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TV조선 점수 조작’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 용어 자체가 범죄 혐의가 굉장히 강해 보인다. 검찰은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걸 전달하는 언론은 검찰이 조작이라 주장하고 있고, 방통위가 점수 변경 및 수정이라고 말하는 양쪽의 상황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특히 TV조선은 이해 당사잔데, 점수 조작이라고 앞장서서 펌프질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일이 있지 않나 생각해 침묵하고 있었는데, 한상혁 위원장 구속 사유에 주요 혐의(점수 변경 지시)가 빠져있어 수사가 매우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창룡 전 방통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창룡 전 방통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 5일 제5기 방통위 상임위원 자리에서 3년의 임기를 마친 김창룡 전 위원이 12일 인터뷰에서 던진 첫마디다. 지난 5일 퇴임사에서도 김 전 위원은 “당사자(TV조선)가 불만이나 이의제기도 없던 사안을 느닷없이 검찰에서 마치 큰 문제나 발견한 것처럼 방통위를 허위·거짓 집단으로 몰고 갔고,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를 크게 보도했다”며 언론이 “검찰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방통위 감사를 진행한 결과,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가 고의로 조작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검찰은 방통위를 연달아 3번 압수수색 했다. 지난 1~2월 점수 조작 의혹을 받는 양아무개 국장과 차아무개 과장, 윤아무개 심사위원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한상혁 위원장에게도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그동안 방통위 직원 3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위원은 “감사실, 검찰에 불려가서 직원들은 생전 경험하지 못한 일을 했다. 직원들이 울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행정 공무원들을 이런 식으로 두드려 패고, 잡으면 공무원들은 일을 안 한다. 공무원은 정부 기조에 손발이 되어주는 사람들인데, 위축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은 2019년 11월 중도 사퇴한 고삼석 전 상임위원(대통령 추천 몫) 후임으로 임명돼 고 전 위원의 잔여 임기를 채운 뒤, 2020년 4월6일부터 지난 5일까지 3년의 임기를 지냈다. 김 전 위원은 AP통신 특파원, 국민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1999년 인제대 교수로 임명된 뒤, 방통위 상임위원이 되기 전까지 언론학자로 활동했다. 김 전 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났다.

- TV조선 재승인 심사 수사 문제를 퇴임사에 언급했다. 작심하고 말한 것 같다.

“공직에 있는 동안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정책을 펴는 데 있어 메시지가 왜곡될까 조심했다. 공직을 떠나는 입장에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 방통위가 신뢰와 권위를 잃어버리면 국가적 손실이다. 과잉수사로 빚어진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창룡 전 방통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창룡 전 방통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그간 수사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 구속 사유를 보니 주요 혐의가 빠져있어서 이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검찰의 과잉수사라고 생각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걸 봐야겠지만, 지금 기소 내용이나 나오는 주요 혐의를 보면 ‘국·과장을 이렇게 쉽게 구속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속이 이렇게 쉽게 되는 걸 처음 봤다. 양 국장과 차 과장은 그런 범행을 할 이유도 없다. 차 과장은 3년 연속 최우수 직원으로 뽑혔다. 양 국장은 올해 정년퇴임이다. 뭐가 아쉬워서 범죄나 조작에 가담하겠나.”

- 퇴임사에 언론 비판도 담았다.

“검찰에서 ‘점수 조작’이라는 용어를 썼다. 검찰은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걸 전달하는 언론은 검찰이 조작이라 주장하고 있고, 방통위는 ‘점수 변경 및 수정’이라고 주장하는 걸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점수 조작’ 의혹으로 쓰고 있다. 검찰 말은 사실로 단정해서 보도해주고 방통위나 당사자의 억울함은 무시하는가. 특히 TV조선은 이해 당사자다. 앞장서서 점수 조작이라고 펌프질한다. 조작이 있든 없든 간에 조작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다 보니 조작 여부를 떠나 선입견을 준다. 검찰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언론이 비판받아야 한다. 또 하나, 한 위원장 구속 영장에 주요혐의(점수 변경 지시)가 빠졌는데 왜 이걸 비판하지 않나.”

“검찰은 모든 사람을 유죄로 만들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언론이 놀아나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검찰발 보도는 검찰의 스피커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검찰발 받아쓰기 보도에 대한 여러 지적이 그간 있었다. 보도가 나오는 배경에는 기자들이 안전함을 느끼는 면도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하더라도 검찰이 주는 정보로 썼는데 누가 나에게 소송을 제기하겠나. 안온함, 편안함을 주는 거다. 이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1월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작성했다. 사진=미디어오늘.
▲방송통신위원회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1월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작성했다. 사진=미디어오늘.

- 감사원 감사가 오랜 기간 진행 중이다. 방통위 내부 분위기는 구체적으로 어떤지.

