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에서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되어 논란이 불거졌다. 한상혁 위원장은 2023년 7월까지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한 위원장의 입장을 둘러싼 종합일간지의 평가와 주장은 엇갈린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우선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신문이 있다. 서울신문은 18일자 사설에서 “논란의 핵심은 퇴진 압박의 진위를 떠나 과연 정권이 교체된 마당에 이들이 국가기관장으로서 소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가에 있다”면서 “(방통위원장이) 지난 정부에서 정파를 뛰어넘어 기관을 운영했다고 보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두 사람의 ‘자리보전’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알박기’”라고 주장했으며 “이름뿐인 위원장의 존재로 해당 위원회를 ‘식물기구’로 만드는 것은 더 큰 불행”이라고도 밝혔다. 

국민일보도 20일자 사설에서 “방통위원장은 공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자리다. 다만 임기를 보장할 만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문”이라며 “한 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출신으로 재임 중 친여 방송 편파 보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과연 방통위의 독립과 중립을 위해 사퇴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되물었는데, 이는 방통위원장이 민주당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투로 읽힌다. 사설 제목은 “자진 사퇴가 상식 아닌가”였다. 

법·제도 변화에 우선 주목한 신문도 있다. 한국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만년 야당이 사라진 지금이 해법을 모색하기에 적기다. 국민의힘이 기관장 임기를 2년6개월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야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대통령과 임기 불일치는 비효율적이다. 새 대통령과 임기를 시작하거나 동시에 물러날 공직리스트를 정하는 미국식 방식(플럼북)도 검토할만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공공기관장 ‘전리품’을 두고 낯 뜨거운 싸움을 지켜보는 건 고역”이라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18일자 사설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여파로 물러나라고 하기도, 설령 요구받았다고 해도 물러나려 하지도 않는 풍조가 강해졌다”며 “우리도 언제든 정권교체가 가능한 나라가 됐다”며 법‧제도 대안 마련에 주목했다. 

▲6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6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을 겨냥한 신문도 있다. 한겨레는 16일자 사설에서 “방통위는 공공재인 방송과 전파를 공정하게 관리감독 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받은 합의제 기구”라며 “중립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구체적 행위가 있었다면 모를까, 정권이 바뀌었으니 물러나라는 건 대놓고 법을 유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자 사설에선 대통령의 발언을 가리켜 “법정 임기(3년)가 보장되는 방통위원장에 대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취임 뒤 여러 차례 ‘법대로’를 외친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검찰이 산하기관장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며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텐가”라고 되물으며 “여권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 자신도 검찰총장이던 2020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니까,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꼬집기도 했다.

‘방통위원장 흔들기’를 주도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18일 “여권은 한 위원장이 지난 정권에서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방송사 사장을 압박한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농지법 위반 의혹’ 보도에 이어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흔들겠다는 예고로 보인다. 조선과 달리 동아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대통령의 매일 소통은 계속돼야 하고 질문 답변도 더 많아지고 길어져야 한다. 다만 그 말은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한마디 한마디가 좀 더 신중하고 정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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