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가 노동자성이 인정된 방송작가를 기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방송지원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해 채용한 것을 두고 지적이 나왔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며 MBC 경영 등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C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 ‘무늬만 정규직’으로 바꾼 ‘꼼수’라고 지적하자, 정청래 과방위 위원장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게 MBC의 방송작가 처우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인영 의원은 “한국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지적이 꾸준했다”며 “최근에는 비정규직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판결이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B씨.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B씨.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지난해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주요 방송사를 대상으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는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 해 12월30일 지상파 3사 조사가 완료된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고용노동부 “지상파 방송 작가 152명, 프리랜서 아닌 노동자”]

이인영 의원은 “MBC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을 방송지원직(무기계약직)을 신설해 해당 직군으로 변경, 휴가와 급여, 승급, 인사평가 등에서 기존 일반직에 비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일반 MBC 직원들은 호봉제인데 이들은 연봉제이고 보상금, 휴가 문제, 임신과 관련한 규정 등 명백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작가들을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방송지원직)으로 전환한 것도 꼼수이고 내용적으로 차별이 존재하는, 무늬만 정규직화하며 차별을 유지하는 이러한 행태는 잘못”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노동자’ 인정 방송작가 152명인데 고용 보장 18명]

▲사진=방송작가유니온
▲사진=방송작가유니온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해당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사내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MBC에는 일반직 직제가 여러 가지인데 어떤 직제는 정규직 전환이 되려면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하고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며 “방송지원직의 경우도 최소한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일반직으로 전환할 경우 사내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왔다”고 답했다.

이인영 의원은 “물론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방송작가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하므로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며 “MBC가 구조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청래 과방위 위원장은 “제가 지난 17대 국회 문광위 위원일 때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송작가 처우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방송작가 목숨이 그야말로 파리목숨이다. 임금 역시 노동시간을 따져보면 최저임금이 안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현행법 위반일 수 있다. 권태선 이사장이 MBC만이라도 방송작가가 어느정도 대우를 받고 있는지, 최저임금법 위반은 아닌지 꼭 조사를 해서 국회에 제출을 해달라”라고 제안했다.

권태선 이사장이 “아마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정청래 위원장은 “19대 국회 행안위에서 조사를 했을 때 정부기관도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위반을 했다고 나온 자료가 있다”며 “고용노동부에서도 최저임금 위반을 한 사례가 있어 세상이 놀랐다. 느낌으로만 생각하지말고 꼭 조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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