“방통위 공무원들은 국·과장이 구속되는 걸 보며 굉장히 위축돼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참고인 조사 받은 사람이 30여명 안팎인 것 같다. 실은 플러스알파다. 수시로 불려갔다. 지난해 시작된 감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감사원에서 방통위 감사실에 상주하면서 포렌식하고 있다. 직원들이 감사실에 불려가고 검사실에 불려갔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불려가면 윽박지르고 그러니까, 직원들이 울고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공무원들은 이런 식으로 잡으면 일을 안 하게 된다. 공무원은 정부 기조에 손발이 돼주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공무원과 함께 일하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적극행정위원회같은 기구가 있겠나. 공무원들이 위축되고 그러니 활발하게 일하자는 취지의 기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겠나. 공무원이 일하는 시늉은 하겠지만, 위축되는 거다. 방통위의 손실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고 국민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문제가 있다. 방통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익위 등 다른 부처 공무원들에게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공무원들은 이제 ‘이 일을 하면 내가 감사를 받나 안 받나’를 먼저 살필 거다. 전례가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 방통위 감사와 수사 이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점수가 전보다 올랐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위축효과가 있었을까.

“심사위원장이 구속되니 심사위원들도 혹시 잡혀가는 거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점수가 상향된 것이 아닌가. 점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방송사가 전보다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점수가 크게 오른 방송사들도 있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많이 힘들었다. 언론정보학회는 끝까지 추천을 안 했다. 다른 단체도 추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단체에서 추천을 해도 해당 위원이 수락을 하지 않았다. 4후보, 5후보, 6후보까지 갔고, 기한이 임박해 겨우 구성했다. 보통 추천 단체에서 1후보, 2후보, 3후보 안으로 끝난다. 방통위 직원들이 일하기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사실 심사는 한두 사람이 대세를 엎을 수 없다. 더구나 심사위원 심사 결과를 제출 받은 후 방통위는 이를 참고로 삼지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 종편 재승인 조건 점검 과정에서 TV조선의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분을 강조한 이유가 있을까.

“이 대목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 방통위에서 재허가 재승인 때 ‘조건’과 ‘권고’를 부가했을 땐 꼭 지키라는 의미에서 부가한다. 그런데 재승인 조건인 윤리적 측면에서 조건이 잘 이행되지 않았다. (TV조선 수산업자 금품수수 건 등) 방송사가 잘못한 사안이 있었을 때 내부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었는지 물어보니 방통위 사무처도 잘 모르더라. 그런 면에서 방송사 사장들에게 윤리위원회 작동되는지 안 되는지 보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 방통위원이 되고 나서 어떤 정책을 중점적으로 살폈나.

“방송사업자 규모에 따른 과태료 책정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야당 추천 위원을 붙잡고 설득했고 그 결과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방송평가위원장을 맡아 일하면서 보도준칙, 윤리강령을 강화해 자율규제를 활성화하자고 생각해 방송평가에 관련 배점을 높였다. 자율규제 제도가 형식화돼 있어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다. 시청자위원회나 옴부즈맨 제도가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돼선 안된다. 윤리강령 문제와 관련해 채널A와 TV조선에 따져 묻기도 했다.”

▲지난해 6월10일 방통위 지역방송발전위원회가 광주 서구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광주·전라 지역 방송사들 대표 8명을 만나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안형환 전 위원과 김창룡 전 위원이 자리했다. 사진=KBC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6월10일 방통위 지역방송발전위원회가 광주 서구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광주·전라 지역 방송사들 대표 8명을 만나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안형환 전 위원과 김창룡 전 위원이 자리했다. 사진=KBC 보도화면 갈무리.

-지역방송발전위원회 활동을 하며 전국 지역방송 대표들을 만났다.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위원과 전국을 다니며 호흡을 맞춰 의견수렴을 하고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한 건 즉각 처리했다. 이 점에 보람을 느낀다. 여야를 떠나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주요 정책에 배제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통위원들이 이야기를 들어주니 좋아했다. 이후 승인 절차 간소화, 과태료 차등 문제 등을 개선했다. 사실 규모가 작고 영세한 방송사들에게 재난방송 과태료를 규모가 큰 방송사와 같은 기준으로 책정하는 건 과도했다. 실수로 광고를 더 송출할 경우 규제가 과도한 면도 있었다. 이걸 바꾸려 하니 처음엔 사무처에서 ‘전례가 없다’고 하더라.”

- 이 외에 위원 간 협력이 잘 이뤄진 사례가 있었나.

