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승우 기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동재 전 기자와 백승우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제보자X로 불리는 지아무개씨와 만나 제보를 요구한 것이 협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는 19일 선고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재 행위 전반을 하나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협박이 성립되려면 피고인들의 행동이 객관적으로 봐서 ‘그런 정도라면 (불이익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돼야 한다. 적어도 피해자가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겠구나’라고 생각되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살펴봤을 때 대체로 보면 피고인들은 넌지시 ‘수사에 협조하면 혜택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건 처리 경우에 비춰봤을 때 좋은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정도로 말했다”며 “삼자가 보았을 때 피고인들이 한 말이나 중간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협박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동재 전 기자와 백승우 기자는 2020년 2월~3월 신라젠 의혹 취재 과정에서 이철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검찰수사 등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압박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이철 대리인으로 나선 지씨를 세 차례 만나 ‘유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동재 전 기자에게 징역 1년6개월, 백승우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9일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9일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이동재 전 기자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정치권력과 언론, 사기꾼, 음모론자들의 총체적인 권언유착이 또 드러났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나와 공직자를 망가뜨리려 한 유시민, 최강욱, 김어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에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기자는 KBS의 일명 ‘검언유착 오보’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결탁해 허위보도를 한 공영방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검언유착”이라고 했다.

이동재 전 기자는 그러면서 “취재 윤리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며 “역대 정권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 취재에 최선을 다했다. 포트폴리오가 그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황우석 사건 당시 MBC는 연구원을 겁박해 진술을 받아내서 사과방송을 했는데, 당시 담당자들이 사장 등에 올랐다”고 했으며 “양윤경 MBC 기자는 경찰을 사칭해 유죄를 받았다”며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보도했던 MBC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수많은 언론단체나 정치권이 이동재 기자 한 명 잡겠다고 수사를 했겠나. 지금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잡겠다고 수사한 것 아닌가”라고 밝힌 뒤 “수많은 언론이 거짓 공격을 해 누명을 씌웠지만, 대부분의 기자가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주고 진실을 알렸다. 그래서 억울함을 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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