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미디어오늘이 일부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홍준)은 19일 MBC가 낸 정정보도 청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기레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미디어오늘과 해당 기자들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MBC가 미디어오늘 기사 10건을 상대로 낸 것으로 법원은 이 가운데 4건에 대해 “미디어오늘의 기사가 허위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가 정정보도를 명령한 기사는 MBC 뉴스데스크로 한정하지 않고 MBC 전체로 표현한 대목과 특정 기사를 ‘주요 뉴스’라고 표현한 대목이 전부다.

재판부는 3건의 기사에 대해서는 “미디어오늘의 기사가 MBC 뉴스데스크의 뉴스 태도에 한정해 보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정정보도를 명령했고, 2건의 기사에 대해서는 “‘폭행 발단 김현 의원 비난’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는 문장에서 ‘주요 뉴스’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MBC는 20일 이 판결 결과를 보도하면서 “문화방송의 세월호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방한 미디어오늘 기사의 상당 부분이 허위사실이라며 법원이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미디어오늘 기사의 상당 부분이 허위사실”이라는 판결이 아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내용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원고의 보도 태도 및 원고의 조직 개편에 관한 것으로 공적인 관심 사안이고 미디어오늘은 MBC와 KBS, SBS 등 주요 언론사의 보도 태도를 비교하면서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는데 일부는 허위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있으나 비교 대상을 MBC 뉴스데스크로 한정할 경우 허위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범위를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부분이 일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비교 대상을 적절히 한정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일 뿐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상암동 MBC 사옥. 사진=언론노조
 

MBC는 소장에서 미디어오늘 기사의 “MBC 경영진이 든 망치는 이제 사회적 흉기로 돌변해 국민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 “언론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건 천박함 그 자체”, “언론을 장악하고자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뜻을 받아 MBC경영진들은 양심 언론인들을 자르고, 비제작부서로 내치고 그들 터전을 없애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등의 표현을 문제삼아 “악의적인 비방과 모멸적 표현으로 원고를 모욕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원고의 조직 개편에 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했다고 보일 뿐 피고들이 원고를 모욕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역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MBC 등은 쓰레기 언론이라는 말도 아까운 ‘양아치 언론’”이라는 시민단체들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와 관련, “모욕적인 인신 공격으로 의견 표명의 한계를 일탈해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문구 삭제와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디어오늘은 2014년 8월20일 “교황 앞에, 언론은 부끄러웠다”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MBC는 생중계에선 이 모습을 방송했다. 그러나 당일 뉴스데스크에서는 교황이 이례적으로 차에서 내려 김영오씨의 손을 잡았는데도 김영오씨와의 만남을 교황의 카퍼레이드의 일부로 보도했다. 특히 MBC는 김영오씨가 교황에게 한 발언 중 ‘특별법’을 언급한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MBC는 “뉴스데스크에서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뉴스투데이에서 보도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메인 뉴스인 MBC 뉴스데스크로 한정해 봐야 할 근거가 없다”며 “미디어오늘 보도는 진실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디어오늘은 MBC 기자의 말을 인용해 “관련 부서에서 세월호 유족과 교황과의 만남을 리포트로 발제해도 나오지 않고 유족에게 세례를 내린 것도 기사까지 다 작성했는데 빠진 적도 있다”고 보도했으나 법원은 뉴스데스크에는 안 나왔지만 다른 뉴스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MBC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고 미디어오늘이 인터뷰한 MBC 기자와 노조 관계자들도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근거로 MBC가 세월호 보도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뉴스데스크에는 빠졌지만 다른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도했으니 MBC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잘못됐다는 건 궤변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2014년 8월23일 “MBC에선 세월호 유족이 황새보다 못하다” 기사와 2014년 9월17일 “박근혜 ‘설화’에도 홀로 보호막 쳐주는 MBC” 기사, 2014년 8월28일 “프란치스코 교황도 피하지 못한 MBC 누락의 법칙” 기사 등과 관련해 모두 “MBC의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가 당시 이 기사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2014년 9월20일 “구조실패 책임 연상될라 통영함 보도엔 세월호가 없다” 기사와 2014년 9월21일 “이래서 기레기? 폭행 논란만 요란, 특별법은 침묵” 기사의 경우, “‘폭행 발단 김현 의원 비난’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는 대목을 문제 삼아 “MBC 뉴스데스크의 서두에서 오늘의 주요 뉴스를 정리해 보도하면서 이 기사를 소개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비중 있게 주요한 뉴스로 보도했다’는 의미의 기사를 재판부는 헤드라인 뉴스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요 뉴스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사 일부 삭제와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2건의 기사는 2014년 8월29일 “언론단체 ‘조선·동아·MBC는 기레기 아닌 양아치’”와 2014년 9월21일 “이래서 기레기? 폭행 논란만 요란 특별법은 침묵” 기사다. 재판부는 ‘기레기’라는 표현이 “원고에 대한 모욕적인 인신공격으로서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해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8월29일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8개 언론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 기사로 “조선·동아·MBC는 인륜마저 이념의 틀로 덧씌우며 유가족 명예를 훼손하고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조선과 동아 등은 쓰레기 언론이라는 말도 아까운 ‘양아치 언론’, ‘언론빙자 폭력배’에 다름 아니다”라는 집회에서 나온 발언을 인용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일부 표현에 대해 정정과 삭제를 명령했지만 나머지 MBC의 주장 대부분을 기각했다.

