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점수 조작 사실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 24일 검찰은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창열 서울북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넘게 한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에 관해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14시간 조사를 받은 한상혁 위원장은 24일 오후 5시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제시한 혐의 4가지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한 위원장은 “첫째, 상임위원 간담회 등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TV조선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민언련 출신의 특정 인물을 심사위원으로 선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에 대해 “해당 심사위원의 선임은 심사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이후 심사 일정의 변경으로 불참을 통보해 온 같은 민언련 추천 심사위원을 대체하기 위해 같은 민언련 출신이자 언론 관련 학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추천된 바 있는 분을 후보로 명단에 올린 후 상임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리는 과정을 거친 후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둘째, 심사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보고받아 알면서도 이를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TV조선 재승인 심의·의결에 관한 상임위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에 대해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으며, 설사 일부 점수변경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는 심사위원회의 운영 중 심사위원이 자신이 부여한 점수를 심사위원회 종료 이전에 정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인지하였으므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업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준점인 650점 이상(653점 획득)을 받았는데 4년의 승인 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3년을 부여하도록 안건을 작성해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조건부 재승인의 경우 3년의 승인 기간 부여가 법리상 가능할 뿐 아니라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친 후 내린 것으로 안건 작성만으로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넷째는, 위와 같이 심사 결과가 조작되었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허위의 공문서인 보도 설명자료를 행사목적으로 작성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 보도 설명자료는 허위의 문서가 아닐 뿐 아니라, 허위라고 하더라도 허위의 인식이 없어 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1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언론비상시국회의와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언론단체들은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법원은 한상혁 위원장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국가 주요 부서장을 시급히 구속할 사유가 없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의 정치 행위를 막아야 한다”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 위원장 구속에 반대하는 뜻을 함께하는 5618명 시민의 이름이 담긴 탄원서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민언련은 영장전담판사에게 “검찰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주시고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을 지켜주시기를 탄원한다”고 했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임기가 보장된 합의제 행정기구 수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영장 발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기소를 강행할 것이다. 처음부터 수사의 목적이 재승인 심사 과정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니라, 방통위원장 해임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오매불망 염원해 온 방송장악을 실현하기 위한 청부 영장, 청부 기소이기 때문”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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