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재판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무죄가 확정됐다. 남은 건 이 전 기자가 채널A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 정도다. 이 전 기자는 2심(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정치권력과 언론, 사기꾼, 음모론자들의 총체적인 권언유착이 또 드러났다”며 자신이 수년간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강요미수 혐의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은 무죄로 결정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가 정당했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이 이 전 기자 관련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이 전 기자의 취재는 일반적인 방식과 상반됐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플리바게닝 주선한 저널리스트 이동재

이동재 전 기자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지 모 씨 취재 방법은 여느 기자들과 달랐다. 우선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 측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플리바게닝(형량협상제도)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며 제보를 유도했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와 지 씨에게 전한 메시지는 ‘취재에 응하여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제공하면 검찰 관계자를 통하여 선처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플리바게닝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실상 피해자에게 ‘취재에 응하는 대가로 검찰과의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을 주선해 주겠다’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다”며 “(면담과 편지에서 제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대화자 중 한 명이 마치 검찰 고위 관계자인 것처럼 암시하는 언동을 한 것은 검찰 관계자와의 단순한 친분을 넘어 상대로 하여금 검찰과의 유착을 의심케 할 만한 언동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이동재 전 기자는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다년간 검찰 취재로 검찰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컨택할 수 있다. 대신 보도에 발맞춰 검찰 고위층에 대표님의 진정성을 직접 자세히 수차례 설명할 수는 있다. △보도와 설득+진술이 합쳐진다면 당연히 수사와 구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말씀드리는 경우처럼 진행한 사건들은 대부분 구형에서 참작이 되었다고 했다.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이동재 전 기자는 이철 전 대표와 지 모 씨로부터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강요 혐의가 아닌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강요미수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선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또 해악 고지자가 제삼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이 있어야 한다.

재판부가 이동재 전 기자의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플리바게닝 제안이 취재 정보를 얻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철 전 대표와 지 씨에게 불리한 제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이 전 기자의 플리바게닝 제안을 따르든지, 따르지 않든지 큰 해악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동재 전 기자가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은 플리바게닝을 제안한 것을 두고 “취재 협조의 대가로 제안한 주선이 피해자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지 씨에게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라고 했지만 재판부은 “선처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지 씨에게 취재 협조를 설득하는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이동재 전 기자의 말에 따라 검찰 수사가 좌지우지된다고 판단할만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전 기자가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은 구체적인 해악 고지가 아니라고 했다. 이 전 기자가 기존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바탕으로 과장한 것일 뿐, 협박을 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강요미수 혐의 재판에서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 행적을 조사한 ‘채널A-신라젠 사건과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남는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9일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9일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해고무효 소송 재판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징계사유 인정”

이동재 전 기자가 강요미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취재윤리를 지켰다고 볼 순 없다. 이 전 기자의 취재방식은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위배된다. 실천요강은 2조 5항은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서 위계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가 부적절했다는 것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해고무효 소송 판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지법은 채널A가 이 전 기자를 해고한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판단했으며, 이번 사건이 채널A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중앙지법은 “(이동재 전 기자는) 검찰 고위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마치 추후 이루어질 수사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검찰의 영향력을 취재에 활용하였으며, 제보자에게 검찰 고위관계자와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허위 녹취록을 작성하여 이를 취재에 이용하는 등 취재윤리를 위반하였다는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재 전 기자는 취재윤리 위반 비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9일 2심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취재 윤리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며 “역대 정권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 취재에 최선을 다했다. 포트폴리오가 그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채널A 노동조합 “2심 판결 환영”…‘이동재 복직’ 요구 유지

채널A 노동조합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심 판결은 환영하는 바다. 1심에서도 (이동재 전 기자와 백승우 기자가) 이겼기 때문에 동일하게 나온 판결이라고 보고, 따로 입장은 없다”고 했다. 채널A 노동조합은 이 전 기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입장이 1심 판결 직후 나온 성명서와 크게 변한 건 없다고 봐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채널A 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는 2021년 7월 1심 판결 후 “(이 전 기자의 취재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의 정상적인 취재였다”며 복직을 요구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채널A에 공문을 보내 강요미수 혐의 2심 재판 결과, 이동재 전 기자의 해고무효 소송 항소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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