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승소하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해고할 때 일방 통보를 한 것처럼, 복직할 때에도 일방 통보를 받은 느낌입니다. ‘일단 나와’라고요.” (해고됐다 복직 통보를 받은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A씨)

지난달 사상 첫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과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던 MBC 방송작가들이 18일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다시 서울 상암동 MBC 앞에 섰다. 이들은 MBC가 해고 2년 만에 복직을 통보하면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방송지원직’로 계약할 것을 요구한 것을 두고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며 “협상 테이블이 열리고 작가 2인이 안정적으로 복귀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날 당사자 작가들이 나선 1인 시위는 향후 방송작가지부와 시민사회연대단체가 돌아가며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B씨.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B씨. 사진=김예리 기자

MBC에서 방송작가로 9년간 일하다 2020년 해고된 두 작가는 부당해고를 인정 받고 지난 8일 2년여 만에 복직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두 작가가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MBC에 원직 복직(근로계약)할 것과 해고 기간 동안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MBC는 불복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재차 부당해고를 인정하자 항소를 포기했다.

그런데 MBC 측은 지난 3일 두 작가에게 복직 시 맡게 될 업무와 노동조건, 근로계약 등에 대한 상의 없이 8일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MBC 측은 이날 이들에게 ‘방송지원직’으로 근로계약할 것을 통보하는 한편 업무를 ‘담당 부서장과 상의하라’고 밝혔다. 작가와 동행한 방송작가유니온에는 이들의 근무조건을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가들은 ‘방송지원직’ 복직이 제대로 된 판결 취지 이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지원직은 MBC가 근로감독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을 편입시키기 위해 올 초 급하게 마련된 자리다. 임금과 승진 등이 기존 일자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MBC가 방송지원직을 신설해 방송작가들을 배속시킨 것 자체가 차별이자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MBC는 ‘방송지원직’을 ‘직원’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MBC 직제규정(3조)은 MBC 내 일반직, 촉탁직, 전문직 직군을 ‘직원’이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MBC는 방송지원직 취업규칙에 이들을 해당 직제규정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 구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A씨.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해고 작가 A씨. 사진=김예리 기자

MBC는 방송지원직 계약서에 이들 작가의 업무를 ‘콘텐츠 제작 또는 MBC가 지시하는 일’로 명시했는데, 이들 작가의 본 업무였던 방송작가 업무로 복귀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는 것도 우려점이다. MBC는 일반직엔 호봉제를 시행하는 반면 방송지원직엔 연봉제를 시행한다. 이에 더해 MBC가 두 작가에 대해 해고 당시 급여를 적용하면서, 작가들은 복직 때 까지 2년 간의 시간에 반영되지 않았고 근속에 따라 급여가 오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MBC에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소송 과정에서 두 작가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사측 증인으로 출석한 뉴스투데이 팀 데스크와 분리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 같은 근무조건 논의를 위해 MBC가 지부와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8일 MBC 측에 박성제 사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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