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구속이 이뤄지면 차기 정부 중심 대행 체제로 전환해 사실상 해임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불구속시엔 감사원 청구를 거쳐 해임을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24일 오후 한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9일에 진행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2일 한 위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오해는 벗어질 거라고 본다”며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2020년 종편, 보도채널 재승인 심사 관련해 어떤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건 분명하다.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14시간 조사 끝에 귀가했다.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해임이 가능한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직위가 해제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기에 구속 및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유죄 확정 전까지 위원장 자격을 상실하거나 직위해제 되는 등의 신분 변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설치법)에 ‘위원장’ 조항은 위원장 해임 규정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국회는 위원장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탄핵안을 발의한다 해도 거대 야당 체제의 국회에서 의결되기는 어렵다.

구속될 경우 해임을 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방통위 설치법상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부위원장과 위원회가 미리 정한 위원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규정이 있다.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다른 위원이 대행을 맡으면서 사실상 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추천 김창룡 위원의 임기가 오는 4월5일 만료되면 대통령실이 직권으로 후임 위원을 즉각 임명할 수 있다. 국회 추천 위원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해 여야 한쪽이 반발할 경우 즉각 임명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힘이 추천한 안형환 위원 후임(야당 몫)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내정하자 반발하고 있다.

불구속시,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이 해임 청구를 하고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을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 해임 제청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을 결정하면 적절성 여부에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감사원 감사 결과 부실 경영 등을 이유로 2008년 8월 KBS에서 해임됐으나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2월 대법원 행정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정 전 사장에 대한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정연주 전 사장이 KBS 복직을 하지 못한 것처럼 법적 판단이 뒤늦게 내려져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 과천 정부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 과천 정부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따라서 한 위원장이 해임되지 않더라도 구속돼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회 조기 교체 가능성이 있다. 현재 MBC는 6:3, KBS는 7:4로 야권(구 여권) 추천 이사가 더 많은 상황. 이사회 구조가 바뀌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사장 해임안도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의 방송 개입에 반대 입장을 내온 현 방통위와 달리 YTN 민영화 역시 제동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TV조선 재승인 의결 이후 재승인 심사를 앞둔 방송사들은 방통위원장 및 방통위원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국 당시 자본금 불법 충당 의혹을 받는 MBN은 2020년 11월 방통위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MBN은 오는 11월 30일 전에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2020년 4월 채널A는 방통위로부터 2024년 4월21일까지 4년 재승인을 받았다. JTBC 2025년 11월30일 전에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모두 차기 방통위 체제에서 재승인 심사를 치러야 한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검찰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의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미디어 관련 기관 경력이 있는 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이후 검사 출신 인사 136명이 요직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방통위원장은 언론인(최시중·이경재), 공무원(이계철), 판사(최성준), 학자(이효성), 변호사(한상혁) 출신들이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 검찰은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방통위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 일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몇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끝에 방통위 소속 국장과 과장 2명, 심사위원장 1명 등 3명이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4월4일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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