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성을 인정받아 ‘방송지원직’으로 편입된 KBS·MBC 방송작가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작가들이 KBS·MBC와 체결한 방송지원직 근로계약서를 확인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방송지원직은 비정규직 방송노동자를 울리는 또 다른 이름의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시사교양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방송사는 이들을 방송지원직으로 보냈다.

이수진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MBC 방송지원직 취업규칙·운영지침·근로계약서를 공개했다. KBS는 방송지원직 근로계약서에 ‘계약해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KBS는 “근로자가 근무를 태만히 하거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해지는 사실상 해고를 뜻하며, 일반 직원 근로계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수진 의원은 이를 두고 “상급자의 평가에 의해 언제나 해지될 수 있는 프리랜서 계약상 해지 조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 KBS와 MBC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KBS와 MBC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KBS 방송지원직 사원 운영지침을 보면 방송작가들은 연 1회 이상 근무성적 평가를 받지만, 일반 직원 운영지침에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일반 직원들은 장기근속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방송지원직 사원들은 예외다. ‘특별한 사정에 의한 청원휴가’도 일반 직원만 신청할 수 있다.

MBC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MBC는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직원에게 휴가 1일당 ‘1일 임금 180%’를 수당으로 지급하지만, 방송지원직 소속 방송작가들에게는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휴가보상수당’만 지급한다.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은 휴가 청구권이 있는 마지막 달의 1일 임금이다. 일반 직원들이 받는 수당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 MBC 일반 직원들은 국·내외 유학, 일신상 사정으로 휴직을 신청할 수 있지만 방송지원직 취업규칙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업무상 부상·질병으로 인한 청원휴직 가능 기간도 일반 직원은 1년, 방송지원직은 6개월이다.

또한 MBC는 “방송지원직 근로자의 귀책 사유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방송작가 출신의 방송지원직 사원들을 해고할 수 있다. 이들은 KBS와 마찬가지로 연 1회 이상 근무평가도 받는다.

이수진 의원은 “MBC 방송지원직 인원은 24명이고 모두 여성이지만 임신 시 근로조건도 정규직군과 다르게 두었다”고 지적했으며 “MBC는 방송지원직이 보건휴가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 다른 방송지원직 근로자 중 대신 근무자를 정해 협의해놓고 사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방송지원직 소속이 된 방송작가들은 호봉제가 아닌 ‘개인연봉제’를 적용받고 있다. 급여는 방송지원직 배속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수진 의원은 “정규직은 호봉을 적용받아 해마다 연봉이 오르지만, 방송지원직은 연봉이 오를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SBS는 “대외 공개가 어렵다”며 이수진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청을 아예 거부했다.

한편 JTBC·TV조선·MBN·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은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3사 방송작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이후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진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JTBC·TV조선·채널A는 “당사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방송작가와 관련해 조치를 취한 건 무엇인가’라는 의원실 질의에 “방송 3사 인사부서장 대상 간담회를 통해 자율적 고용구조 개선을 지도했다”고 답했다. 이수진 의원은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방송지원직군 신설을 통한 또 다른 차별이 야기되었다”면서 “공식 간담회 및 협의절차는 노동조합과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