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KBS ‘검언유착 오보’ 사건 관련 신성식(57)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KBS 기자 A씨(49)를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에 따르면, 2020년 7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간부였던 신 검사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관한 허위 정보를 KBS 기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불구속 기소된 KBS 기자 A씨의 경우 신 검사장 발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다수 있었는데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사실관계를 더 왜곡해 단정적으로 허위 보도한 혐의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물적 증거를 통해 이 사건 보도 경위 및 취재 과정 등을 규명했다”며 “언론 보도 책임과 한계에 관한 판례·법리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 허위 보도 원인을 제공한 신 검사장과 보도 과정을 주도한 A씨 혐의를 확인해 기소했다”고 했다. 

▲ 2020년 1월 당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하고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2020년 1월 당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하고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A씨 혐의에 관해 “A씨는 기자로서 약 2주 이상 관련 취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신성식 검사 발언에 배치되는 취재 자료와 발언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었는데도 반론권 보장 등 사실 확인에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동재 기자가 구속된 직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허위 사실을 그대로 기사화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는 사건 관련 녹취록(한동훈 검사장-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을 직접 확보하거나 그 내용을 확인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KBS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신성식이 녹취록상 대화라고 언급하지 않은 신성식의 총선 관련 발언마저도 한동훈과 이동재 사이 대화 내용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해 허위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의 보도 과정에서의 관여 정도, 역할 및 지위, 허위성 인식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형사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도에 관여한 나머지 KBS 기자들에 대해서는 각각 기소유예 처분을, KBS 간부들에 대해선 보도·편집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KBS 검언유착 오보는 2020년 7월18일자 KBS ‘뉴스9’ 리포트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를 말하는 것이다. 이날은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공모하여 취재원을 압박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다음날이다. KBS 보도는 두 사람의 검언유착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성격의 보도였다. 

KBS는 이 보도 5개월여 전인 2020년 2월13일 당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에서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 내용을 취재했다면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KBS는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또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가 공개한 한 검사장과의 ‘부산고검 집무실 녹취록’ 전문에는 KBS 보도 내용은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의 당시 변호인은 KBS 취재진 문의에 “녹취록에 관련 대화는 없다. 무리 안 하는 게 좋다. 나중에 전체 내용이 공개되면 민망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KBS는 보도 다음날인 2020년 7월19일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을 부른 보도도 삭제했다. 한 장관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KBS 기자 및 보도 관계자들과 허위 정보를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KBS 기자들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검언유착 오보’ 제보자와 KBS 기자 사이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논란이 거셌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 검사장은 KBS 기자에게 “이동재-한동훈 녹취록 보면 한동훈이 그런 말을 해. ‘한번 취재해 봐. 적극 돕겠다.’ 이게 뒷부분에 나와. 부산 가서 얘기한 거”라거나 “또 3말4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어. 한동훈하고 이동재가. 왜 조율하겠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잖아”라고 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전달했다. 

이와 같은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KBS가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는 혐의를 샀다.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한 장관이 KBS 검언유착 오보를 이유로 기자 등 KBS 보도 관계자 8명을 상대로 제기한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KBS 기자들 측은 재판에서 “보도 내용은 허위 사실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사실 확인 후 보도했기 때문에 주의 의무 위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양승동 전 KBS 사장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널A 기자는 정말 취재윤리 위반”이라면서도 자사 오보 논란에는 “취재윤리 위반이라기보다는 데스킹 과정에서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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