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일일브리핑에서 일부 기자가 정부 측 학자에 “일본이 택한 해양방류 방식을 학자로서 지지하거나 동의하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하자 정부 측이 “지나친 논리비약”이라고 반박하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일본 대변인이냐는 야권의 비판이 계속되자 정부는 “왜곡된 의견”, “모욕적”,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그동안 8차례 고장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범부처 T/F 기술검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균영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지난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 및 향후계획’ 브리핑에서 일본 처리시설 운영 원리를 설명하면서 ‘저희’라는 표현을 썼다. 허 위원장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알프스를 포함해서 방류시설에 문제가 되는 경우에라도 저희가 시의적절하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며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시운전까지 상황을 잘 저희가 분석을 하고 한다면 충분히 시설의 안전성은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오염수 처리방식인 ‘증발’과 ‘해양방류’ 가운데 해양방류가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폈다. 허 위원장은 “이 두 가지 방법은 국내외 원자력 시설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된다”며 “방식이 다르기는 한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삼중수소가 외부로 나오는 총량은 같아지게 된다. 물로 버리든 공기로 버리든 상황은 같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증발을 하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삼중수소가 호흡으로 보통 들어오게 되고, … 환경감시를 하는 게 용이하지 않다”면서도 “반면에 해양방류를 하면 먹는 섭취물에 대한 이슈가 생기는데, 상대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저희가 원하는 만큼 희석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환경감시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봤을 때, 환경감시는 일본이 신뢰감 높게 해양방출을 계속하는지를 봐야 되는 그런 책임도 있는데, 이 경우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논리를 폈다.

▲정부가 지난 15일 서울별관 브리핑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정부가 지난 15일 서울별관 브리핑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에 이정주 CBS 기자는 해양방류와 증발 외에도 지층주입이나 지하매립 등의 방법을 들어 “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지층주입은 4조 가까이 들고 지하매립은 2조3000억인데 반해 해양방류는 330억 정도 든다. (결국) ‘돈 때문 아니냐?’ 이런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과학자로서 이 가운데 최선의 방식이 무엇이라고 보느냐. 최선이 아닌데도 일본의 해양방류를 지지하거나 동의한다면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허균영 위원장은 “해양방류나 증발은 이미 검증된 기술이어서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며 “안전규제도 준비가 돼 있으나 나머지 방법은 지금 그런 것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해야 된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차라리 잘 알고 있는 기술 중에서 저희가 택일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 아닐까,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 기자가 ‘액체를 고체화시켜서 저장하는 방법도 과학적인 한계가 있다. 처리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것을 방치하고 미루는 거다’라는 일각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이게 일본 입장에 좀 치우친 걸로 들린다”며 “멜트다운은 일본 본인이 일으킨 거다.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를 감안하면 자국이 좀 갖고 있다가, 기술개발을 시켜서 해도 되지 않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다만 액체를 고체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발언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측 인사가 하지는 않았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2018년도에 해양방류 검토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최종 확정된 게 2021년 4월”이라며 “국제기구와 논의를 거쳐 이미 그 방식은 확정이 된 상태다. 정부가 저희 전문가도 참여하고 기구에도 참여했다. 4~5년간 국제사회가 협력해온 단계다…(4~5년전) 논쟁을 지금 이 과정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보는 것은 그건 너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5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걸 다시 질문하면 다른 차원의 논쟁”이라고 했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그런 방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면서도 “상대가 방류하는 계획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안전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보할 거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 야당과 언론에서는 일본 대변인이냐, 왜 일본 정부가 할 일을 우리 정부가 대신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CBS노컷뉴스는 16일자 기사에서 정부를 두고 “범인의 잘못 추궁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검사가 아닌 범인의 허물을 덮으려는 변호인의 모습을 연상케했다”고 해석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일일브리핑에서) 도쿄전력과 일본 측 입장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되풀이해서 말했다”며 “이런 정부의 설명을 듣고 국민들이 과연 불안과 불신을 거둘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는 원전 오염수 안전 홍보를 일본 정부 대신에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며 “일본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일단 내년 초로 미룰 것을 일본 정부에게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도 “왜 일본 정부가 할 일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일일 브리핑을 하느냐”며 “이러니 일본 정부 대변인 소리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의원은 “태평양 도서국가연합에서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은 오히려 일본 정부 입장만 설명하고 있으니 이것이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전날부터 일일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측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전날부터 일일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측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그러자 정부는 모욕적이라면서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16일 오전 두 번째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브리핑에서 “어제 이후로 보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저희 취지나 성격에 대해서 왜곡된 의견들을 주시는 부분이 꽤 있어 보인다”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냐’는 취지의 (표현이 그렇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지난 3일간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야당 의원님들 중심으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 번 있었고, 또 기자분들도 굉장히 많은 질문들을 주시는데 일일이 대응을 못 하고 있어서 팩트 중심으로 또 과학적 사실 기반으로 설명을 드리기 위해 이런 자리를 준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취지를 너무 왜곡하거나 폄하하게 되면 관계부처에서 (나온) 이분들의 너무 사기를 떨어뜨리는 지적일 수도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모욕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구연 차장은 일본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가 그동안 8차례의 고장이 있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박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4일 도쿄전력으로부터 사건·사고 이력을 받은 바가 있는데, 거기 보면 2013년 6월 설치한 이래로 지난해 7월까지 걸쳐서 한 8차례 고장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다”며 “시찰단이 직접 가서 그쪽 자료를 요청해서 받은 내용이고, 팩트는 보도된 내용이 맞는다”고 밝혔다.

신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은 “전체 8건 사례 가운데, 부식 관련해서는 2013년, 2014년에 많이 집중이 돼 있고, 필터 관련 사항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있고, 2019년 이후에는 이것도 필터 관련한 사항이 2건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부식 관련 고장이 2013~2014년에 집중된 이유를 두고 신 국장은 “초기 운영 과정에서 그렇게 생긴 거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