2014년 9월17일 “박근혜 ‘설화’에도 홀로 보호막 쳐주는 MBC” 기사와 관련, 재판부는 “‘유독 MBC만 다르다’는 부분이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4년 8월28일 “프랑치스코 교황도 피하지 못한 MBC 누락의 법칙” 기사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MBC가 세월호와 교황 관련 소식을 누락하거나 단신 처리하는 등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MBC 뉴스데스크가 이 기사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4년 10월27일 “교양국 폐지 언론단체 ‘MBC 구성원, 이제는 목소리 내야 할 때’”라는 기사와 관련, “‘교양국을 폐지했다’는 게 허위 사실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기존 교양 제작국의 명칭이 사라졌고 교양제작국이 제작하던 불만제로UP이 폐지됐고 PD수첩을 제작했던 한학수 PD와 김환균 PD 등이 비제작부서로 배치된 점 등의 사정에 비춰보면 교양제작국을 폐지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2014년 10월30일 “불만제로 폐지가 보여주는 박살난 MBC 편성권” 기사와 관련, MBC는 “안광한 사장이 PD 고유의 편성권을 침해했다”는 미디어오늘의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교양국 폐지와 불만제로 프로그램 폐지를 하는 과정에 PD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초해 PD의 권한이 침해됐다는 비판적 의견이나 평가를 표명한 것으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역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2014년 9월27일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이슈 덮는 MBC” 기사에 대해서도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사실에 기초해 다른 SBS, KBS, JTBC 보도 내용과 비교하면서 원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면서 ‘MBC는 여당 입장을 중심으로 리포트를 구성했다’, ‘이날 MBC는 야당이나 유가족들을 공격하는 입장이 많다’는 취지의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일 뿐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역시 기각했다.

한편 이 사건 판결과 관련, MBC의 11월20일 “왜곡·비방 보도 미디어오늘, MBC에 배상하라” 보도는  허위 보도다.

일단 법원은 “MBC 세월호 보도 비방기사의 상당부분이 거짓보도”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뉴스데스크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다른 뉴스 프로그램에 보도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MBC 뉴스데스크로 한정할 경우 허위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MBC는 “법원은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과 MBC가 대통령을 편들면서 유족들의 반발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전한 것도 허위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했으나 판결문에는 이런 문구가 없다. 이번 판결은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판결일 뿐 MBC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관련 소식을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고 MBC가 관련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허위라는 판결은 아니다.

미디어오늘은 즉각 항소하고 MBC의 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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