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현장에서 진실을 알리는 영상언론인을 발굴해 수여하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초정 상영회가 26일 진행됐다. 수단 군사 독재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현장 다큐멘터리를 담은 필립 콕스 기자와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동료 마지디 베누라 기자, 우크라이나 전선을 다녀온 윤재완 프리랜서 PD 등 수상자들이 참석해 소회를 밝혔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와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은 2022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을 앞두고 이날 서울 상암동 MBC골든마우스홀에서 수상자 초청 상영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심사위원회는 경쟁부문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 수상자에 필립 콕스 기자를 선정했다. 콕스 기자는 영국의 프리랜서 기자로, 지난해 10월 수단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는 청년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전했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영국 가디언과 프랑스·독일 아르떼를 통해 보도됐다.

▲필립 콕스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필립 콕스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수단의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가디언
▲‘수단의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가디언

콕스 기자는 취재 계기에 대해 “빌딩 사이를 뛰어다니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집중력을 보여주는 이를 만났다. 수단 민중의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움직임을 누르려는 쿠데타의 시기였다. 맨 처음에 수단의 동료 기자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가짜 전화번호를 주고 도망가 버렸는데, 두 번째 마주치자 신뢰를 쌓기 시작해 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국제분쟁 기자들의 취재 환경을 두고 “지난 2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저격탄을 맞아 관자놀이에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나는 보안규약과 지원팀이 있는 운 좋은 언론인이었다”며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 방위군 저격수에 의해 살해된 유능하고 사랑받던 알 자지라 쉬린 아부 아클레처럼 올해 많은 언론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 뉴스에서는 언론인들이 경쟁하며 서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위험한 현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블로거와 소셜미디어 업로더, 독립언론인을 경쟁자로 생각해 우리 직업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만약 블로거가 촬영하지 못하면 우리도 카메라를 들 수 없다. 독립언론인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면 우리 중 한 명이 거부당할 수 있다는 전조다. 프리랜서 영상기자가 납치, 부상, 살해 당하는 것은 영상기자 전체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와타나베 타쿠야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화상으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와타나베 타쿠야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화상으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뉴스부문 수상자에 선정된 와타나베 타쿠야 기자는 화상으로 소회를 밝혔다. 타쿠야 기자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이 철수하기 직전인 2021년 8월 일본 언론 최초로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을 직접 인터뷰했다. 3개월 뒤 수도 카불과 20년 전 탈레반 집권 당시 파괴된 세계 최대 석불이 있는 바미얀 지역을 찾아 빈곤과 기근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상황을 보도했다.

타쿠야 기자는 “아프간에서 가난 탓에 혹한 속 동굴에 사는 사람들, 기아 직전의 아이들, 속수무책인 부모들의 모습은 영속적인 인상을 남겼지만, 영상 이미지는 모든 재앙의 창조자로 탈레반을 지목하도록 단순화할 수 있다. 사실 그 배경에는 수많은 초강대국들과 수십년 간 갈등과 미군과 나토군의 점령 아래 자라난 부패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집 부문 수상자인 윤재완 프리랜서 PD는 “한국 언론인들이 함께 우리 언론인의 권리, 즉 표현과 정보의 자유를 요구할 때”라고 말했다. 윤 PD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최전선인 도네츠크와 하르키우로 향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포격을 피해 지하 대피소에서 지내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비춘 보도는 KBS ‘세계는 지금’에서 방영됐다. 윤 PD는 우크라이나 입국 취재를 이유로 여권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최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윤재완 프리랜서 PD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재완 프리랜서 PD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6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윤재완 프리랜서 PD(왼쪽)과 김동렬 KBS PD. 사진=김예리 기자
▲26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윤재완 프리랜서 PD(왼쪽)과 김동렬 KBS PD. 사진=김예리 기자

윤 PD는 “(현장에서) 그들과 먹고 자며 친구로 대하기를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솔직하고 진정한 모습을 포착하려 노력한다”며 “하르키우에서 제 시간은 그들의 전쟁뿐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세계 언론인과 동등한 취재 권한을 받고 전쟁터나 재난 국가에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 정부는 이라크,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 취재도 금하고 있다”고 했다.

비경쟁부문 공로상인 ‘오월광주상’은 지난 5월13일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맞아 숨진 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와 이를 영상에 담은 동료 마지디 베누라 기자가 받게 됐다. 두 기자는 알 자지라에서 이스라엘군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 인권탄압과 폭력을 고발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을 기록해왔다.

▲마지디 베누라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마지디 베누라 기자가 26일 열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상영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알자지라 기자 쉬린 아부 아클레. 사진=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 추모 트위터 계정
▲알자지라 기자 쉬린 아부 아클레. 사진=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 추모 트위터 계정

마지디 베누라 기자는 “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을 영상으로 담는 건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는 25년 간 제 동료이자 친구였고 그의 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큰 충격이었다”며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얼마나 추악한지 알 수 있도록 이런 섬뜩한 범죄를 기록해야 할 책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민주주의와 정의 등에 관한 것에 관심 가지고 싶지만, 그것이 아니라 (당장)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언론인이기에 억압을 받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아주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은 27일 저녁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2022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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