“방통위원에 처음 임명될 때 누가 추천해서 왔든 간에 (방통위원) 다섯명이 합의를 해야 하니 내 고집만 부려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결정이 있으면 간담회(매주 월요일 비공개 회의)에서 치열하게 토론했다. 다만 토론에 감정이 들어가면 적이 되어버리니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5기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의결할 때 다수결 투표까지는 잘 안 가고 협의 내지 합의했다. 정 안 되는 경우는 다수결로 했지만, 할 때도 충분히 양해를 구했다. 2:2로 맞섰을 때 한상혁 위원장의 양보를 끌어낸 적도 있다.”

“(앞으로 구성될) 6기도 입장은 다르지만 국가 기관에 오는 순간 스스로의 공정성과 엄격함을 요구하면 좋겠다. BBC경영위원회는 정치권에서 온 인사라 하더라도 BBC에 들어서는 순간 정당 사람이 아닌 BBC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방통위에 오면 방통위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미디어 격변기인데 방송통신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보나.

“법은 그대로인데 방송환경은 빨리 변했다. 통합방송법은 2000년에 만든 법 그대로다. OTT까지도 방송에 포괄하는 시청각미디어법안을 방통위도 만들고, 국회도 만들었다. 이 중 무엇이라도 좋으니 통과시키면 좋겠다. 법안이 하나도 통과가 안 되니 제어를 할 수가 없다. 지상파는 옛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인터넷매체와 OTT는 자유롭게 날뛴다. 어느 것이든 통과시켜 OTT 영역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는, 느슨한 규제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 조직 측면에선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로 나뉜 미디어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3사. 디자인=미디어오늘.
▲지상파 3사. 디자인=미디어오늘.

- 지난 방통위에서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했다. 타이틀스폰서십(제목 광고) 등 추가 규제완화도 논의했다.

“중간광고는 이미 편법 중간광고(PCM)가 통용된 상황이라 이걸 열었다고 갑자기 수익성이 더 좋아지진 않았을 거다. 이미 종편을 4개나 허용해 광고시장 자체가 공존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상파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다매체 시대 균형 잡힌 규제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상파를 살리자는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균형을 맞춰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 서로 간에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줄까를 고민했다. 다만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도 고민해야 한다. 영국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BBC가 어려움에 처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KBS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국민제안 등으로 KBS를 코너로 몰아넣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 KBS는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할까.

“가치 있는 공영방송을 가지는 건 국민적 자부심이 돼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KBS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시청자위를 잘 운영해야 한다. 옴브즈맨 프로그램은 타 언론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경영혁신을 하라고 했을 때 ‘반 이상 간부다’ ‘공기업이다’ 등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데 국민 지탄이 크다. 이러면 KBS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다. KBS가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판할 수 있고, 혁신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KBS가 그래도 미디어 신뢰도 1위를 하고 있다. KBS를 잘 끌고 가고 브랜드 가치를 잘 유지하는 선에서 KBS에 대한 채찍을 던져야 한다. 공영방송 수신료가 외국과 비교해 한없이 낮다. 이런 재정 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KBS에 채찍질만 하는 건 문제다. BBC의 경우 협약체계를 통해 예산을 주고 이에 맞게 돈을 썼는지 오프콤에서 감시해서 협약을 이어 나갈지 정한다. KBS도 협약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 방통위 운영과 구조 측면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정당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각 당에서 추천한다. 방통위원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 중요한 건 정치색이 비교적 옅어야 하지 않을까. 저한테 정치색이 분명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르다. 방통위에 있다 보면 국회와 함께 논의할 경우가 많다 보니 국회의원 출신이면 장점이 많다. 그런데 그분들은 입장이 너무 뚜렷하다. 방통위에서 또 다른 정당 대립 구도가 생기는 거다. 5기는 별로 심하지 않았지만, 대결 구도를 만들어 버리면 안 된다. 그건 방통위 차원의 손실이고, 사무처가 중간에서 일하기도 힘들어진다. 저는 대통령이 추천해서 왔기에, 정당 추천과는 차이가 있었다. 양쪽이 팽팽할 때, 절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적어도 대통령이 추천하는 위원장이나 위원은 완충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합의가 된다. 그런 면에서 한상혁 위원장이 참 잘했다.”

- 방송사업자들은 재허가·재승인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생각이 다르다. 방송평가를 하는 이유는 방송의 신뢰와 권위를 찾기 위해서다. 언론 자유도는 높지만, 방송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최소한 내부 규제 장치가 작동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심사할 필요가 있다. 심사를 안 하면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취지와 달리 자사 프로그램 비평을 하지 않고 홍보 방송을 해버린다. 방통위에서 이런 걸 잡아야 한다. 방송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사랑받고, 방송사들이 내세운 윤리강령에 맞는 방송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민간 사업자라 할지라도 특혜 사업이다. 정부가 당연히 개입해서 감시 감독을 해야 하는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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