가 돼서 한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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