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 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된 다음날, 당시 재승인 심사위원장으로서 구속기소된 KBS 이사 해임건의안이 KBS 이사회 안건에 올랐으나 부결됐다.

KBS 이사회는 31일 여권(소수) 이사 4명이 제안한 ‘윤석년 이사 해임 건의’안을 논의한 결과 반대 6명, 찬성 4명으로 이를 부결시켰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해 지난해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온 윤 이사는 지난 2월17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고 3월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권 이사들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 실현에 기여해야 할 한국방송공사(KBS) 이사가 종편의 재승인 심사위원장 시절 점수 조작이라는 충격적 범죄 행위에 연루돼 구속됐다는 것은 최초의 사례이다. 이는 KBS와 이사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것”이라며 “윤 이사 본인은 자진 사퇴하지 않은 채 계속 이사직을 고수하고 있어 이는 KBS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 이사로서 수행해야 할 직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매우 부적절하며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는)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이사 윤석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하고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사진=KBS

이와 관련해 이사회에선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윤 이사의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를 두고 이사들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안건을 제안한 김종민 이사(김종민법률사무소 변호사)의 경우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충분히 구속 가능한 상당성이 있다고 사법부가 판단을 한 것”이라며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윤 이사 조치에 대해 가타부타 적절치 않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이사는) 교통사고도 아니고 상해 혐의도 아니고 방송과 관련해 구속된 것이다. 자진사퇴가 도리”라며 “저는 20년간 검사 하면서 죄가 없는 사람을 구속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김 이사는 또한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대통령이 재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 이사회가 윤 이사 혐의는 불분명하다,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 건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이사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공적 책무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류일형 이사(전 연합뉴스 기자)는 “저도 (기자 시절) 법조를 출입해본 경험이 있다. 검찰에서 수사를 잘못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들에 대한 기사, 국가 상대로 형사 보상을 청구하는 기사를 여러번 쓴 경험이 있다”라며 “윤 이사가 KBS 이사로서의 일을 하다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것도 참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숙현 이사(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이러한 범죄 행위를 했다’라는 상황은 기소한 검찰의 주장일 뿐 전혀 객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그것을 가지고 해임하면 당연히 재량권 남용이 되기 때문에 (해임)무효가 될 수 있다”며 “이 구속 상태가 몇 달 후에 중단이 되면 해임을 복구할 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2월 구속된 윤 이사에게 직무수당이 지급된 문제도 거론됐다. 이석래 이사는 “감옥에 있는 사람까지 준조세(수신료)로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 빨리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재권 이사(서울시민대학 학장)는 “직무수당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법무팀 의견도 받고 이사회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해임해서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윤 이사 해임안 논의가 1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일부 이사진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수차례 벌어졌다. 결국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남영진 이사장(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이 표결을 진행했다. 윤 이사 해임안을 제안한 여권 이사들은 찬성, 야권 이사들은 반대를 거수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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